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정의의 혼란
한국에서 사용하는 ‘건강기능식품’의 법적 정의는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정제,캅셀,분말,과립,액상,환 등의 형태로 제조 가공한 식품으로서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식품’이다.
그렇다면 이는 미국 Dietary Supplements(영양보조제)의 정의인 ‘A dietary supplement is a product taken by mouth that contains a "dietary ingredient" intended to supplement the diet. The "dietary ingredients" in these products may include: vitamins, minerals, herbs or other botanicals, amino acids, and substances such as enzymes, organ tissues, glandulars, and metabolites'와 거의 같은 의미이다.
즉 우리나라 정부가 정의한 건강기능식품이란, 모든 비타민등의 영양보조제와 칼슘등 각종 성분보충제들,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 같은 특수성분제들, 각종 엑기스(추출물)들을 알이나 캡슐로 만들어져 병에 포장되어 나오는 제품들, 즉 영양보조제들을 말하는 것 같다. 이상하다. 다른나라에선 영양보조제인데 우리나라에선 건강보조식품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영양보조제라고 부르는 걸 왜 우리나라 정부는 굳이 건강보조식품이라고 칭하는지 모르겠다. 비타민이나 칼숨보충제를 건강보조식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당연히 약 혹은 영양보충제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것들을 건강기능식품이라고 규정했다. 어떤 심오한 뜻이 숨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건강식품의 의미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건강기능식품'은 이렇게 한국정부가 규정한 영양보조제로서의 ‘건강기능식품’과는 완전히 다르다. 곡식들의 가루모음, 연구소에서 개발했다는 정체불명의 가공식품들, 기적의 약효가 있다는 풀뿌리들과 과일들, 그리고 유황오리, 상황버섯, 고양이고기등 고유한 약효가 있다고 믿어지는 것들과 사슴피, 뱀술, 개소주, 보신탕, 물개자지등 전통적으로 알려진 정력식품들 같은 것들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인 것 같다. 즉 한국에서 사용되는 '건강기능식품'은 사전적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이런 자양강장 음식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여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용법에서 본다면 한국정부가 규정한 정의보다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건강식품(Health Food)의 의미에 오히려 가깝다.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품 (Health Foods / Healthy Foods / Foods for Health)을 보자. 토마토, 시금치, 견과류, 브로콜리(양배추), 귀리(보리), 마늘, 녹차, 적포도주, 연어(고등어), 블루베리(가지)이다. 비록 유난스런 음식물들이 아니라 흔한 식품중에서 우리가 신경을 좀 써서 먹어주면 건강에 좋을거라는 평범한 식품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건강보조식품의 범위가 애매하여 영양보조제도 건강보조식품이고 이런 음식류들도 건강보조식품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에서는 건강과 관련된 식품을 Natural Foods 자연건강식품, Organic Foods 유기농식품, Dietary Supplements 영양보조제 등 세가지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독특한 건강식품
한국의 건강식품과 외국의 건강식품은 식품들의 면면이 상당히 다르다. 외국인들은 자연에 있는 자연음식을 건강식품이라고 부르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기적의 약효나 자양강장효과가 있는 걸 건강식품이라고 부른다. 별의 별걸 다 먹는다. 썩은 문지방을 갈아 마시고, 쥐를 볶아 먹고, 개를 한약재와 함께 푹 고아서 마시고, 지네를 바짝 말려서 빻아 소주와 함께 마시고, 노루의 생피를 마시고, 곰의 쓸개즙을 빨대로 빨아 먹는다.
이런 건강식품의 정확한 용어정의나 범주는 아직 우리나라에선 애매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건강식품 시장 규모는 대략 20조원이라고 한다. 정규 의약품 시장보다도 오히려 4배가 크다. 온갖 해괴망칙한 가공식품들과 농축액들, 정체불명의 엑기스제제들이 ‘건강식품’ 이라는 이름으로 변장을 하고 무분별하게 전국민에게 살포되고 있고, 국민들은 그 ‘이상한 것’들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먹고 있다.
첫번째는 동물류이다.
정력에는 물개자지, 관절염에 고양이뼈, 보양에는 개소주나 흑염소 기타 유황오리 장어 보신탕 삼계탕등등.. 나아가 각종 벌레류들까지. 우리 한국인들의 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 ‘보양’이라는 단어는 난공불락의 성벽이다.
(해구신이다. 수도 없이 교미하는 물개의 자지를 먹으면 나도 그 물개만큼 교미할 수 있댄다)
두번째는 생소한 풀뿌리 과일들이다.
