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7. 02:02

머리 vs 가슴

싶으면 하고 싫으면 말아 그러면 돼’ 


이 간단한 걸 요즘 배웠습니다. 머리로 살지 말고 가슴으로 살라는 말일 겁니다. 어쩌면 배부른 혹은 아주 위험한 말일 수 있습니다. 상황판단없이 함부로 가슴으로만 살다간 자칫 현실에서 바로 낙오하기 십상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현대인들 대부분이 너무 머리로만 살고들 있으니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걸겁니다. 꽤 오랜기간동안 머리로만 살아온 제게도 아주 의미있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이민자들도 같이 공감할 겁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가슴으로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삼십여년전.. 싶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았었습니다. 지나치리만큼 '온전히' 가슴으로만 살던 때였습니다. 이게 아마 추억의 대부분이 그곳에 모여있는 이유일 겁니다. 그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이후엔 가슴없이 머리로만 살았고, 지난 16년은 그것이 극에 달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걸 알자 미국 16년의 '무기억'의문도 풀렸습니다. 가슴을 깡그리 잊은채 오로지 머리로만 살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도착 바로 다음 날 만난 승숙이가 제게 며칠 후 말해줬었습니다. '예전엔 그렇게 잘 웃고 말도 잘하던 애가 말도 없고 웃지도 않더라..' 깜짝놀랐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 가슴을 여는 방법을 제가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때부터 부지런히 가슴을 열려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나 꿈이 시작되었고, 가슴이 움직이자 오래도록 잠자던 행복세포들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신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부턴 가슴으로 살기로, 가슴이 시키는대로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언제까지 삼십년전 추억만 뜯어먹고 갈수는 없습니다. 얼마 남아있는지도 모르는 인생, 이렇게 머리로만 살다 돌아가는건 끔찍합니다. 앞으론 가슴으로 살며 기억을 많이 만들어야겠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가슴이 말하면 여전히 머리가 막습니다. 생각을 할때에도 글자를 쓸때에도 말을 할때에도 머리가 늘 잘난체를 먼저 합니다. 철이 없느니 유치하느니 미쳤냐느니.. 아무리 가슴으로 살겠다고 다짐을 해도 아직도 머리의 절대우세인 것 같습니다.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요즈음 '열라' 고민중입니다. 가슴은 '멀리 떠나라' 하는데 머리는 '가까이 머물라' 합니다. 답을 못찾고 고민하다 일단 아주 현명한 길을 하나 찾고서 고민에서 잠시 물러나 앉았습니다. '어부인 결정'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지 않습니까.


그녀 역시 머리와 가슴사이에서 깊이 고민중일 겁니다. 수도승처럼 살고 있는 저를 아직도 '너무 기분파'로 여기고, 제가 한국서 겪은 가슴열림도 경험하지 않았으니 저보다 고민이 더 깊을 지 모릅니다. 당연히 머리로 결정할런지, 아니면 기대수명에 대한 불안감과 정에 대한 갈증으로 가슴으로 결정할런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머지않은 때에 말씀이 있으시리라 봅니다. 머리와 가슴의 갈등.. 현대인류의 숙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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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9
  1. 샌디에간 2014.06.07 02:37 address edit & del reply

    실은 저도 요팡님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한국엘 다녀왔고
    참으로 비슷한 만남과 생각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가슴으로 살까, 머리로 살까까지..
    어떤때는 이렇게, 어떤때는 저렇게 혼자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고 있네요.
    FM대로 살아온 제가 가슴으로 살려니 괜히 타락할것만 같은 불안감 마저..ㅋㅋ
    시간이 지나면 뭔가 결론이 나겠지요?

  2. jeremy 2014.06.07 02:49 address edit & del reply

    머리와 가슴.. 모든 이민자들이 가진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이성으로 겨우 버티는 나날들사이 어느날 불쑥 고개를 내미는 감성. 내가 지금 이게 뭐하고 사는건가..

  3. 싣니보이 2014.06.07 12:19 address edit & del reply

    꼭 한쪽만 선택해야 하나요 ?
    왔다갔다 하시거나 아니면 일단 가셨다가 다시 오시거나 이렇게는 안될까요 ?
    저는 그러고 싶습니다.

  4. BlogIcon 안젤라 2014.06.08 11:25 address edit & del reply

    머리와 가슴이라ㅡ흠!
    한몸에 붙어있는 지체인데ㅡ
    그렇담 아직까지도 철저히 가슴형 인간으로
    살고있는 내가 좀 잘못된건가? 의문이 든다
    지난시간을 돌아보니 나름 힘겨웠으나
    가슴시리게 아팠던 일도 너무나 핫했던 일들도
    추억 속에 많은 친구들이 남아있더라
    진정한 부자가 되어보자ㅡ사람부자 ㅎ
    그도 가슴으로 만나니 가슴으로 답하더구만
    그냥 눈 감고 가슴이 시키는 방법대로 해봐!
    내 기도 방식이다ㅡ선택의 귀로에 있을때ᆞᆞᆞ

  5. Zion 2014.06.09 04:36 address edit & del reply

    젊었을때야 가슴, 즉 열정(Passion)으로 살아도 체력?이 받쳐주니 실수를 해도 재기가 가능하지만
    중년에 다가갈수록 열정보다는 머리, 즉 타산적으로 살아야 노후가 편안하지않을까요?

  6. ㅎㅎ 2014.06.10 03:28 address edit & del reply

    어디가 머리영역이고 어디가 가슴영역인지 불분명한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가슴으로 양보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철저히 머리로 사는 경우도 있고, 가슴이 말라 머리로만 억지로 산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슴으로 끈끈하게 사는 경우도 있지요. 중년부부사이가 딱 이렇지 않나싶습니다^^

  7. kscho 2014.06.10 04:43 address edit & del reply

    모두들 머리와 가슴 그 중간 어디께쯤에서 살고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세상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보기 안좋죠. 머리만 가지고 살면 차가워보이고 가슴만 가지고 살면 철없어 보이고. 정상적인 보통사람들은 그래서 아마 다 중간 어디쯤 있을겁니다.

  8. Favicon of https://yopangyopang.tistory.com BlogIcon 요팡 2014.06.14 05:0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머리 가슴 균형 잘 잡고 살겠습니다 ^^

  9. BlogIcon 이희경 2014.07.24 22:09 address edit & del reply

    노래가 넘 슬프고 전인권씨 목소리도 가슴을 울리네요. 덕분에 좋은노래 듣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