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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머리 vs 가슴

싶으면 하고 싫으면 말아 그러면 돼’ 


이 간단한 걸 요즘 배웠습니다. 머리로 살지 말고 가슴으로 살라는 말일 겁니다. 어쩌면 배부른 혹은 아주 위험한 말일 수 있습니다. 상황판단없이 함부로 가슴으로만 살다간 자칫 현실에서 바로 낙오하기 십상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현대인들 대부분이 너무 머리로만 살고들 있으니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걸겁니다. 꽤 오랜기간동안 머리로만 살아온 제게도 아주 의미있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이민자들도 같이 공감할 겁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가슴으로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삼십여년전.. 싶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았었습니다. 지나치리만큼 '온전히' 가슴으로만 살던 때였습니다. 이게 아마 추억의 대부분이 그곳에 모여있는 이유일 겁니다. 그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이후엔 가슴없이 머리로만 살았고, 지난 16년은 그것이 극에 달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걸 알자 미국 16년의 '무기억'의문도 풀렸습니다. 가슴을 깡그리 잊은채 오로지 머리로만 살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도착 바로 다음 날 만난 승숙이가 제게 며칠 후 말해줬었습니다. '예전엔 그렇게 잘 웃고 말도 잘하던 애가 말도 없고 웃지도 않더라..' 깜짝놀랐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 가슴을 여는 방법을 제가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때부터 부지런히 가슴을 열려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나 꿈이 시작되었고, 가슴이 움직이자 오래도록 잠자던 행복세포들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신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부턴 가슴으로 살기로, 가슴이 시키는대로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언제까지 삼십년전 추억만 뜯어먹고 갈수는 없습니다. 얼마 남아있는지도 모르는 인생, 이렇게 머리로만 살다 돌아가는건 끔찍합니다. 앞으론 가슴으로 살며 기억을 많이 만들어야겠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가슴이 말하면 여전히 머리가 막습니다. 생각을 할때에도 글자를 쓸때에도 말을 할때에도 머리가 늘 잘난체를 먼저 합니다. 철이 없느니 유치하느니 미쳤냐느니.. 아무리 가슴으로 살겠다고 다짐을 해도 아직도 머리의 절대우세인 것 같습니다.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요즈음 '열라' 고민중입니다. 가슴은 '멀리 떠나라' 하는데 머리는 '가까이 머물라' 합니다. 답을 못찾고 고민하다 일단 아주 현명한 길을 하나 찾고서 고민에서 잠시 물러나 앉았습니다. '어부인 결정'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지 않습니까.


그녀 역시 머리와 가슴사이에서 깊이 고민중일 겁니다. 수도승처럼 살고 있는 저를 아직도 '너무 기분파'로 여기고, 제가 한국서 겪은 가슴열림도 경험하지 않았으니 저보다 고민이 더 깊을 지 모릅니다. 당연히 머리로 결정할런지, 아니면 기대수명에 대한 불안감과 정에 대한 갈증으로 가슴으로 결정할런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머지않은 때에 말씀이 있으시리라 봅니다. 머리와 가슴의 갈등.. 현대인류의 숙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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