한때 ‘악마의 발톱’이라는 풀에서 추출한 성분이 관절염에 특효라고 소문이 났던 적이 있었다. 또 ‘암에는 상황버섯’이라는 주문이 성행했던 적도 있었다. ‘기적의 절대과일’도 여기에 속한다.
세번째는 추출물제제들이다.
심해상어 간에서 추출니, 게의 껍질에서 추출, 바닷속 물풀에서 추출니, 매실 엑기스니 마늘 엑기스니 재첩 엑기스니..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추출물제제들이 넘쳐난다.
네번째는 보약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약에 대한 환상이 있다. 겨울이 되기전 보약을 먹어두면 겨울을 든든하게 날 수 있다든가, 아이들에게 보약을 먹이면 키가 크고 머리가 좋아진다든가.. 정체불명의 보양식품에 ‘한방’이라는 단어를 붙이거나 한방포장을 하면 갑자기 검증된 건강식품이 된다.
다섯째는 생식관련 식품들이다.
여러가지 곡식들을 빻아서 섞어서 아침마다 배달해 준다. 갖가지 풀들을 즙을 내어 아침마다 배달해 준다. 쭉 들이키고 나면 자연을 한아름 마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소위' 건강식품류들이 ‘카더라 카더라’ 하면서 퍼진다. 믿거나 말거나 ‘먹어보니까 진짜로 효과가 있었다’며 퍼진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실제로 몸에 좋은지 아닌지 또는 오히려 해로운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사람에겐 지네가루가 오래된 관절염을 확 낫게 해주는 특효약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기적의 절대과일이 회춘의 과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지네가루가 치명적인 독소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기적의 절대과일이 급성 알러지 발작으로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어느것도 모든사람의 건강을 모두 증진시켜주지 않는다.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
해괴한 것들 앞에 ‘건강’이라는 이름만 달리면 그것이 마치 건강을 위한 식품인양 인정을 받는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산자들은 정체불명의 ‘가공식품’을 듣기좋은 ‘건강식품’ 혹은 ‘헬스푸드’라고 광고하고, 소비자들을 그말을 믿고 현혹되어 정체도 알 수 없는 그것들을 먹는다.
우리가 늘 잊지 말아야 할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효과가 있는 약은 전부 부작용이 있고, 부작용이 없는 약은 효과가 없다.’ 이 말은 비단 약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식품도 마찬가지이다. 유명한 건강식품이래길래 먹었더니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하자. 이 의미는 그 식품에 반드시 부작용도 함께 있다는 뜻이다. 나와 아주 절친하던 두 분의 경우를 보자.
1. [60대 여자. ‘건강하기 위해선 나이가 들수록 잘 먹어줘야 한다’는 것이 그분의 지론이었다. ‘뭐가 몸에 참 좋다더라’ 라는 소릴 들으면 그것이 음식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가공식품이든 농축액이든 엑기스제제이든 반드시 그걸 구해다 장기간 드셨다. 아직 일흔이 안 되신 그분, 현재 항문이 없으시다. 직장암으로 항문과 직장 전체를 들어냈기 때문이다. 소위 ‘똥주머니’를 차고 다녀야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리셨다.]
