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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비타민 숭배 4 - 그 굳건한 신앙

의학의 호도
비타민에 대한 숭배가 고기나 우유에 대한 숭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굳건함을 새삼 느낀다. 고기나 우유에 대한 신앙은 조금만 자연의 관점에서 다가가면 꽤 여러 사람들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 비타민에 대하여는 요지부동이다.

비타민에 대한 숭배가 더 굳건한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그렇게 사람들을 호도하는 주체가 축산협회, 육가공협회나 낙농협회가 아니라 의학의 이름을 걸고, 인류의 건강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운영하는 ‘제약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제약회사]가 의사들을 내세워 비타민 먹으라고 국민들을 ‘교육’하는 파괴력은 [낙농협회]가 의사를 내세워 칼슘을 위해 우유를 먹으라고 ‘선전’하는 파괴력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막강하다. 제약회사를 인류의 건강실현이라는 이념을 가진 숭고한 단체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제약회사가 오로지 이윤을 위하여 움직이고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다. 설마 제약회사가, 설마 의사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누누이 그들이 발표하는 수많은 조사자료들, 과학자들이나 의사의 이름으로 덧칠해져서 발표되는 모든 연구조사 결과나 수치들을 믿지 말라고 했다. 한 분이 댓글로 지적해 주셨지만 연구소의 이름을 빌린 역학조사, 추적조사..이런 것들은 연구의뢰자의 의도에 따라 어떤 결과이든 가능하다. 이건 아주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 똑 같은 우유를 가지고 연구조사를 실시해도 낙농협회가 의뢰한 조사에서는 우유가골다공증 예방에 굉장히 유효하다고 결과가 나오고, 참의사협회가 의뢰한 조사에서는 우유가 오히려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연구소는 기금을 출연한 단체 혹은 연구조사를 의뢰한 주체의 의도를 무시할 수가 없다. 의뢰인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내어 놓는다면 그 연구소는 곧 문을 닫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평생이 보장된 인류의 명예직이 아니다. 연구소가 문을 닫거나 연구소에서 쫓겨나면 생계가 막막한 보통 사람들이다.

우리는 과학이나 의학의 가면을 쓰고 있거나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하는 아주 나쁜 습관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이것과 비슷한 몽매함에 이런 것들도 있다.
‘변호사라는 사람들은 우리를 도와주는 좋은 사람, 검사라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감옥에 넣으려는 나쁜 사람’으로 각인하고 있던 것이나 비슷하다. 신부님이나 목사, 스님들은 마음이 넓고, 항상 나보다는 이웃을 생각하고, 웬만해서는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거라는 선입관도 마찬가지이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을 ‘질병없는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봉사자’ 혹은 ‘우리의 병을 성심껏 고쳐주는 고마운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 대부분이 그저 돈을 좀더 잘 버니까 의사 일을 하는 사람이고 일부는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악질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수많은 의학상식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큰 착각을 하고 있다. 그런 지식을 전달해 주는 병원의 웹사이트나 의사의 블로그, 자기 돈을 들여가며 사람들에게 무료로 알려주어 보다 건강하게 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고마워 하고 있다.

그런 의학지식의 범람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에게 찾아가게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약을 먹게 하려는 고도의 마케팅전술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꿈에도 모르고 있다.


알아서 병
엊그제 한 후배가 그랬다. 중학생 딸아이가 자꾸 어지러워 하고 눈앞이 캄캄하다고 해서 지금 바로 병원에 데려간다고. 내가 그랬다. ‘누워서 푹 쉬면 될 일을 왜 병원에?’ 그러나 그 엄마는 못내 불안해 했다. 그래서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병원에 다녀온 결과는.. 그냥 잘못 먹고 체한 거였다.

단순한 어지럼증 하나에 대해서도 우린 너무 많은 걸 걱정하고 있다. 저혈압? 부종이나 종양에 의한 뇌압상승? 전정기관의 이상? 메니에르씨 병?... 이런 걸 알고 있으니 알고 있는 그게 바로 병이다.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다. 그것도 우리 아이가 그렇다면.


비타민 신앙
‘현재의 야채에는 예전과 같이 충분한 비타민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따로 알약으로 섭취해줘야 합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들이나 노인, 임산부…’ 이거 성경에 나오는 진리다. 이 말 외의 다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다. ‘먹어줘야 한대.. 먹어야 건강하대..’ 근데 대관절 이 진리는 어디서 온 말일까?

비타민 제조회사에서 지어낸 말이다.

‘요즈음 유통되는 야채의 영양성분을 검출해서, 세밀하게 분석을 해서, 1930년대의 조사치와 비교를 했더니 이렇게 비타민의 함량이 줄었더라.. 그래서 요즈음의 식생활로는 아무리 야채를 충분히 섭취한다고 해도 비타민의 섭취는 모자란다.’ 이런 신뢰 있어 보이는 연구조사를 거친 것으로 내어 놓은 발표니까 국민은 믿는다.

어느 지방, 어떤 때에, 어떤 상태의 야채를 가지고 표본검사를 했는지 1930년대에 그런 역학조사가 과연 있기나 했었는지.. 그들이 이야기하는 비타민 하루 권장 섭취량이 도대체 어떤 근거로 산출된 것인지.. 전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여기에 자연주의자들도 끼어든다.

공해에 찌들은 우리의 지구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청정한 땅이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해진 지력, 태양볕, 그리고 유통과정에서의 오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비타민을 따로 섭취해야만 하는 비참한 현실이 드디어 오고야 만 것입니다.] 여러분.. 이제 자연의 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비타민 제조회사들이 엄청난 물량광고에서 그렇게 이야기 하고,
비타민 제조회사의 일선 영업사원인 의사들이 근엄하게 그 말이 맞다고 이야기하고,
웰빙 열풍을 타고 영양학자들이 앞 다투어 비타민을 붙들고 침을 튀기며 이야기 하고,
자연주의자들이 자연 보호 논리에 함량미달의 비타민이 끼어들면서 역시 그렇다고 하고,
온갖 언론도 덩달아 비타민 숭배에 열을 올리니.

비타민 먹지 않으면 당장 내 몸이 병들어 버릴 것 같은 불안감,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영양실조로 뒤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 하늘이 무너져도 아침에 종합 비타민 한알, 몸이 좀 피곤하다 싶으면 비타민 음료에 종합비타민 또 한알, 감기 기운 있으면 비타민제 또 한알, 술 먹고 술 빨리 깨라고 비타민 한알, 운동 나가기 전에 힘내라고 비타민 한알, 운동하는 내내 힘빠지지 말라고 비타민 음료, 여행가기 전에 설사하지 말라고 비타민 한알, 부부관계 하기 전에 힘내라고 비타민 한알..

이런 해괴한 비타민 광풍 속에 온 국민이 비타민 숭배주의자가 되어버린 것이 오늘의 가슴 아픈 현실이다.

여러분 비타민 전혀 드시지 않아도 됩니다. 언젠가 해가 됩니다.. 하지만 믿으려 하질 않는다.


→ 비타민 숭배 1 – 비타민 열풍
→ 비타민 숭배 2 – 잃어버린 식본능
→ 비타민 숭배 3 – 못 먹어서 안달인 인간들
→ 비타민 숭배 4 – 그 굳건한 신앙
→ 비타민 숭배 5 – 태평국의 몰락
→ 비타민 숭배 6 – 비타민이 무용하다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