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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갑상선기능항진증 1 - 몸이 덥고 눈이 튀어나오는 병?

1. 따로 이불 덮는 부부
부부라면 당연히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당연한데 사이가 좋으면서도 딴 이불을 덮는 부부가 있다. 전기장판을 깔아도 반쪽만 깔며 이불도 따로 덮는다. 자동차에서도 누구는 덥다고 문을 여는데 한쪽은 춥다고 오히려 히터를 틀자고 한다. 한쪽은 더위를 타고 다른 한쪽은 추위를 타는 경우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조상이 북쪽 추운지방에 뿌리가 있는 경우일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엔 남쪽 더운 지방에서 올라온 족속의 후예일 것이다. 내 생각에 ^^

한가지 경우가 더 있다. 춥고 더워하는 것에 시간차가 있는 경우이다. 저녁무렵에 더워하다가 새벽에 추워하는 남편, 저녁에 추워하다가 새벽무렵에 이불을 걷어차는 부인, 바로 우리집이다. 이건 아마 야간에 움직이던 사냥족과 낮에 주로 움직이는 농경족의 차이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람의 체온은 뭔가에 의해 늘 변한다. 한창 움직일 때 체온이 올라가고 잠을 잘 때 체온이 똑 떨어지는 걸 비롯해서 감기가 걸려 외부 이물질과 분연히 싸워야 할때에도 체온이 올라가고, 큰 병을 앓고 죽었다 살아나서 겨우 숨만 쉬고 있는때에도 체온은 올라간다. 전자는 체온을 올려 이물질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기전이고 후자는 대상성 발열로서 살아 나기 위한 몸부림의 일종이다. 발이 뜨거워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발이 시려 자다가 깨기도 한다. 내부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와 열이 적으면 인간은 내부의 열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몸통에서 먼 부분부터 열을 차단한다. 또 생산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 열이 남아 돌면 그 열을 몸통에서 가장 먼 부분으로 보내 그곳에서 발산한다. 그곳이 손과 발이다. 온도의 변화가 급격히 있으면 위험한 몸통내부와는 달이 손과 발은 웬만큼 온도의 변화가 있어도 견딘다.

사람의 체온은 수수께끼이다. 피의 온도가 먼저인지 세포들의 온도가 먼저인지 모른다. 피가 뜨거워져서 세포들이 따뜻해 지는건지 아니면 세포가 따뜻해져서 피가 덩달아 덥혀지는 건지 잘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인체의 온도는 늘 정확하게 유지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이걸 조절할까? 현대의학에서는 대뇌의 ‘체온조절중추’라고 말한다. 그곳이 정확히 대뇌의 어떤 부분인지 모른다. 그런 기능을 유추하고 그저 중추라는 말을 갖다 댄 것 같다. 암튼 체온을 올려야 할때에는 셋팅을 올려서 체온을 상승시키고 체온을 낮출 필요가 있을때에는 그 셋팅을 내려서 체온을 낮춘다.

2. 거의 안 먹는데도 살이 찐다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안 쳐먹긴.. 그건 니 기준이겠지..’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진짜로 조금밖에 먹지 않는데 살이 찐다. 반면 거지마냥 쳐 먹는데도 몸이 날씬한 사람들도 있다.


1,2 둘 다 갑상선의 장난이다. 우리 몸 전체의 신진대사(에너지대사)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갑상선 홀몬이기 때문에 이 홀몬의 분비가 적으면 열의 발생이 줄어 체온이 떨어지고 이 홀몬의 분비가 많으면 열의 발생이 많아져 체온이 오른다. 또 이 홀몬의 분비가 줄면 신진대사가 떨어져 에너지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되므로 잉여의 열량이 살로 가 쉽게 찌게 되고, 그 반대로 분비가 너무 많으면 신진대사가 올라가고 에너지 소모가 많아져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 몸이 뜨겁거나 냉하거나, 말랐거나 뚱뚱하거나, 성격이 활달하거나 얌전하거나.. 상당부분이 이 갑상선과 관련이 있다. 즉 한의학에서 말하는 陰虛 陽虛,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少陽人 少陰人 太陰人 등의 구분이 상당부분 이 갑상선과 연관이 있다.


내분비?
주변에 이 갑상선병을 앓는 사람이 있기 전까지는 일반인들은 갑상선의 존재도 잘 모른다. 뭐 하는 장기인지 어디에 붙어있는 장기인지 전혀 모른다. 몸 어디에 있는 줄(線)인줄 안다.

어떤 인간은 심장박동이나 혈압을 자기 맘대로 조절한다고 하지만 우리네 보통사람들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 몸의 기관들은 우리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저절로 알아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다. 이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는 서로 기능적으로 밀접히 연결되어 신체기관의 일상 활동을 유지하게 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외부환경의 변화가 있을 경우 이를 분석하여 신체기관의 활동을 조절한다. 각 장기들의 일상적인 동작유지와 긴급상황에 대한 대처는 자율신경계가, 장기의 활동이 한시적으로 필요할 때나 평상시 신진대사에는 내분비계가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된다.

두 계통을 비유를 해서 설명하고 싶지만 힘들다. 둘의 역할분담을 내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신경계통의 정확한 경로나 역할, 내분비계통의 역할 자체를 사실 잘 모른다. 신경계통과 내분비계통을 전문적으로 비교 연구한 학자가 혹시 있다면 적절한 비유를 할 수 있을텐데 난 잘 모르겠다. 신경계통은 시스템 네트웤, 내분비계통은 화학적 傳令정도? 짐작컨대 이 두 계통이 하는 일들이 생명과 직결된 부분인 만큼 무슨 일이든 어느 한 계통에 전적으로 맡기지 않고 역할을 유기적으로 분담하면서 서로 보완하게끔 만들어 놓은 자연의 신비가 아닌가 한다.

