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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비타민 숭배 2 - 잃어버린 식본능

나랑 아주 가까운 분 하나가 얼마전 직장암으로 수술을 받으셨다. 직장암의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나쁜 먹거리와 나쁜 식습관이다. 즉 ‘덜어내기’ 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평생 모르고 지내는 병이고, 비록 늦었지라도 이제부터 ‘덜어내기’만 실천 한다면 재발없이 살 수 있는 병이다.

근데 이 양반.. 아직까지도 깨닫지 못하시고 나쁜길로만 계속 가시고 계신댄다. 이 노인네.. 몸에 좋다는 것이면 뭐든지 구해다가 드시던 분이시다. 그래서 얻은 게 직장암이건만 아직까지도 ‘뭐에는 뭐가 좋다더라’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계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인삼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인삼을 왕창 들여놓고 부부가 거의 밥먹듯이 그 인삼을 달여 먹고 쪄먹고 하시다가.. 남편의 눈병이 악화되어 실명위기에 닥쳤다고 한다. 아무리 영약이라는 인삼일지라도 필요없는 사람이 음식처럼 먹으면 단연히 독이 된다.



너무 먹어서 생긴 병을 뭘 먹어서 고치겠다고 하다가 애꿎은 남편 눈만 망가뜨리고 만거다.

또 얘기한다. 당신 몸에 이상이 나타나면 제발,
‘뭘 먹어야' 나을까 생각 하지 말고,
‘뭘 먹지 말아야' 나을까 생각하기 바란다.


당신 입을 다물어 보세요.
새소리도 들리고
벌레소리도 들리고
다 들립니다.

비타민 이야기 계속한다.


만병통치약
사람들은 비타민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매일매일 먹어두기만 하면 병에 걸리지도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또 비타민을 ‘건강 보험’ 이나 ‘노후보장 적금’이라고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매일매일 먹어두면 그게 차곡차곡 쌓여서 나중에 그 덕을 꼭 보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타민은 먹기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불로초도 아니고 은행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적금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내 몸을 갉아먹는 마약일지도 모르며, 몸속에 쌓여있다가 불현듯 내몸을 공격할 수도 있는 트로이목마일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20~60%가 비타민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몇년전 까지만 해도 그중의 하나였다. 아마 비타민알약의 복용 경력만 따지면 나는 아마 상위 0.001% 안에 드는 사람일 것이다. 삐콤.. 이게 처음 나왔을 때부터 매일 한알씩 먹어왔었으니까.

미국은 더하다. 미국 성인의 약 50%가 종합비타민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는비타민 가게가 아예 따로 있다. 수천가지의 비타민 알약들이 카테고리별로 진열되어 있다. 개나 고양이에게 먹이는 비타민 제제도 수백가지이다.

바야흐로 비타민의 홍수시대다. 비타민의 효능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들, 그것에 대한 과학적 반론을 하려는 게 아니다. 할 수도 없다. 아는 게 없으니까. 나는 내 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 한다.


잃어버린 식본능
우리가 현대의 여러가지 문화라는 굴레들을 뒤집어 쓰고 살기 시작한 것은 기실 얼마 되지 않는다. 150년전 우리의 삶이나 오천년전 우리 삶의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불과 백여년 안쪽에 폭풍처럼 변화가 몰리고 있는 중이다. 폭풍 같은 그 변화과정에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건 바로 본능이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식본능이다.

자연상태의 모든 동물들은 자기에게 맞는 음식물을 먹게끔 식본능이 있다. 사자는 고기를 뜯어먹고 소는 풀을 뜯어먹는다. 왜 그렇게 먹느냐 하면 그건 아주 간단하다. 왜냐하면 그게 맛있기 때문이다. 비린내나는 피와 살코기가 사자에겐 맛있게 느껴지고, 씁쓸하기만 한 풀이 소에게는 맛있게 느껴진다.

하나님의 형상을 본따 만든 특별한 존재가 아닌 그저 개나 돼지와 똑 같은 동물인 우리도 우리 몸에 필요한 먹거리를 맛있게 여기는 식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백여년만에 우리는 우리가 ‘동물’ 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조물주와 내통이라도 한 듯, 오만불손해 지고 말았다.

내 몸에 어떤 것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몸은 자연스럽게 그것이 함유되어 있는 해당 음식에 대한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갈증을 느껴 물이 마시고 싶어진다든가 임신을 하면 귤이 먹고 싶어진다든가 하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파고 들어봐야 그때 그때 사람 몸의 요구상황을 절대 알 수 없다. 그건 이렇게 본능만이 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즈음엔 이러한 신비로운 식본능이 원래대로 살아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 배가 고플 때 삶은 감자가 먹고 싶거나 빨간 사과가 먹고 싶은 사람은 이제 없다. 극단적으로는 목이 마르면 콜라나 게토레이가 마시고 싶고, 배가 고프면 피자나 치킨이 먹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설사 배가 고프면 흰 쌀밥과 나물반찬이 먹고 싶어 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목이 마를 때는 물보다 시원한 오렌지쥬스가 더 땡기는 사람도 많다.

소금간이 되어 있지 않은 음식은 이제 밍밍해서 못 먹는다. 설탕이 없으면 딸기나 토마토를 먹지 않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설탕과 소금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어디서 들은게 있어서 양념갈비대신 생갈비를 구워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소금과 설창보다 더 나쁜게 갈비이건만.. 참 웃기는 사람들 많다.


입에서 땡기는 게 몸에서 필요하단 증거?
불을 사용하게 되고, 귀족들만 접할 수 있었던 소금이나 설탕이 일반화 되면서, 게다가 현대에 와서 갖은 화학양념으로 중무장 한 인스턴트 식품들이 일반화되면서 사람들은 동물적 식본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식본능이 완전히 마비되고, 말초적 입맛에 본능의 혼을 빼앗겨 버린 현대인에게 ‘입에서 땡기는 게 몸에서 필요하단 증거’ 라는 원리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현대의 무자비한 과학은 모든 가공식품들을 바로 이렇게 입에 땡기게 변장을 시켜 내보낸다.

옛날에 삐쩍 마른 이상구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채식을 주장할 때 나는 이랬었다. ‘입에서 땡기는게 바로 몸에서 필요하다는 증거야 이 븅신아’ 그래서 삼겹살과 갈비가 맛있으니 그게 내 몸에서 필요한 거고, 맥주와 소주가 당기니 그게 내몸에 필요한 거라고 믿었었다. 그래서 참 많이도 먹었다.

이제는 '먹거리 교육'이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먹거리 교육이라고 하면 퍽 떠오르는게 있다.
영양학.


→ 비타민 숭배 1 – 비타민 열풍
→ 비타민 숭배 2 – 잃어버린 식본능
→ 비타민 숭배 3 – 못 먹어서 안달인 인간들
→ 비타민 숭배 4 – 그 굳건한 신앙
→ 비타민 숭배 5 – 태평국의 몰락
→ 비타민 숭배 6 – 비타민이 무용하다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