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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부산 광복동 '하야타'의 피아니스트 80년 말에서 81년 초 즈음, 부산 광복동에 흠뻑 빠진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있다는 해방감 때문이었을까, 광복동 길엔 뭔가 재미난 사건이 터질 것 같은 짜릿한 설레임이 있었다. 안다. 그 길에 그런 설레임이 있었던 게 아니라.. 넘들 머리속에 뭔가 '대가리가 쪼개질듯 재미있는' 사건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거. 뭔가 재미나고 짜릿한 그런 일.. 근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하늘에서 떡이 저절로 우리 입으로 떨어질 리가 없었던 거다. 하지만 우린 떡 따먹는 기술이 전혀 없었다. 어둠이 깔린 광복동 남포동 길을 무작정 걸어 댕기기만 했었다. 아 띠바 다리 아프다. 작전회의.. 창이 무척 넓은 이층 다방으로 들어갔다. 서울말 쓰는 거 하나만으로도 종업원의 환대를 받았다. 창가의 자리를 얻었다... 더보기
완월동 블루스 해운대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식사내내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의 심정이 아마 이렇겠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잡아탔다. 어디 가세요? 완월동이요.. 목적지만 간단히 말하고는 그것으로 끝, 택시가 달리는 한시간 내내 역시 아무말이 없었다. 옆으로 슬쩍 넘의 얼굴을 훔쳐 보았다. 창밖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이 넘 역시 사뭇 비장한 표정이다. 택시기사가 거울로 흘끔흘끔 보는걸 느꼈다. 안다. 속으로 그러겠지.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새끼들이.. 다짐했다. 이왕 가는 거, 폼나게 놀아야지.. 어리다고 얕잡아보지 못하게 노련하게 굴어야지.. 그 때 느닷없이 기사가 묻는다. ‘아시는 데 있습니까?’ ‘없는데요, 아저씨가 알아서 내려주세요’ 형형색색 불빛들이 .. 더보기
매복중.. GP소대원과의 위험한 조우 80년대 초중반.. 그날 우리가 들어가야 할 매복지점은 통문에서 무려 두시간 가까이 걸어들어가야 할 먼 지점이었다. 분사분계선 근처였다. 물론 수색작전이었다면 한시간이면 족하지만 매복걸음이었기 때문에 두시간정도 걸리는 거였다. 통문을 통과하여 십분쯤 걸었을까.. 느닷없이 매복조장 선임하사로부터 매복진지를 변경한다는 지시를 전달받았다. 그 양반도 오래 걷기가 귀찮았던 모양이다. ‘선임하사 파이팅..’ 선임하사는 매복조를 근처 어느 산등성이로 인솔하고 있었다. 근데 선임하사 쉐이, 확실히 알고 가는걸까? 여기 지뢰라도 있으면 어떡하지.. ‘선임하사님..이 길 아시는 길입니까?’ 분대장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큰소리도 대답이 왔다. ‘안다 씹새꺄’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그래도 불안한데 너무 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