2. [한약재상을 직접 운영하던 60중반의 남자. 젊은 여자 꼬시기가 그의 부업이었는데, 젊은 여자들을 위해 늘 튼튼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는 매일 몸에 좋다는 보약을 음료수처럼 마셔댔다. 어느날 혈변이 오래도록 나온다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대장폴립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술직전 그것이 암으로 밝혀졌는데 그는 미국의사들 못 믿겠다며 굳이 한국으로 수술받으러 갔다. 그리곤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물론 이들이 건강식품이나 한약의 과다복용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음식만으론 안심이 안되어 음식이 아닌 다른 뭔가에 과도하게 집착했다는 점과 그래서 결국 똑같이 대장암을 얻게 되어 뒷분은 유명을 달리 했고, 앞의 분은 대수술후에 생명은 건졌으나 평생 똥주머니를 달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롱런하는 건강식품 본적 있나?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 수많은 건강식품들 중 일년 이상 롱런하는 걸 본 적 있는가?.. 단 하나도 없다. 건강식품 제조회사인 일본의 수퍼헬스인가 하는 회사도 서너달이 멀다하고 새로운 것들을 쏟아내고 예전것들은 사라진다. 아마도 과장광고로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한계는 대략 일년정도인 모양이다. 여기서 일단 혐오식품은 논외로 한다. 그런것들에 대한 믿음은 이미 뼈속깊이 뿌리박혀 거의 신앙수준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에 이성적인 설득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강식품이란 말은 근본적으로 속임수를 내포한 단어이다. '건강'이라는 단어를 붙여 그걸 먹으면 건강해 질것같은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속임수이다. 우리주변의 건강식품들은 건강과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뭘 먹었더니 확실하게 좋아졌다는 얘기가 설령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뿐 국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각 식품에 대한 효능판단은 개인의 전반적인 건강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로 내려져야 한다. 무엇을 먹었더니 어떤 증상이 없어졌다고, 그래서 그것이 좋은 식품이라고 맹신해서는 안된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음식은 동그랗다
우리가 늘 먹는 음식들은 동그랗다. 그래서 아무리 오랫동안 먹어도 우리 몸에 해가 없다. 그러나 일상으로 먹는 음식이 아닌 것들은 전부 모가 나 있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그 모난 것들을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 모난 것을 굳이 먹는다. 인간이 육식을 하는 것, 입에 대면 입술이 아리도록 강한 식물을 달여 먹는 것, 모든지 불에 익혀 먹는 것,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추출물 형태로 뭔가 뽑아 먹는 것, 곡식을 잘게 빻아 물에 섞어 마시거나 풀의 즙을 짜내어 마시는 것, 여러가지 풀뿌리들을 물에 넣고 장시간 끓여 그 녹아난 물을 마시는 것.. 이런 것들은 결코 동그랗지 않다. 이 모난 것이 때에 따라 우리 몸의 잘못된 부분을 두들겨 낫게 해 줄 수도 있겠으나, 모난 것은 결국 언젠가 우리 몸에도 해를 입히게 되어있다.
건강식품은 언제 먹어야 하나
하지만 이렇게 모가 났다는 것은 때에 따라 잘못된 부분을 두들겨 낫게 해 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인스턴트식품으로 때우거나 불규칙한 식사습관이 오래도록 계속 되어져 영양불균형이 심각한 경우, 이런 때엔 어쩔 수 없이 모가 난 음식물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있겠다. 이처럼 자기의 몸에 객관적인 영양실조나 병적상황이 있는 경우엔 그 병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품이 있다고 본다. 단 일시적이여야 한다. 근본적인 식습관을 개선하지 못한 채 건강식품에 계속 의존한다면 그의 말로는 뻔하다.
건강식품은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건강식품은 바람직한 식습관을 방해하는 최악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건강보조식품이든 영양보조제이든, 모든 건강식품은 건강한 식습관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비타민 미네랄 특수성분제제들은 몸을 혹사하고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면죄부를 주고, 각종 섬유소나 특수추출물들은 야채나 과일을 덜먹어도 되는 면죄부를 주고, 각종 항암제품이라는 것들은 암을 우습게 알고 몸을 함부로 해도 되는 면죄부를 준다. 설사 건강식품으로 얻는게 있다 해도 잃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많게 마련이다. 하물며 일부 혐오식품은 말할 것도 없다.
뭐든지 자연이 먹으라고 한 모든 식품은 적당히 먹으면 건강식품이고 지나치면 건강을 해치는 음식이다. 자연이 먹으라고 하지 않은 모든 식품은 먹어봐야 독이다. 즉 상기한 너댓가지 건강식품들도 결국은 전부 毒일 뿐이다. 엄밀히 말해 이 세상에 건강식품이란 없다.
진짜 건강식품은 우리들의 평범한 밥상
진짜 건강식품이란 다른데에 있지 않다. 우리들의 '자연'스런 밥상이다. 바른 식이 습관과 영양 섭취로 개선되거나 치료되지 않는 질환은 거의 없다. 평범한 식이요법이나 식생활 개선이 단기적 효과는 약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약물치료나 건강식품에 비해 부작용 없이 효과가 월등하다. 그러나 약물치료나 건강 기능식품의 무분별한 섭취는 반드시 부작용을 심각하게 경험한다.
단언한다. 이 세상에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효과의 ‘건강’식품이란 결코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건강하고 싶다면 '건강식품을 멀리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늘 하는 말, 또 한다.
제발 '뭘 먹어서' 건강해지겠다는 생각 좀 버리고, '뭘 먹지 말아야' 건강해질까를 생각하자.