내분비계에서는 홀몬이란 화학적신호 물질을 혈액내로 방출하고 그것이 특정한 수용체 (specific receptor)를 가진 표적세포 (target cell)에 도달해서 그 세포의 활동을 조절한다. 그래서 이걸 ‘화학적 전령’이라고 비유를 했었다. 홀몬,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다. 그리스어로 ‘움직이게 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 몸 여러 세포나 기관의 활동에 대한 ‘촉매’작용을 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성장 홀몬, 성 홀몬.. 또 홀몬이란 이름은 붙어있지 않지만 인슐린, 멜라토닌.. 그 무엇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성장홀몬이 없으면 난장이가 되거나 바보가 되고, 성 홀몬이 없으면 생식기능이 없어지고, 인슐린이 없으면 기운을 못 쓰고, 멜라토닌이 없으면 잠을 안 잔다.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이런 홀몬들을 분비하는 기관을 내분비기관이라고 하는데 그 기관의 기능이 시원찮을 때 ‘기능 저하증’이라고 부르며 기능이 지나칠 때 ‘기능 항진증’이라는 말을 쓴다. 모자라는 거야 당연히 문제겠지만 많이 나오는 게 무슨 문제? 매사 과유뷸급이다. 성장홀몬이 너무 많으면 거인이 되고, 성홀몬이 너무 많으면 포악해지거나 색정광이 되고, 인슐린이 너무 많으면 뇌의 당부족으로 뇌가 정지할 것이며, 멜라토닌이 너무 많으면 잠만 잘 것이다.


어떤 분이 문의를 해 오셨다. 오늘의 주제다. 갑상선 기능항진증.
많은 사람들이 이 병을 바세도우씨병 (Basedow’s disease) 으로 알고 있다. 주로 유럽에서 쓰이는 용어인데 요즈음 미국을 비롯한 다른나라에서는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이라고 부른다. 이 병을 최초 보고한 사람이 독일사람 바세도우(1840년 보고)냐 아일랜드사람 그레이브스(1835년 보고)냐의 차이일 뿐이다. 독일의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과거 우리나라 의학계에서는 바세도우씨병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 용어는 갑상선 기능항진증중 자가면역에 의한 것만을 의미한다. 다만 이것이 전체 갑상선기능항진증의 90% 정도가 되므로 대충 같은 용어처럼 쓰이고 있는 것 같다.

갑상선은 내분비계통에 속한다. 즉 線이 아니라 腺(샘)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의 기능이 지나치게 항진되어서 갑상선 홀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는 병이다. 우리 몸에서 중요하지 않은 홀몬은 없겠지만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홀몬의 역할은 인체의 생존에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몸 일체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홀몬이기 때문이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의 대표증세는 간단하다. 더위를 참기가 힘들어 여름을 견디기가 어렵게 된다. 이것을 열불내성(heat intolerance) 증가라고 얘기한다. 겨울에는 자기 혼자 추위를 덜 느끼므로 문을 연다든가 하여 다른 가족들의 불평을 듣는 경우가 많다. 까짓거 더위를 타는게 무슨병? 그러나 이리 간단하지 않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 더위를 참기 힘들고, 땀이 많이 나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벼운 운동에도 숨이 차다.
- 체력소모가 심해지고 쉽게 피로를 느낀다.
- 식욕이 왕성해서 잘 먹는데도 계속적으로 체중이 감소된다.
- 피부에 개기름이 흐른다.
- 노인에게서는 부정맥이 나타난다.
- 신경이 많이 예민해져서 의심이 많아지며 사소한 일에도 자주 흥분하고 화를 낸다.
- 손가락 발가락 귓불이나 코끝이 두꺼워지고 커지며, 사람이 우락부락하게 보인다.
- 성질이 급해지고, 집중이 안되고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진다.
- 심장이 두근거려 잠을 잘 이루지 못하며 꿈이 많아져서 아침에 일어나도 찌뿌둥하다.
- 대변횟수가 늘어나고 변이 묽어지며 심하면 설사를 한다.
- 머리카락이 빠지고 손톱이 갈라진다.
- 목 앞부분이 붓고 안구가 돌출된다.
- 팔다리의 힘이 빠지고 손이 떨리며 다리에 마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 여자는 월경이 불순해지고 월경량이 줄 수 있다.
- 남자는 발기불능이나 조루증이 생기고 성욕도 감퇴한다.

이 증상과 다르다고 안심하지 마라. 중년 이후의 환자에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증상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중년 이후엔 갑상선도 커지지 않고 안구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체중이 줄면서 오히려 식욕도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마 갑상선기능항진 외에 다른 부차적인 이상이 함께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년 이후의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는 갑작스런 체중 감소와 함께 식욕 부진, 무기력감, 근력 감퇴 등으로 자신의 병을 암으로 오해하고, 죽을 병에 걸렸다고 지레 겁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다시피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순환기 증상, 소화기계 증상, 신경근육증상, 피부증상등을 동반하고 성선, 당질대사, 골 및 Calcium 대사 등의 신체 모든 부분으로 이상과 증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좀 더워하고 눈알 튀어나와 미관상 흉한 것만 참으면 되는 간단한 병이 아닌 것 같다.


→ 갑상선 기능항진증 1 – 눈 튀어나오는 병
→ 갑상선 기능항진증 2 – 자연으로 돌아가야 낫는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