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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미국 심메마니

대학시절 제 18번은 살풀이’였는데 원래는 한곡이 더 있었습니다. ‘심메마니라는 노래였습니다. 살풀이만큼이나 많이 부르던 노래였는데 살풀이에 밀려 사라져버린 곡이었습니다.

 

얼마전 워싱턴주로 올라간 동생이 '계절' 심메마니를 합니다. 올해에도 열흘정도 일정으로 산삼을 캐러 가는데, 이번엔 저도 그 팀에 끼려고 신청을 했었습니다. North Carolina Great Smoky Mountain으로 간답니다. 제가 가려고 했던 건 산삼을 캘 욕심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닙니다. 그냥 심메마니 팀에 끼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르던 그 노래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몸 부실한 저는 못 가고 다른 네명만 지난주에 떠났습니다. 같이 가려고 했다가 못가서인지 그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계속 문자를 보냈습니다. 깊은 산속이라 연결이 늦는지 오랜만에 답이 왔습니다. 다짜고짜 '몇뿌리 캤냐'고 물었는데, 대답대신 분위기가 싸하다고 하면서 사진만 보내왔습니다. 일정이 끝날 무렵이면 늘 이렇답니다. '산삼의 분배'때문입니다.

심마니들이 산삼을 분배하는 건 두가지 방법이 있답니다. 모두 똑같이 산삼을 나누어 갖는 원앙메와 캔 사람이 자기 산삼을 각각 가져가는 ‘각메(독메). 옛날 어느 드라마에서 독메 심마니들이 산삼을 두고 살인까지 저지르던 걸 본 기억이 납니다. 독메는 심마니끼리 갈등이 생길 수 있는거죠. 그래서 요즈음은 모두 ‘원앙메’로 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굳이 ‘심봤다’라고 외칠 필요가 없는거죠.

 

이번 팀도 당연히 '원앙메'로 하기로 했답니다. 많이 캔 날은 하루에 60뿌리, 적게 캔 날은 5뿌리, 일주일이 넘었으니 이삼백뿌리는 캤겠지요. 넷이서 나누면 각각 오륙십뿌리씩.. 근데 아직 정확한 숫자는 헤아려보지도 못했답니다. 분위기가 살벌하답니다. 경험많은 어인마니가 당연히 많이 캤을지 아니면 의외의 인물이 많이 캤을지.. 어쨌든 누군 많이 캐고 누군 적게 캤을 겁니다미국이라는 특성상 한팀의 심메마니라도 서로 모르는 사람인 경우도 많답니다. 그래서 심메마니들 간에 번뇌와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똑같이 나누자니 배가 아프고, 각자 갖자고 하자니 약속을 버려야 하는.. 


만약에 제가 이번에 갔었다면 저는 거의 캐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많이 캔 사람은 제가 몹시 꼴보기 싫었겠지요. 그들은 죽도록 나눠주기 싫은데, 저는 '남이 캔 산삼 노나먹을'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는.. 그런 애매한 분위기에 지금 있었을 뻔 했습니다. 


어릴 적 노래로 머리속에 있는 '심메마니'는 한없이 신비롭고 순수한 사람들이었는데, 이제와 보니 물질을 놓고서 우리와 똑같이 욕심내고 번뇌하는 '생활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심메마니.



유세차 모년 모일 어인마니 정성드리옵나니
미천한 우리 심메마니 길몽 꾸게 하소서

썩은 나무 너머로 나는 바위 보았네 
올라가세 신령산에 하얀 가슴 찾으러 

신령이시여 휑한 가슴에 빛을 주소서 오오 빛을

전기불에 까무러친 파란 산 

검은 흙만 토해 내누나 에헤

검은 산 된다해도 난 파란 바위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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