→ 건강식품 1 – 건강식품 공화국
→ 건강식품 2 – 건강식품, 미국에서의 위상
→ 건강식품 3 – 건강식품은 오히려 독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건강기능식품’의 법적 정의는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정제,캅셀,분말,과립,액상,환 등의 형태로 제조 가공한 식품으로서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식품’이다.
그렇다면 이는 미국 Dietary Supplements(영양보조제)의 정의인 ‘A dietary supplement is a product taken by mouth that contains a "dietary ingredient" intended to supplement the diet. The "dietary ingredients" in these products may include: vitamins, minerals, herbs or other botanicals, amino acids, and substances such as enzymes, organ tissues, glandulars, and metabolites'와 거의 같은 의미이다.
즉 우리나라 정부가 정의한 건강기능식품이란, 모든 비타민등의 영양보조제와 칼슘등 각종 성분보충제들,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 같은 특수성분제들, 각종 엑기스(추출물)들을 알이나 캡슐로 만들어져 병에 포장되어 나오는 제품들, 즉 영양보조제들을 말하는 것 같다. 이상하다. 다른나라에선 영양보조제인데 우리나라에선 건강보조식품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영양보조제라고 부르는 걸 왜 우리나라 정부는 굳이 건강보조식품이라고 칭하는지 모르겠다. 비타민이나 칼숨보충제를 건강보조식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당연히 약 혹은 영양보충제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것들을 건강기능식품이라고 규정했다. 어떤 심오한 뜻이 숨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건강식품의 의미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건강기능식품'은 이렇게 한국정부가 규정한 영양보조제로서의 ‘건강기능식품’과는 완전히 다르다. 곡식들의 가루모음, 연구소에서 개발했다는 정체불명의 가공식품들, 기적의 약효가 있다는 풀뿌리들과 과일들, 그리고 유황오리, 상황버섯, 고양이고기등 고유한 약효가 있다고 믿어지는 것들과 사슴피, 뱀술, 개소주, 보신탕, 물개자지등 전통적으로 알려진 정력식품들 같은 것들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인 것 같다. 즉 한국에서 사용되는 '건강기능식품'은 사전적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이런 자양강장 음식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여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용법에서 본다면 한국정부가 규정한 정의보다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건강식품(Health Food)의 의미에 오히려 가깝다.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품 (Health Foods / Healthy Foods / Foods for Health)을 보자. 토마토, 시금치, 견과류, 브로콜리(양배추), 귀리(보리), 마늘, 녹차, 적포도주, 연어(고등어), 블루베리(가지)이다. 비록 유난스런 음식물들이 아니라 흔한 식품중에서 우리가 신경을 좀 써서 먹어주면 건강에 좋을거라는 평범한 식품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건강보조식품의 범위가 애매하여 영양보조제도 건강보조식품이고 이런 음식류들도 건강보조식품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에서는 건강과 관련된 식품을 Natural Foods 자연건강식품, Organic Foods 유기농식품, Dietary Supplements 영양보조제 등 세가지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독특한 건강식품
한국의 건강식품과 외국의 건강식품은 식품들의 면면이 상당히 다르다. 외국인들은 자연에 있는 자연음식을 건강식품이라고 부르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기적의 약효나 자양강장효과가 있는 걸 건강식품이라고 부른다. 별의 별걸 다 먹는다. 썩은 문지방을 갈아 마시고, 쥐를 볶아 먹고, 개를 한약재와 함께 푹 고아서 마시고, 지네를 바짝 말려서 빻아 소주와 함께 마시고, 노루의 생피를 마시고, 곰의 쓸개즙을 빨대로 빨아 먹는다.
이런 건강식품의 정확한 용어정의나 범주는 아직 우리나라에선 애매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건강식품 시장 규모는 대략 20조원이라고 한다. 정규 의약품 시장보다도 오히려 4배가 크다. 온갖 해괴망칙한 가공식품들과 농축액들, 정체불명의 엑기스제제들이 ‘건강식품’ 이라는 이름으로 변장을 하고 무분별하게 전국민에게 살포되고 있고, 국민들은 그 ‘이상한 것’들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먹고 있다.
첫번째는 동물류이다.
정력에는 물개자지, 관절염에 고양이뼈, 보양에는 개소주나 흑염소 기타 유황오리 장어 보신탕 삼계탕등등.. 나아가 각종 벌레류들까지. 우리 한국인들의 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 ‘보양’이라는 단어는 난공불락의 성벽이다.
(해구신이다. 수도 없이 교미하는 물개의 자지를 먹으면 나도 그 물개만큼 교미할 수 있댄다)
두번째는 생소한 풀뿌리 과일들이다.
