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tary Supplement
미국엔 건강식품, 건강보조식품,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말은 없다. 일반적으로 dietary supplement 이며 dietary ingredient 라고 하기도 한다. 굳이 번역하자면 식이보충물, 식이성분, 식이영양소 정도가 되겠다. vitamins, minerals, herbs or other botanicals, amino acids, substances (enzymes, organ tissues, glandulars, and metabolites) 들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번듯하게 약병에 포장되어 알약의 형태를 가진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름엔 藥과 직접 관련된 용어가 없어 이름만으론 약 냄새가 나지 않는다.
왜 약이 아니라 음식이 되었을까?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식품 의약품 관리국)의 분류에도 이것들은 Drug 이 아니라 Food 이다. 생긴 건 틀림없이 약이고 사람들도 약으로 생각하며 그걸 먹는데 법적 분류는 식품이다. 얼핏 생각에 FDA로부터 무시를 당해 약품(Drug)이 아닌 식품(Food)의 카테고리에 속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은 그 반대이다. 건강식품 제조업자들의 치열한 로비에 의해 스스로 고귀한 藥의 지위를 박차고 미천한 食品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었다. 그 사정을 살펴보자.
(원래 '식이보충물'과 같은 용어를 사용해야 하나 이해의 편의를 돕기 위해 맞지 않는 용어지만 그냥 '건강식품'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이해해 주기 바란다.)
미국에서도 건강식품은 원래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으로 취급되어왔다. 그러나 1990년 이 일반분류에 변화를 맞게 된다. FDA에 의해 'Nutrition Labeling and Education Act (영양표시교육법)'이란 것이 제정됨에 따라 건강식품의 경우에도 건강에 대한 효과를 표시할 때는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 하도록 한정한 것이다. 즉 건강식품에 대하여도 일반 의약품과 비슷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을 당장 시행할 경우 건강식품 업계가 송두리째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 충격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 FDA에서는 이 법의 시행에 2년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이것이 FDA의 실수였다. 이 기간 동안 건강식품 업계가 움직인 것이다. 이 규제가 시행될 경우 살아남을 업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건강식품 업계는 사활을 걸고 움직였다. 왜냐하면 제약회사에서는 새 의약품을 개발할 때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임상실험을 거쳐서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고 난 다음, 특허를 받아 생산가격의 몇 백배 이상의 이윤을 남겨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건강식품 업체가 거대 제약회사들처럼 막대한 비용으로 약을 개발하고 임상실험을 거친 뒤 특허를 받아 이윤을 남긴다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즉 ‘상품레벨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만 표시’한다는 당연하고 평범한 규제가 건강식품 제조업자에겐 사활이 걸린 위기였다.
건강식품업자들은 FDA의 이 규제강화책에 대항해서, 2년의 유예기간동안 정치인에 대한 로비와 소비자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마침내 건강식품 업계의 이러한 대대적이고 치밀한 작전이 성공하여 드디어 1994년 DSHEA(Dietary Supplement Health Education Act. 건강식품건강교육법)이란 법이 제정되었다.
이 DSHEA 에 의해 건강식품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확실히 정의되었으며, 제조업자는 구성 성분과 ‘안전하게 사용되어온 실적제시’만 제시하면 판매가 가능하게 되었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의무가 완전히 면제되었다. 완전한 치외법권의 성역이 된 것이다. 효능표시에 있어서도 ‘질병에 대한 효과’는 표시할 수 없으나, ‘신체건강에 대한 일반적 효능표시’는 허가되었다. 예를 들어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안되지만 ‘심장건강유지에 도움 준다’라는 표시는 가능하게 되었고 ‘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높인다’는 안되지만 ‘면역 건강을 촉진한다’라는 애매한 표현은 가능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시판중인 건강식품의 안전성이 확실히 의심되는 경우에도 FDA에서 그 판매를 중지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반대증거를 과학적으로 입증 제시해야만 하게 되었다. 적반하장이다.
