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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날 죽이려고^^

예전 한국에서 저에게 초경량항공기 첫 비행경험을 시켜준 사람은 홍경기라는 분입니다. 레저스포츠 강사자격증 수십개에, 못하는 운동이 없는, 그야말로 만능 스포츠맨입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이 양반을 15년전쯤 우연히 LA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San DiegoTorrey Pines이라는 해안절벽에서 패러글라이딩 인스트럭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요즈음엔 나이 들어 체력이 달리는지 주중에는 팜스프링스 골프장에서 코스 매니저로 일하고 주말에만 패러글라이딩을 합니다.

아무튼 레저스포츠에 있어선 엄청난 자부심으로 '기분좋게 잘난체'하는 마초입니다. 당연히 제가 늘 눌려지냅니다.^^ Torrey Pines Gliderport에 나와있는 그의 소개입니다.

어제 이분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요즘 뭐혀?’ 마침 잉카트레일이 목전이니 그를 누를 절호의 기회다 싶어 매일매일 산악훈련중..했더니 왜 그걸하냐고 묻습니다. 걸려들었습니다. .. 잉카트레일 훈련..’ 그러자 득달같이 전화가 왔습니다. '잉카트레일 간다고? 언제 가는데?' 또 눌렀습니다. ‘거기 안 가봤어요?’ 아직 안가봤는데 내년이나 내후년에 가려고 계획중이랍니다. 지긋이 한번 더 눌렀습니다. ‘아 거긴 안가봤구나.. 갔다와서 내가 얘기해주께요’ 드디어 이 양반을 알고 지낸지 처음으로 제가 그를 누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반격이 바로 시작됩니다. ‘산악훈련 어디서 어떻게 하는데?’ 요즈음 매일 하는 등산을 약간 '과장'해서 얘기했는데.. 강펀치가 날아왔습니다. ‘잉카트레일 간다면서 그게 뭐야?’ 여기서 밀리면 안됩니다. 재빨리 덧붙였습니다. ‘아 담주부턴 샌하신토에 올라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달아 펀치가 날아옵니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끄트머리 잠깐 올라가는거 그거?’ 3천미터 고지에서 서너시간 등산하는 건데 끄트머리 잠깐이라고? 하지만 사실이니 그렇다고 했더니 그가 타이르듯 근엄하게 말합니다. ‘밑에서부터 올라가. 그래야 훈련이 되지’ 누르던 분위기 완전 엎어지고 늘 그랬듯 제가 밀리기 시작합니다. ‘아 그거요. 근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우리 와이프한텐 좀 힘들지 않을까..’ 결정타가 날아옵니다. ‘별로 힘들지 않아. 둘이 천천히 올라가다 늦으면 산에서 하루 자면 되고.. 잉카트레일 훈련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거기가 제가 버틴 마지막이었습니다. ‘형님 말이 맞네. 그거 해야겠네..’ 샌하신토가 이 양반 일하는 동네이니 가면 연락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자세히는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동호인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한 트레일이었습니다. "Cactus to Clouds" 사막(146m)에서 구름(3,302m)까지 올라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첫 문장부터 기를 질리게 합니다.

 

10,000feet elevation, 22mile/12hours hike.. it’s very dangerous hike, which kills unprepared hikers every year (2009~2012, four people died attempting this trail) 4년간 4명이 죽었다는데, 4명 모두 중간에 힘들어서 밑으로 되돌아 내려가다가 열사병과 탈수증으로 목숨을 잃었답니다. If you are not used to hiking 20+ miles a day, are not used to hiking over 8000', are not used to carrying 5+ liters of water, and are not able to get on the trail by 2 AM, don't try this hike. 물 5리터를 지고 새벽 2시에 출발해서 12시간동안 35.5km 산길을 걸어 3천미터를 상승. 이거 자신없으면 아예 하지 말거라.. 그리고 다음 문장.. Backpacker Magazine ranked it ‘America’s 5th Toughest Day Hikes’. 이 코스가 미국에서 다섯번째로 힘든 코스랍니다. 여러 글들에서 위험한 코스이니 함부로 덤비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초보자가 굳이 갈거면 '반드시' 코스를 잘 아는 전문가 동반해서 여럿이 함께 가랍니다.


홍경기 이 자가 증말.. 

영원한 넘사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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