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입니다. 그것이 지정된 시기가 정말 놀랍습니다. 1872년입니다. 1872년.. 우리는 흥선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외국과 갈등하던 시기(고종 9년)였습니다. 우리가 '조선시대'를 살고 있을때, 미국에서는 이미 ‘자연보호’의 개념이 있었던 겁니다. 우리나라에 자연보호 개념이 생겨 첫 국립공원이 생긴 것은 1967년입니다. 95년후입니다.
옐로우스톤의 어마어마한 규모와 장엄한 모습에 감탄했지만, 그것보다는 미국의 142년 ‘자연보호 역사’에 더 압도당했습니다. 인간의 간섭을 완벽차단하고 있는 그들의 고집 그리고 오래된 여관건물 하나 지키려고 수백명 소방대원들이 목숨걸고 산불과 맞섰다는 그 '개념'에 압도당했습니다.
요즈음엔 없어졌겠지만.. 계곡마다 진을 치고 있던 무분별한 식당과 평상들이 떠올랐습니다. 토건족들이 자연과 감성을 훼손하면서 ‘콘크리트 영토’확장에 매진하고 있는 현실도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즐거운 여행중.. 머리를 털고 가슴으로만 봐야 합니다.
옐로우스톤을 빠져나와 다른 국립공원에 들어서면서야 비로소 머리가 아닌 가슴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이런 곳이 있는지조차 전혀 몰랐었습니다. 바로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입니다.
산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곳이랍니다. 멋진 산봉우리(Teton Peak)와 만년설이 있고, 그것이 녹아내린 호수(Jackson Lake)가 있고, 그 물이 흘러내리는 강(Snake River)이 있고, 물과 산 사이사이에 수채화같은 평원(Willow Flat)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옐로우스톤은 기대에 못 미쳤었습니다. 아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었을 겁니다. 들소떼가 풀을 뜯는 대자연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다른 것들은 사실 그렇지 못했습니다. 경주 석굴암과 다보탑을 처음 봤을때의 느낌과 비슷.. 하지만 그랜드 티턴, 이곳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어쩌면 다른 계절에 이곳을 찾았었더라면 이런 느낌을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운이 정말 좋았습니다. Aspen 단풍이 강변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이걸 볼 수 있는게 일년에 2주 정도랍니다. 산과 상록수와 짙푸른 강물과 어우러진 노란 Aspen의 빛깔에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앵글을 들이대고 있더군요.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화면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었습니다.
훗날 제가 미국을 떠올리면..
Aspen 단풍이 내려앉아 있었던 Snake River, '9월의 와이오밍'이 앞자리에 떠오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