DSHEA 는 이렇게 건강식품에 대한 FDA의 규제권한을 완전 무력화시키는 법이다. 덕분에 이 법의 발효 이후 건강식품의 매출은 2 년만에 4배 이상 늘었으며 미국민의 50% 가 이 건강식품을 섭취할 만큼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까다로운 규제나 의무가 거의 없어서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싼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품질과 안전성을 사전에 입증할 필요가 없게 된 ‘성역’ 건강식품은 요즈음엔 그 시장규모가 무려 200억 달러(20조원)가 넘는 큰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건강식품의 승리
이 법에서 상당히 냄새가 난다. 물론 취지는 국민의 의료결정권리와 소비자주장을 우선하자는 것이다. 소비자 권익보호차원에서 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식품들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의 단순 소비차원에서 보면 이 DSHEA는 분명히 소비자들의 지출을 절감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법이다. 그러나 이 법은 건강식품 제조업자들을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게 하였다.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건강식품들이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게 되자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필연적으로 피할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Ephedra 사건이라는 게 있었다. 한약재로 쓰이는 마황에서 추출한 성분 ephedrine이 살 빼는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자 약삭빠른 사람들이 이걸 추출해서 알약으로 만들어 팔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걸 복용했는데.. 심장과 신경계의 부작용보고가 16,000건, 심장경색증 4명과 뇌졸중 9명이 발생하고 급기야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미국에서는 고삐풀린 망아지, 건강식품을 의약품의 범주에 넣어 FDA로부터 강력한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건강식품의 부작용을 전혀 예방할 수 없게 만든 ‘악법’ DSHEA 를 철폐하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그 선봉에는 AMA(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미국 의사협회)가 있었다. 이들은 DSHEA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며 건강식품을 약품으로 규제할 것을 촉구했다.
AMA 문제점 제기의 근본은 ‘국민들은 착각한다. 건강식품도 일반 의약품처럼 정부의 통제를 받을 것이며 당연히 안전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국민들은 건강식품도 FDA에서 통제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실상은 DSHEA에 의해 전혀 통제를 받고 있지 않은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자연식품이 아닌 ‘추출물’ 혹은 ‘합성물’인 건강식품들이 아무런 통제 없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국민들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이를 복용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심각한 문제이다.
FDA의 규제
그래서 FDA는 2003년 3월 건강식품제품 효과표시에 대한 규제를 제안하게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건강식품의 유해성 여부는 제조업자의 설명에만 의지토록 되어있는데 과장광고를 일삼는 업자들을 말을 결코 믿을 수 없으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또 업자들이 교묘한 수법으로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을 기재하고 있는데, 만약 이 설명들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분명히 약품이므로 당연히 안전성과 효과기준을 요하는 FDA의 규제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반격
하지만 건강식품 업자들도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소비자 단체와 규합하여 FDA의 이런 시도가 소비자의 권익을 짓밟는 월권이라고 규탄하며 이 모든 것들이 ‘제약회사’에게 매수당한 ‘의사협회’가 FDA를 조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겉으론 국민의 건강을 내세우지만 실은 제약회사와 의사들의 기득권과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추악한 이기주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의사협회가 건강식품의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며 청문회때 주장했던 건강식품의 다섯가지 의문을 제약회사에 똑같이 묻고 있다.
1. 표시된 용량이 실제로 포함되어 있나?
2. 업자의 광고처럼 안전한가?
3.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안전한가? 그리고 다른 처방약과 같이 복용해도 안전한가?
4. 기재된 제품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
5. 환자가 병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병 치유를 지연시키는가?
재미있다. 똑같이 똥묻은 놈들끼리 ‘네몸에 똥 묻었다, 니몸에도 똥 묻었다’ 싸우는 꼴이다. 왜냐하면 제약회사들도 이 물음에 대한 답변에 역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약품들은 ‘현재의 과학 기준’을 통과한 것일 뿐 역사적으로 그 어떤 약도 효과와 안전성에서 완벽하게 입증된 적은 없다. FDA로부터 아주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아 시판되던 약이 불과 몇 년 후 심장질환을 유발하네 어쩌네 하면서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지는 걸 우린 수도 없이 목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의학계가 건강식품업계에 ‘너만 똥 묻었다’며 큰소리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이며 딜레마다.
