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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인종차별 5 - 일본인과 한국인

광대뼈를 깎고 쌍꺼풀 수술을 하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다. 예뻐지기 위해서라지만 실은 백인종을 닮고 싶은 거다. 하지만 더 조롱을 받는다. 백인 되고 싶어서 미친 불쌍한 영혼으로 친다.

같은 황인종이라도 일본인들은 차별대우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자고 했었다. 얼핏 그건 순전히 일본의 경제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물론 일본의 경제력이 가장 큰 요인이기는 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들이 가진 이미지이다.


백인들에게 일식당은 상류사회의 상징이다. 한국에서처럼 누구나 가서 술 마시는 식당이 아니다. 미국산 자동차외엔 철저히 배타적이었던 NASCAR에 올해 외국자동차가 처음으로 진입했다. 도요다 캠리다. 유럽의 그 어떤 나라, 그 어떤 자동차회사도 못한 일을 일본의 자동차 회사가 해냈다. 일본의 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린 일본인을 생각할 때 부정적인 면만을 깊숙이 각인시켜 놓았다. 쪽발이, 야비한 섬나라 민족.. 그러나 놀랍게도 세계인이 생각하는 일본인의 모습은 깔끔하고, 예의 바르고, 약속 잘 지키고, 머리 좋고, 일 열심히 하고.. 억울할 정도로 찬양 일색이다. 사람들은 일본이 유럽의 국가들처럼 모든 국민이 Civilized 된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래서 일본인들은 인종차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비교적'이라고 한건 그들도 언어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독 일본인만 가지고 있다는 걸 바꿔 말하면, 한국인이나 중국인은 전혀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각하게 착각하고 있는 거 하나를 짚어보기로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인의 이미지가 '10'이고 중국인의 이미지가 '1'이라고 해보자. 우리는 그 좌표에서 대개 우리가 7~8 정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지저분한 짱개들보다는 월등히 위일테고, 그렇지만 일본인들보다는 약간 뒤질테고’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틀렸다. 실상은 3~4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 것 같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현실이다. 백인들이 생각하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위상은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 이미지의 핵심은 Civilization 의 정도이다. 번역할 말이 마땅치 않은데 ‘民度’ 정도? 이런 단어가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민족의 개화수준’을 그냥 민도라고 정의하자. 여기엔 ‘국민성’이라는 개념도 상당부분 개입되어 있다.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하면서, 인종차별보다도 더 민감한 사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인들.. 그러나 인종차별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꼭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인종차별, 간단히 설명되어질 부분은 결코 아니지만, 여기엔 분명히 자업자득의 측면이 상당히 많다는 뜻이다.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이미지, 과연 어떨까. 그들에게 우리가 과연 '오천년 문화민족', '삼천리 금수강산' 일까? 안타깝지만 외국에 한번이라도 나갔다 온 사람이면 이 구호가 공염불임을 일찌감치 깨달았을 것이다. 기억에도 생생하다. 앤초비가 처음 미국에 다녀와서 한 소리..
'삼천리 금수강산? 조까라 그래.'

그러나 진정으로 가슴이 아픈 건 우리가 '오천년 문화민족'이 아니고, 우리나라가 '삼천리 금수강산' 이 아니라는 그 현실이 아니다. 작금의 우리나라 꼬라지이다. 한국신문을 펼치기가 망설여지고 한국 뉴스를 보기가 겁난다. 우리는 정녕 파벌싸움의 민족인가.. 장탄식만 나온다.


자국의 국민들이 외국에 나갔을때 인종차별을 받느냐 대우를 받느냐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국가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오히려 땀흘리는 개개인의 노력을 까먹고 있다고 보여진다. 교민들은 그래도 고국이라고 그리워하며 자랑스러워 하지만, 실제로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외국인들 알까 신경쓰이는 소식들 뿐이다. 어쨌든 한인들은 이렇게 국가의 이미지에서 벌써 감점을 받고 들어간다.

국가의 이미지야 어떻게 손 댈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이쯤해서 마무리 하고, 그보다 더 민감하고 아슬아슬한 이야기를 꺼내기로 한다. 미국의 우리 교포들을 이야기 한다.

‘2세가 이해할 수 없는 이민 1세’라는 기사가 이곳 한국 신문에 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 2세들이 부모세대들에게 느끼는 이질감과 문화적 괴리등을 다룬 기사였는데, 우리 부모님들 정말 이상해요 1번이 바로 ‘뭐든지 인종차별이라며 흥분한다’ 였다.

자기가 잘못해 불이익을 받고서도 인종차별, 영어가 서툴러 무시를 당했어도 인종차별.. 이런 식이라는 거다. 실제로 자기 잘못이나 부족한 것은 생각지 않고 뭐든지 인종차별로 몰아 흥분하는 한인들, 주변에서 정말 많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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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대법원 판사였던 한 흑인판사가 ‘백인(이 흑인을 싫어하는 것)보다도 흑인을 더 싫어하는 흑인’ 이라고 한다. 그래서 흑인에게는 더 과중한 형을 선고하곤 했다고 한다. 이해하지 못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멕시코계 젊은세대 치카노(Chicano)들이 멕시코에서 갓 넘어온 이민자들을 짐승 보듯 한다고 한다. 서로 눈 인사도 하지 않으며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두 부류다. 이민 와서 아예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과 잠시 머물다가 가는 사람들. 잠시 머물다가 가는 사람들은 상사 주재원가족들이나 유학생들이다. 근데 이 두 부류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을 무시한다는 것이었다. 서로간의 반목과 갈등이 심하다고 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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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생활을 좀 해보니 지금은.. 그들을 이해한다. 나도 흑인과 라티노를 싫어하게 되었거나 한인들간의 반목을 이해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흑인판사와 치카노들과 상사주재원가족들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엔 여러가지 복잡한 사회 문화적 요인들이 얽히고 설켜있다.

툭하면 인종차별 당했다고 침튀기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있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나라도 그들을 차별하겠다’ 이다. 내가 봐도 그들은 차별을 당해 싸다.

인종차별이라고 흥분하는 사건의 90%는 개인에 대한 차별이다. 내가 봐도 저렇게 싸가지 없고,저렇게 무례하니.. 나라도 당연히 그를 차별 할텐데, 당한 그는 그것이 인종차별이라고 확대하며 침을 튀긴다. 급기야 신문사에 연락을 하고 이곳 저곳 들쑤신다. 이건.. 자살 폭탄테러다.


→ 인종차별 1 – 생물학적 편견?
→ 인종차별 2 – 싫어하는 건 그들의 자유의사
→ 인종차별 3 – 인종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 인종차별 4 – 상당부분 조상탓
→ 인종차별 5 – 일본인과 한국인
→ 인종차별 6 – 이슈화하면 오히려 손해
→ 인종차별 7 – 우리가 변해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