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메리카

우리껄 왜 한국으로 보내느냐뇨?

미국에서 조국의 독립운동을 하던 양대 단체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승만의 대한인 동지회와 안창호의 대한인 국민회가 그것입니다.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이념과 노선싸움을 하며 갈라져 있었다는게 걸리긴 하지만.. 지금 그 얘길 하자는게 아니므로 끝-. 이중 이승만의 대한인 동지회자취는 이제 미국에 없습니다. 2013년 한 개발업자가 이 건물을 부순 후 그 자리에 대학 기숙사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안창호의 대한인 국민회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요지경입니다.

'대한인 국민회'가 지난 1978(1989?)에 해산되며 건물의 소유권이 한인연합장로교회로 넘어갔었는데, 한동안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국민회관 기념재단이 생겨, 그 건물을 다시 대한인 국민회 기념관으로 다시 복원했습니다. 


그런데 그 공사가 시작되던 때에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건물의 Attic(다락방)에서 2만여점의 독립운동 유물이 나온겁니다. 독립운동역사적으로 굉장히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이 소중한 유물의 소유권을 놓고 ‘늘 그렇듯 당연히한인단체들간 법정다툼이 있었고, 최종승자는 건물의 소유주인 한인연합장로교회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사진을 보면 이 유물들이 '서류박스'에 담겨져 있습니다. '발굴당시 현장사진'인지 수습하고 난 이후의 사진인지 교회측에서 밝히고 있지 않으니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것이 만약 발견 당시의 현장 사진이라면 이것은 처음 발견이 아니라, 교회가 유물을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있었다는 게 발각된 사건입니다. 유물들의 훼손정도도 심각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기념재단은 한국 정부에 유적실태조사단 파견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8년뒤인 2011 12월에야 독립기념관 소속 사료 전문가 4명이 파견되었다고 합니다. 유물들이 8년간 또 방치되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유물들은 그로부터 또다시 3년의 세월동안 더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4924, 기념재단이 기자회견을 열면서 이 유물들을 본국 '독립기념관'으로 이관하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유물보존시설 미흡, 대안 부재와 유물보존처리 시급등의 이유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물의 훼손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후 기념재단의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사퇴하면서 선전포고를 합니다. "재단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유물의 한국행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사장직에 계속해서 머물 수는 없다. 공청회를 통해 유물의 한국행에 반대의사를 밝힌 동포사회 일원과 뜻을 모아 이관 반대 투쟁을 해나가겠다"고 외칩니다. 그리고 진짜로 어제 한인역사 보존위원회라는 단체가 등장해 기자회견을 열면서 법원에 유물이전 금지 가처분신청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론 유물들을 한국 독립기념관으로 보내 전문적인 시설에서 전문적으로 복원 보관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반대를 하는 측의 입장도 궁금했습니다.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명분과 대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그들의 주장과 대안이 합리적이라면 짧았던 제 생각을 바꿀 의사도 있었습니다. 사진 오른쪽의 여자분이 TV 카메라에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껄 왜 한국으로 보냅니까?’

 

귀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기자의 악의적인 편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의 말씀도 이 수준을 넘지 않았습니다. 명색이 기자회견이라면 적어도 반대하는 명분으로 유물이 한국으로 이전될 경우 정보접근성이 제한돼 미주 한인사회의 뿌리를 잃게 될 것혹은 ‘미주 독립운동의 혼이 담긴 유물을 독립운동의 요람에 그대로 보관하는 게 맞다정도는 주장했어야 했고, 대안으로도 최소한 'USC와 UCLA에서 유물 보관의사를 밝혔다' 혹은 본국정부의 지원과 한인사회의 성금을 모아 전문적인 보관시설을 마련하겠다정도는 제시했어야합니다


물론 기자회견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 뉴스기자가 다 편집해서 잘랐을 수도 있기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곳 LA 대부분 한인언론들의 주장 역시 '유물을 빼앗기지 말자'이기 때문입니다.  

'조국의 독립'운동 유물을 지키겠다는 분들이 생뚱맞게 '우리'와 '한국'을 분리했습니다. 유물을 12년간이나 방치하고 있다가 그게 '조국'으로 간다니까 갑자기 나서서 '우리껄 왜 한국으로 보내냐'고 막으시는 그분들에게 '조국'은 무엇이고 우리는 누구이며 한국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메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버리다  (2) 2014.10.31
날 죽이려고^^  (5) 2014.10.12
산에서 뛰면  (2) 2014.10.03
잉카트레일 확정  (4) 2014.09.28
잉카트레일  (2) 201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