개낀 도낀의 싸움
어차피 똑같이 불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벌이는 건강식품업계와 의료계의 싸움은 그래서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너저분하게 열거한 것들을 정리를 해보자.
1. 건강식품계의 로비로 DSHEA 가 제정되어 건강식품이 FDA의 통제를 받지 않게됨에 따라 건강식품의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 제약회사의 매출과 의사의 권위에 흠집이 나기 시작하는 찰나에 건강식품의 유해성이 나타났다.
3. 의학계는 이를 계기로 DSHEA 개정 총공세에 나서 건강식품도 의약품으로 규정하고 FDA의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 그러자 건강식품 업계와 소비자 단체는 ‘제약회사’에 매수당한 ‘의사협회’가 FDA를 조종하는 것이라며 맞대응한다.
일부는 밥그릇 싸움이고, 일부는 자존심 싸움이고, 일부는 과학적 확신이나 국민들의 보건을 위한 사명감의 싸움이겠지만.. 1994년 이래 건강식품의 규제 논란은 아직도 이렇게 미국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서로 경쟁적으로 과학적인 용어와 최신 자료들을 들이대면서 싸우고 있겠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 한쪽이 밀리지도 않으며 어느 한쪽이 양보하거나 포기할 낌새도 전혀 없다. 이는 양측의 주장에 나름대로 과학적 증거가 팽팽하거나 혹은 제시하는 과학적 증거가 똑같이 부실하다는 뜻이다.
건강식품의 정체성을 확인하자며 벌이고 있는 13년간 싸움, 하지만 아직도 건강식품의 정체는 미국에서 오리무중이다. 과학적 증거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에서 건강식품은 아직 ‘약도 아니고 식품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아직까지 그대로 있다. 미국의 이런 답답한 사정을 보면서 우린 이거 하나를 알 수 있다.
‘건강식품은 약처럼 효과가 있지도 않고, 식품처럼 안전하지도 않다.’
이제 다시 우리나라로 가보자.
→ 건강식품 1 – 건강식품 공화국
→ 건강식품 2 – 건강식품, 미국에서의 위상
→ 건강식품 3 – 건강식품은 오히려 독이다
미국엔 건강식품, 건강보조식품,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말은 없다. 일반적으로 dietary supplement 이며 dietary ingredient 라고 하기도 한다. 굳이 번역하자면 식이보충물, 식이성분, 식이영양소 정도가 되겠다. vitamins, minerals, herbs or other botanicals, amino acids, substances (enzymes, organ tissues, glandulars, and metabolites) 들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번듯하게 약병에 포장되어 알약의 형태를 가진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름엔 藥과 직접 관련된 용어가 없어 이름만으론 약 냄새가 나지 않는다.
왜 약이 아니라 음식이 되었을까?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식품 의약품 관리국)의 분류에도 이것들은 Drug 이 아니라 Food 이다. 생긴 건 틀림없이 약이고 사람들도 약으로 생각하며 그걸 먹는데 법적 분류는 식품이다. 얼핏 생각에 FDA로부터 무시를 당해 약품(Drug)이 아닌 식품(Food)의 카테고리에 속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은 그 반대이다. 건강식품 제조업자들의 치열한 로비에 의해 스스로 고귀한 藥의 지위를 박차고 미천한 食品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었다. 그 사정을 살펴보자.
(원래 '식이보충물'과 같은 용어를 사용해야 하나 이해의 편의를 돕기 위해 맞지 않는 용어지만 그냥 '건강식품'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이해해 주기 바란다.)
