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먹고 사는 용도'로만 사용하던 몸을 두어달 전부터 '다르게' 많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몇몇 관절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왼쪽 고관절, 왼쪽 무릎, 왼쪽 발바닥, 오른쪽 어깨.. 예전 한쪽 몸만 많이 쓰던 골프 테니스가 범인일 겁니다. 그간 나름대로 관리를 잘해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똑같은 동작만 하고 살던 동안은 불편 모르고 지냈는데, 몸을 '다르게' 움직이자 잘못 굳어진 관절들이 비로소 드러난 겁니다. 그래서 그걸 바로잡기 시작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훨씬 힘듭니다. 나름 안정화 상태를 억지로 깨는 것이니 몸이 아파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몸을 다르게 움직이는 운동을 시작한 건 '잉카 트레일'때문이었습니다. 꼭 거길 가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그 잉카트레일을 포기해야 할것 같습니다. 운동하지 않던 제 또래 보통사람들이라면 6개월 정도 몸을 만들고 가야 한다는데, 저는 몸 만들기는 커녕 한쪽 무릎이 고장나 있는 겁니다. 늦었습니다. 훨씬 일찍부터 몸 만들기를 시작했어야 했었습니다. 아쉽습니다.
몸 바로잡기를 더 열심히 할 겁니다. 지금 바로잡아놓지 않으면 다른 '트레일'의 꿈도 무산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온전한 몸으로 '싼티아고 트레일'에 가야죠. 어쨌든 몸을 '다르게' 움직이니 '병든' 곳을 알아채었고, 그걸 바로잡을 기회를 가져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내 '생각'이란 것에 대해서도 궁금해집니다. 혹시 그동안 내 '생각'도 너무 한쪽으로만 써오지 않았을까하는 자문입니다. 제 스스로는 '생각이 유연'하다고 자부하지만 그건 모르는 겁니다. 한쪽으로 굳어 있는데, 제가 그걸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도 '다르게' 움직여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을 다르게 하려면 먼저 귀부터 열어야 하니 특정 주제를 놓고 귀를 열어봤습니다.
.. 남보고 귀 열라고 할 주제가 전혀 못되더군요. 제 귀도 참 어지간히 안 열립니다. 물론 사회 가치관에 관련된 부분이라 그런거였겠지만 어쨌든 제 귀도 안 열렸습니다. 그동안 누가 얘길해도 듣지 않고 제 고집만 부렸을 겁니다. 나이 들어 고집센 거만큼 추한게 없는데.. 정말 많이 경계해야겠습니다.
아무리 각오를 다져도 마음을 다르게 움직이기란 참 어렵습니다. 가치관 바꾸기는 더더욱 어려울 거구요. 머리를 쓰면 쓸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어려워질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가능한 한 몸을 많이 쓰겠습니다.
몸을 많이 움직이면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을 요즈음 많이 합니다. 맑아짐이란 게 사실은 '단순'해지는 거겠지요. 산을 오르다 중간 딱 한번 만나는 쉼터에서 매일 이걸 경험합니다. 땀흘리고 숨이 턱까지 차다가 그늘에 앉아 숨을 돌리면 세상을 다 가진듯 편안합니다. 저녁먹고 푹 자서 내일 더 잘할 생각하는게 다입니다. 이래서 마음이 건강한 노인들이 몸도 건강하고, 몸이 건강한 노인들이 마음도 건강한 걸겁니다.
열심히 몸을 움직이겠습니다. 언젠가 몸 굳은게 다 풀리고 그리고 생각 굳은것도 풀어져 부드러워지겠죠. 몸과 마음이 함께 부드러워 마냥 평온하게 걷는 경지.. 신선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