한때 ‘악마의 발톱’이라는 풀에서 추출한 성분이 관절염에 특효라고 소문이 났던 적이 있었다. 또 ‘암에는 상황버섯’이라는 주문이 성행했던 적도 있었다. ‘기적의 절대과일’도 여기에 속한다.
세번째는 추출물제제들이다.
심해상어 간에서 추출니, 게의 껍질에서 추출, 바닷속 물풀에서 추출니, 매실 엑기스니 마늘 엑기스니 재첩 엑기스니..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추출물제제들이 넘쳐난다.
네번째는 보약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약에 대한 환상이 있다. 겨울이 되기전 보약을 먹어두면 겨울을 든든하게 날 수 있다든가, 아이들에게 보약을 먹이면 키가 크고 머리가 좋아진다든가.. 정체불명의 보양식품에 ‘한방’이라는 단어를 붙이거나 한방포장을 하면 갑자기 검증된 건강식품이 된다.
다섯째는 생식관련 식품들이다.
여러가지 곡식들을 빻아서 섞어서 아침마다 배달해 준다. 갖가지 풀들을 즙을 내어 아침마다 배달해 준다. 쭉 들이키고 나면 자연을 한아름 마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소위' 건강식품류들이 ‘카더라 카더라’ 하면서 퍼진다. 믿거나 말거나 ‘먹어보니까 진짜로 효과가 있었다’며 퍼진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실제로 몸에 좋은지 아닌지 또는 오히려 해로운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사람에겐 지네가루가 오래된 관절염을 확 낫게 해주는 특효약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기적의 절대과일이 회춘의 과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지네가루가 치명적인 독소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기적의 절대과일이 급성 알러지 발작으로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어느것도 모든사람의 건강을 모두 증진시켜주지 않는다.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
해괴한 것들 앞에 ‘건강’이라는 이름만 달리면 그것이 마치 건강을 위한 식품인양 인정을 받는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산자들은 정체불명의 ‘가공식품’을 듣기좋은 ‘건강식품’ 혹은 ‘헬스푸드’라고 광고하고, 소비자들을 그말을 믿고 현혹되어 정체도 알 수 없는 그것들을 먹는다.
우리가 늘 잊지 말아야 할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효과가 있는 약은 전부 부작용이 있고, 부작용이 없는 약은 효과가 없다.’ 이 말은 비단 약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식품도 마찬가지이다. 유명한 건강식품이래길래 먹었더니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하자. 이 의미는 그 식품에 반드시 부작용도 함께 있다는 뜻이다. 나와 아주 절친하던 두 분의 경우를 보자.
1. [60대 여자. ‘건강하기 위해선 나이가 들수록 잘 먹어줘야 한다’는 것이 그분의 지론이었다. ‘뭐가 몸에 참 좋다더라’ 라는 소릴 들으면 그것이 음식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가공식품이든 농축액이든 엑기스제제이든 반드시 그걸 구해다 장기간 드셨다. 아직 일흔이 안 되신 그분, 현재 항문이 없으시다. 직장암으로 항문과 직장 전체를 들어냈기 때문이다. 소위 ‘똥주머니’를 차고 다녀야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리셨다.]