미국에서도 건강식품은 원래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으로 취급되어왔다. 그러나 1990년 이 일반분류에 변화를 맞게 된다. FDA에 의해 'Nutrition Labeling and Education Act (영양표시교육법)'이란 것이 제정됨에 따라 건강식품의 경우에도 건강에 대한 효과를 표시할 때는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 하도록 한정한 것이다. 즉 건강식품에 대하여도 일반 의약품과 비슷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을 당장 시행할 경우 건강식품 업계가 송두리째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 충격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 FDA에서는 이 법의 시행에 2년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이것이 FDA의 실수였다. 이 기간 동안 건강식품 업계가 움직인 것이다. 이 규제가 시행될 경우 살아남을 업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건강식품 업계는 사활을 걸고 움직였다. 왜냐하면 제약회사에서는 새 의약품을 개발할 때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임상실험을 거쳐서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고 난 다음, 특허를 받아 생산가격의 몇 백배 이상의 이윤을 남겨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건강식품 업체가 거대 제약회사들처럼 막대한 비용으로 약을 개발하고 임상실험을 거친 뒤 특허를 받아 이윤을 남긴다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즉 ‘상품레벨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만 표시’한다는 당연하고 평범한 규제가 건강식품 제조업자에겐 사활이 걸린 위기였다.
건강식품업자들은 FDA의 이 규제강화책에 대항해서, 2년의 유예기간동안 정치인에 대한 로비와 소비자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마침내 건강식품 업계의 이러한 대대적이고 치밀한 작전이 성공하여 드디어 1994년 DSHEA(Dietary Supplement Health Education Act. 건강식품건강교육법)이란 법이 제정되었다.
이 DSHEA 에 의해 건강식품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확실히 정의되었으며, 제조업자는 구성 성분과 ‘안전하게 사용되어온 실적제시’만 제시하면 판매가 가능하게 되었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의무가 완전히 면제되었다. 완전한 치외법권의 성역이 된 것이다. 효능표시에 있어서도 ‘질병에 대한 효과’는 표시할 수 없으나, ‘신체건강에 대한 일반적 효능표시’는 허가되었다. 예를 들어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안되지만 ‘심장건강유지에 도움 준다’라는 표시는 가능하게 되었고 ‘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높인다’는 안되지만 ‘면역 건강을 촉진한다’라는 애매한 표현은 가능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시판중인 건강식품의 안전성이 확실히 의심되는 경우에도 FDA에서 그 판매를 중지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반대증거를 과학적으로 입증 제시해야만 하게 되었다. 적반하장이다.
DSHEA 는 이렇게 건강식품에 대한 FDA의 규제권한을 완전 무력화시키는 법이다. 덕분에 이 법의 발효 이후 건강식품의 매출은 2 년만에 4배 이상 늘었으며 미국민의 50% 가 이 건강식품을 섭취할 만큼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까다로운 규제나 의무가 거의 없어서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싼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품질과 안전성을 사전에 입증할 필요가 없게 된 ‘성역’ 건강식품은 요즈음엔 그 시장규모가 무려 200억 달러(20조원)가 넘는 큰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건강식품의 승리
이 법에서 상당히 냄새가 난다. 물론 취지는 국민의 의료결정권리와 소비자주장을 우선하자는 것이다. 소비자 권익보호차원에서 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식품들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의 단순 소비차원에서 보면 이 DSHEA는 분명히 소비자들의 지출을 절감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법이다. 그러나 이 법은 건강식품 제조업자들을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게 하였다.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건강식품들이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게 되자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필연적으로 피할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Ephedra 사건이라는 게 있었다. 한약재로 쓰이는 마황에서 추출한 성분 ephedrine이 살 빼는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자 약삭빠른 사람들이 이걸 추출해서 알약으로 만들어 팔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걸 복용했는데.. 심장과 신경계의 부작용보고가 16,000건, 심장경색증 4명과 뇌졸중 9명이 발생하고 급기야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미국에서는 고삐풀린 망아지, 건강식품을 의약품의 범주에 넣어 FDA로부터 강력한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건강식품의 부작용을 전혀 예방할 수 없게 만든 ‘악법’ DSHEA 를 철폐하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그 선봉에는 AMA(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미국 의사협회)가 있었다. 이들은 DSHEA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며 건강식품을 약품으로 규제할 것을 촉구했다.
AMA 문제점 제기의 근본은 ‘국민들은 착각한다. 건강식품도 일반 의약품처럼 정부의 통제를 받을 것이며 당연히 안전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국민들은 건강식품도 FDA에서 통제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실상은 DSHEA에 의해 전혀 통제를 받고 있지 않은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자연식품이 아닌 ‘추출물’ 혹은 ‘합성물’인 건강식품들이 아무런 통제 없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국민들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이를 복용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심각한 문제이다.
