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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비타민 숭배 3 - 못 먹어서 안달인 인간들

영양학이 최근에 발견한 비타민
수만년동안 모르고 살다가 vitamin이라는 걸 우리가 알게 된 것은 바로 영양학 덕분이다. 과학자들이 음식물의 성분을 연구하고 밝혀내기 시작한 1900년대 초, 인간의 성장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음식성분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물 등 다섯 가지임을 밝혀 내었다. 그 연구를 바탕으로 호기롭게 그 다섯가지 영양물질로만 제조된 동물사료를 만들어 동물에게 먹였으나 그걸 먹는 동물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아예 죽어버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거 이상하다.. 동물의 생명유지에는 또 다른 영양소들이 더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미지의 영양소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발해졌겠다.

또 어떤 전쟁에서 전쟁터의 병사들이 하도 비실비실 병에 잘 걸리길래 조사를 해봤더니 그게 각기병이더라.. 그 병은 야채섭취의 부족으로 오는 것이었고.. 그래서 본국에 데려와서 오랜지를 왕창 줬더니 다 낫더라.. 비타민을 설명하기 시작할 때 흔히 인용되는 얘기다.

드디어 1912년 한 화학자가 쌀겨로부터 항각기(抗脚氣)의 효과가 있는 성분을 분리해내는데 성공하였는데.. 그는 이 유기물을 'vitamine'이라고 명명하였다. 이 물질 내에 amine(질소를 함유하는 유기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amine 앞에 생명을 의미하는 라틴어 'Vita'를 붙인 합성어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란 뜻의 이름이겠다.

근데 몇십년 후, 이 비타민을 계속 연구하던 후배들이 아주 얄궂은 걸 알아냈다. 비타민의종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 비타민들중에 질소를 함유하고 있지 않은 것들도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어허 이거 낭패로다.. 비타민이라는 명명이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다. 근데 이미 세상은 비타민이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하나.. Vitamine에서 e만 살짝 떼어 Vitamin으로 쓰기로 했다.

얼굴이 뜨겁다. 그러나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고, 오늘의 웬수가 내일의 구원자가 되는 일이 현대 의학이나 현대 영양학에서는 아주 빈번한 일인데 이까짓 이름 정도야.. 비타민의 추출이나 합성의 역사는 더 짧다. 1937년에야 처음으로 후추에서 비타민 C를 분리하였고, 그로부터 한참 이후 화학적으로 합성이 가능하게 되었다.

보다시피 우리가 비타민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채 백년도 되지 않았다. 그 전까진 그런게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도 잘 살았다. 이 중요한 비타민을 모르고 따로 신경써서 드시지 않았던 우리의 조상들은 다 비타민 결핍증으로 무력하게 살다가 갔을까? 이건.. 야훼란 신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몇천년을 살던 우리 조상님들이 지금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신음하고 계시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전혀 문제 없었다.


딜레마
야채나 과일이라고는 입에도 대지 않는 호랑이나 사자는 도대체 어디서 비타민을 섭취할까? 짐승의 고기만을 먹는데.. 고기에는 분명히 비타민이 없다면서. 어 진짜? 걔네들 어떻게 살지? 풀만 뜯어 먹어도 힘이 장사인 황소의 경우와 똑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지방이나 단백질을 전혀 먹지 않아도 온몸이 지방과 단백질 덩어리에 힘까지 장사인 ‘황소’, 야채를 전혀 먹지 않아도 비타민 결핍증 없이 펄펄 뛰는 ‘사자’

잡아먹는 초식동물의 장에서 식물성분을 섭취하거나 피에서 그 성분을 섭취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육식만 하는 뱀’만 잡아먹고 사는 새도 있다. 예를 들면 끝이 없다. 솔방울만 먹는 다람쥐, 대나무잎만 먹는 팬더, 생선만 먹는 물개, 개미만 먹는 개미핥기, 나무의 껍질만 벗겨먹는 도마뱀.. 얘네들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으로 ‘편식’을 하면서도 잘 살까?


지구상에 말이다.. 충분한 영양소 섭취를 위해서 여러가지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기를 쓰는 동물은 인간밖에는 없다. 이렇게 여러가지를 먹는 짐승은 없다.



근데 이렇게 가지가지 먹느라 기를 쓰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성분을 추출 합성해서 따로 더 먹어야만 한다고 기를 쓰는 동물도 바로 인간이다.


→ 비타민 숭배 1 – 비타민 열풍
→ 비타민 숭배 2 – 잃어버린 식본능
→ 비타민 숭배 3 – 못 먹어서 안달인 인간들
→ 비타민 숭배 4 – 그 굳건한 신앙
→ 비타민 숭배 5 – 태평국의 몰락
→ 비타민 숭배 6 – 비타민이 무용하다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