2. [한약재상을 직접 운영하던 60중반의 남자. 젊은 여자 꼬시기가 그의 부업이었는데, 젊은 여자들을 위해 늘 튼튼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는 매일 몸에 좋다는 보약을 음료수처럼 마셔댔다. 어느날 혈변이 오래도록 나온다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대장폴립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술직전 그것이 암으로 밝혀졌는데 그는 미국의사들 못 믿겠다며 굳이 한국으로 수술받으러 갔다. 그리곤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물론 이들이 건강식품이나 한약의 과다복용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음식만으론 안심이 안되어 음식이 아닌 다른 뭔가에 과도하게 집착했다는 점과 그래서 결국 똑같이 대장암을 얻게 되어 뒷분은 유명을 달리 했고, 앞의 분은 대수술후에 생명은 건졌으나 평생 똥주머니를 달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롱런하는 건강식품 본적 있나?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 수많은 건강식품들 중 일년 이상 롱런하는 걸 본 적 있는가?.. 단 하나도 없다. 건강식품 제조회사인 일본의 수퍼헬스인가 하는 회사도 서너달이 멀다하고 새로운 것들을 쏟아내고 예전것들은 사라진다. 아마도 과장광고로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한계는 대략 일년정도인 모양이다. 여기서 일단 혐오식품은 논외로 한다. 그런것들에 대한 믿음은 이미 뼈속깊이 뿌리박혀 거의 신앙수준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에 이성적인 설득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강식품이란 말은 근본적으로 속임수를 내포한 단어이다. '건강'이라는 단어를 붙여 그걸 먹으면 건강해 질것같은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속임수이다. 우리주변의 건강식품들은 건강과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뭘 먹었더니 확실하게 좋아졌다는 얘기가 설령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뿐 국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각 식품에 대한 효능판단은 개인의 전반적인 건강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로 내려져야 한다. 무엇을 먹었더니 어떤 증상이 없어졌다고, 그래서 그것이 좋은 식품이라고 맹신해서는 안된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음식은 동그랗다
우리가 늘 먹는 음식들은 동그랗다. 그래서 아무리 오랫동안 먹어도 우리 몸에 해가 없다. 그러나 일상으로 먹는 음식이 아닌 것들은 전부 모가 나 있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그 모난 것들을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 모난 것을 굳이 먹는다. 인간이 육식을 하는 것, 입에 대면 입술이 아리도록 강한 식물을 달여 먹는 것, 모든지 불에 익혀 먹는 것,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추출물 형태로 뭔가 뽑아 먹는 것, 곡식을 잘게 빻아 물에 섞어 마시거나 풀의 즙을 짜내어 마시는 것, 여러가지 풀뿌리들을 물에 넣고 장시간 끓여 그 녹아난 물을 마시는 것.. 이런 것들은 결코 동그랗지 않다. 이 모난 것이 때에 따라 우리 몸의 잘못된 부분을 두들겨 낫게 해 줄 수도 있겠으나, 모난 것은 결국 언젠가 우리 몸에도 해를 입히게 되어있다.
건강식품은 언제 먹어야 하나
하지만 이렇게 모가 났다는 것은 때에 따라 잘못된 부분을 두들겨 낫게 해 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인스턴트식품으로 때우거나 불규칙한 식사습관이 오래도록 계속 되어져 영양불균형이 심각한 경우, 이런 때엔 어쩔 수 없이 모가 난 음식물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있겠다. 이처럼 자기의 몸에 객관적인 영양실조나 병적상황이 있는 경우엔 그 병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품이 있다고 본다. 단 일시적이여야 한다. 근본적인 식습관을 개선하지 못한 채 건강식품에 계속 의존한다면 그의 말로는 뻔하다.
건강식품은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건강식품은 바람직한 식습관을 방해하는 최악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건강보조식품이든 영양보조제이든, 모든 건강식품은 건강한 식습관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비타민 미네랄 특수성분제제들은 몸을 혹사하고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면죄부를 주고, 각종 섬유소나 특수추출물들은 야채나 과일을 덜먹어도 되는 면죄부를 주고, 각종 항암제품이라는 것들은 암을 우습게 알고 몸을 함부로 해도 되는 면죄부를 준다. 설사 건강식품으로 얻는게 있다 해도 잃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많게 마련이다. 하물며 일부 혐오식품은 말할 것도 없다.
뭐든지 자연이 먹으라고 한 모든 식품은 적당히 먹으면 건강식품이고 지나치면 건강을 해치는 음식이다. 자연이 먹으라고 하지 않은 모든 식품은 먹어봐야 독이다. 즉 상기한 너댓가지 건강식품들도 결국은 전부 毒일 뿐이다. 엄밀히 말해 이 세상에 건강식품이란 없다.
진짜 건강식품은 우리들의 평범한 밥상
진짜 건강식품이란 다른데에 있지 않다. 우리들의 '자연'스런 밥상이다. 바른 식이 습관과 영양 섭취로 개선되거나 치료되지 않는 질환은 거의 없다. 평범한 식이요법이나 식생활 개선이 단기적 효과는 약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약물치료나 건강식품에 비해 부작용 없이 효과가 월등하다. 그러나 약물치료나 건강 기능식품의 무분별한 섭취는 반드시 부작용을 심각하게 경험한다.
단언한다. 이 세상에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효과의 ‘건강’식품이란 결코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건강하고 싶다면 '건강식품을 멀리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늘 하는 말, 또 한다.
제발 '뭘 먹어서' 건강해지겠다는 생각 좀 버리고, '뭘 먹지 말아야' 건강해질까를 생각하자.
→ 건강식품 1 – 건강식품 공화국
→ 건강식품 2 – 건강식품, 미국에서의 위상
→ 건강식품 3 – 건강식품은 오히려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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