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얘기

밴조 도전기 1 - 배워야겠다

내가 처음으로 기타를 접한 건 국민학교 4학년 무렵. 손이 작아 언감생심 구경만하다 본격적으로 달라붙어 기타를 퉁기기 시작한 게 중학교 때부터이니 내 기타 경력도 어언 30년을 훌쩍 넘었다. 30년이라고 하니 내가 상당한 기타실력을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 정도는 아니고 그저 아마추어 중 그럭저럭 잘치는 편에 속하는 정도라고 생각된다.

일렉트릭 기타를 잡으면 Bad case of loving you도 흉내내본 적 있고, 클래식 기타를 들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연주해본 적도 있었지만, 강렬한 일렉기타는 리스트에서 빼버린 지 이미 오래이고 끊임없이 연습해야 하는 클래식 기타도 하염없이 뒤로 미루어 놓았다. 그래서 요즈음 붙들고 있는 건 지난번에 새로 산, 소리 맑은 어쿠스틱 기타뿐이다.

모든 악기가 마찬가지이지만 기타를 배우는 것도 몇번의 고비가 있다. 코드를 잡는 왼손의손가락 끝이 아픈것이 첫번째 고비이고, 그걸 넘어 물집 잡히고 터지고 굳은살 배기면 두번째로 닥치는 고비가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이다. 해도 해도 실력이 안 는다. 대부분 여기서 포기하고 만다. 생각처럼 늘지 않는 것이다. 생각은 저만치 앞서나가 멋지게 기타를 잡고 현란한 연주를 하는데 내 손가락은 그보다 한참 뒤쳐져서 아직도 초보에서 헤매이고 있는 것이다. 할 일이 산더미 같은 사람들이 이 고비를 넘기는 쉽지 않다. 하루에 서너시간 이상씩 매일 열심히 기타를 붙들고 일년이상 연습을 해 나가야만 넘을 수 있는 고비이다.

이 고비를 넘으면 그때부터는 이젠 내가 연습하는 대로 내 실력으로 다 달라붙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이 때 좋은 선생을 만나면 실력이 일취월장할 것 같다. 독학으로는 익히기 어려운 갖가지 기교들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선생을 만나기란 참 힘들다. 기타를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방법인데 돈문제 시간문제가 겹쳐져서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독학으로 가능하다. 독학으로라도 열심히만 하면 기타 실력이 상당한 수준까지 늘 수 있다.

기타로 무슨 노래이든 훌륭하게 반주하고 그 어렵다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같은 것도 연주하고, 이렇게 어설프지만 이흉내 저흉내 내면서 사람들로부터 ‘기타 참 잘 친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할 무렵, 진짜로 기타 솔로연주의 단계로 들어가고 싶어질 때 맞부닥치는 고비가 있다. 다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개념인 스케일. 이거 굉장히 따분하고 지루하고 그래서 몹시 혹독한 연습의 과정을 겪어야만 넘을 수 있는 고비다. 노래의 반주로 처음을 시작하는 기타만 예외이고 연주가 목적인 모든 현악기는 아마 시작부터 이 스케일과 싸워야 할 터이고. 물론 기타의 경우도 시작부터 멜로디의 솔로연주를 목표로 시작한 사람은 시작부터 이 스케일과 싸워야 할 것이고. 이 스케일에 통달하였다면 멜로디만 알고 있어도 부드럽지는 않더라도 일단 즉흥 연주가 가능하다.



나는 이 스케일을 넘지 못했다. 핑계 같지만.. 넘지 못했기도 했고 넘지 않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기타의 진정한 묘미는 일렉트릭 기타가 들려주는 멜로디의 솔로 연주가 아니라 클래식기타나 어쿠스틱기타가 들려주는, 여러줄이 함께 울려 내는 화음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었다.
일주일에 한두시간 연습하기도 바쁜 나날이 십수년 계속되고, 왼손가락에 굳은 살 없어진 지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 그러다보니 자연히 솜씨는 무디어지고 게다가 무리한 테니스 서브로 오른쪽 어깨까지 아파진 이후부터는 기타를 십분 이상 옆구리에 끼고 있는 것 조차도 힘들어 졌다. 당연히 예전 수준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힘들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게 있다. 바로 3-Finger 주법이다. (대개 4-Finger로 한다. 소리가 훨씬 더 풍부해 지기 때문이다. ) 지난번에 The Boxer 때 이야기 했던 바로 그것이다. 이 Three Finger / Four Finger는 누구에게도 과히 밀리지 않을 듯.^^ 내가 이 Three Finger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은 언젠가 꼭 도전할 Banjo 때문이었기도 했다.


→ 밴조 도전기 1 – 배워야겠다
→ 밴조 도전기 2 – 장르
→ 밴조 도전기 3 – 컨츄리 음악
→ 밴조 도전기 4 – 블루그래스 음악
→ 밴조 도전기 5 – 네가지 문제에 봉착하다
→ 밴조 도전기 6 – 기본문제 겨우 해결
→ 밴조 도전기 7 – 기초편을 덮어버렸다
→ 밴조 도전기 8 – 나홀로 밴조는 외롭다
→ 밴조 도전기 9 – 카포
→ 밴조 도전기 10 – 조강지처에 돌아가다/a>
→ 밴조 도전기 11 – 랙타임 기타와의 만남
→ 밴조 도전기 12 – 도망자의 변명
→ 밴조 도전기 13 – 장식품 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