FDA의 규제
그래서 FDA는 2003년 3월 건강식품제품 효과표시에 대한 규제를 제안하게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건강식품의 유해성 여부는 제조업자의 설명에만 의지토록 되어있는데 과장광고를 일삼는 업자들을 말을 결코 믿을 수 없으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또 업자들이 교묘한 수법으로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을 기재하고 있는데, 만약 이 설명들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분명히 약품이므로 당연히 안전성과 효과기준을 요하는 FDA의 규제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반격
하지만 건강식품 업자들도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소비자 단체와 규합하여 FDA의 이런 시도가 소비자의 권익을 짓밟는 월권이라고 규탄하며 이 모든 것들이 ‘제약회사’에게 매수당한 ‘의사협회’가 FDA를 조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겉으론 국민의 건강을 내세우지만 실은 제약회사와 의사들의 기득권과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추악한 이기주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의사협회가 건강식품의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며 청문회때 주장했던 건강식품의 다섯가지 의문을 제약회사에 똑같이 묻고 있다.
1. 표시된 용량이 실제로 포함되어 있나?
2. 업자의 광고처럼 안전한가?
3.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안전한가? 그리고 다른 처방약과 같이 복용해도 안전한가?
4. 기재된 제품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
5. 환자가 병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병 치유를 지연시키는가?
재미있다. 똑같이 똥묻은 놈들끼리 ‘네몸에 똥 묻었다, 니몸에도 똥 묻었다’ 싸우는 꼴이다. 왜냐하면 제약회사들도 이 물음에 대한 답변에 역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약품들은 ‘현재의 과학 기준’을 통과한 것일 뿐 역사적으로 그 어떤 약도 효과와 안전성에서 완벽하게 입증된 적은 없다. FDA로부터 아주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아 시판되던 약이 불과 몇 년 후 심장질환을 유발하네 어쩌네 하면서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지는 걸 우린 수도 없이 목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의학계가 건강식품업계에 ‘너만 똥 묻었다’며 큰소리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이며 딜레마다.
개낀 도낀의 싸움
어차피 똑같이 불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벌이는 건강식품업계와 의료계의 싸움은 그래서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너저분하게 열거한 것들을 정리를 해보자.
1. 건강식품계의 로비로 DSHEA 가 제정되어 건강식품이 FDA의 통제를 받지 않게됨에 따라 건강식품의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 제약회사의 매출과 의사의 권위에 흠집이 나기 시작하는 찰나에 건강식품의 유해성이 나타났다.
3. 의학계는 이를 계기로 DSHEA 개정 총공세에 나서 건강식품도 의약품으로 규정하고 FDA의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 그러자 건강식품 업계와 소비자 단체는 ‘제약회사’에 매수당한 ‘의사협회’가 FDA를 조종하는 것이라며 맞대응한다.
일부는 밥그릇 싸움이고, 일부는 자존심 싸움이고, 일부는 과학적 확신이나 국민들의 보건을 위한 사명감의 싸움이겠지만.. 1994년 이래 건강식품의 규제 논란은 아직도 이렇게 미국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서로 경쟁적으로 과학적인 용어와 최신 자료들을 들이대면서 싸우고 있겠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 한쪽이 밀리지도 않으며 어느 한쪽이 양보하거나 포기할 낌새도 전혀 없다. 이는 양측의 주장에 나름대로 과학적 증거가 팽팽하거나 혹은 제시하는 과학적 증거가 똑같이 부실하다는 뜻이다.
건강식품의 정체성을 확인하자며 벌이고 있는 13년간 싸움, 하지만 아직도 건강식품의 정체는 미국에서 오리무중이다. 과학적 증거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에서 건강식품은 아직 ‘약도 아니고 식품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아직까지 그대로 있다. 미국의 이런 답답한 사정을 보면서 우린 이거 하나를 알 수 있다.
‘건강식품은 약처럼 효과가 있지도 않고, 식품처럼 안전하지도 않다.’
이제 다시 우리나라로 가보자.
→ 건강식품 1 – 건강식품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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