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오디오’를 하나 사려고 알아보는 제 누나와 요 며칠 오디오 얘길하는 중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 처음 본 오디오기기는 일본 ‘나쇼나루’의 휴대용 전축이었습니다. 70년대 초반의 그 물건을 이렇게 생생히 기억하는 걸 보면, 전축이란 걸 난생 처음 본 그 기억이 참 강렬했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들었던 음악도 기억납니다. 세모시 옥색치마~ 아버지가 전축과 함께 가져오신 한국가곡전집에 있던 노래였습니다. 두번째는 SANYO의 카셋트였습니다.
중고등학교때엔 이걸 거의 끼고 살다시피 했었죠. 그러다 대학1학년때에 놀라운 오디오를 접하게 됩니다. 친구의 SONY 워크맨이었는데 충격이었습니다. 스피커 없는 오디오.. 같은 카셋트 테입의 노래도 워크맨에 꽂고 들으면 엄청난 차이가 났었습니다.
오디오 기기에 따라 음악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전까진 단지 ‘소리가 작고 크고’만 구분했었는데 워크맨을 통해 전혀 다른 소리세상이 있다는 걸 비로소 안거죠. 좋은 오디오에 잠깐 욕심이 생겼었지만 당시 형편상 그건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이후 처음으로 그나마 '오디오'를 산것은 결혼할 때였었습니다. 태광.. 당시 한달 월급보다 더 비싼 것이었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몇백만원짜리였을 겁니다. 하지만 별로 듣지는 못했습니다. 당시는 음악보다 재밌는게 워낙 많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90년대 후반, 워크맨 충격을 능가하는 두번째 충격을 받게 됩니다. 누군가 제 차에 선물로 설치해준 카오디오 소리를 듣고나서입니다. 가슴에서 헛바람 소리가 나올 정도로 놀랐습니다. 늘 듣고 다니던 CD였는데 소리는 그야말로 천지차이였습니다. 좋은 오디오 욕심이 다시 나기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IMF가 닥치면서 다시 잊혀졌습니다.
치열했던 미국이민 초기엔 집에 라디오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크게 무리를 해서 산 것이 200불짜리 미니컴퍼넌트였는데, 안타깝게도 곧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무렵 mp3 음악에 접하게 되면서 모든 음악은 컴퓨터를 통해서 듣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CD의 음악들도 전부 mp3로 변환을 했습니다.
세월이 흐른 후.. 형편이 좀 나아졌습니다. ‘좋은 오디오’에 대한 욕심이 다시 꿈틀댔지만 '악기' 구입에 우선순위가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꽤 흐른 아직까지도 제가 가진 오디오는 200불짜리 그 미니컴퍼넌트, 아이팟용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기타연주를 위한 시스템이 전부입니다. 아직도 ‘좋은 오디오’를 흉내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좋은 오디오’에 대한 필요성에 큰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기기에 따라 음질의 차이라는 것이 확연히 있다는 건 저도 경험을 통해 잘 압니다. 하지만 소위 ‘황금귀’들처럼 비과학적 비상식적으로 음질을 추종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일반 음악애호가들의 귀에 맞는 적당한 수준의 오디오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제 문제는.. 제가 가진 음악의 거의 대부분이 mp3 음악파일이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CD에 비해 음질이 많이 떨어져서 좋은 오디오에서 들을 필요가 없다는 그 mp3.
하지만 알아보니 mp3 음악이 전부 음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256 kbps이상만 되면 전문가들조차 CD와 구분을 잘 못한다고 합니다. 이건 음질 매니아들에게 mp3음원과 CD음원 구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서 나온 정확한 결과입니다. 예전에 서태지도 ‘320kbps이상 mp3와 CD의 음질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고 선언했었다고 하니, 일반인 수준에선 256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CD의 음질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아무리 mp3 파일이라 하더라도 좋은 오디오를 가져야 할 이유는 여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제가 가진 대부분의 mp3 파일이 128kbps이기 때문입니다. 128kbps 파일은 아무리 ‘막귀’인 저도 오디오기기에 연결해 볼륨을 좀 키우면 소리가 허전하고 음이 깨진다는 걸 확연히 느낍니다. 즉 제가 가진 mp3 파일에겐 좋은 오디오가 필요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는 거죠.
그래서 오래전부터 꿈꿔왔었던 '좋은 오디오'..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 보기로 했습니다. 매니아라고 하는 사람들의 음질 주장은 99% 착각과 과대망상이고, 실제로 정상적인 ‘음악애호가’가 구분해 낼 수 있는 건 ‘싸구려 오디오’뿐이라고 합니다. 즉 중가 이상의 기기에선 가격에 따른 음질 차이를 전혀 구분하지 못한답니다. 성능이 상향평준화되어 음질은 다 거기서 거기란 얘깁니다. 몇천만원짜리 오디오가 실은 과시용 장식품이란 얘기.. 그렇다면 그냥 보통 일반인들은 어떨까요? 대부분 싸구려 오디오도 구분하지 못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그저 ‘볼륨 크고 작은’ 것만 구분합니다.
저는 아마 ‘일반인~음악애호가’ 중간정도의 수준이 아닐까 합니다. 볼륨크기에 더하여 음질도 아주조금 구분하는.. 따라서 제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256kbps 이상 mp3 혹은 CD 음원과 중급정도의 오디오’라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어렵습니다. 이제와서 256 이상 파일들과 새로 CD를 모을 열정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 이렇게 가지고 있습니다. ‘적당한 볼륨에서 128kbps mp3 음원이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들리는 오디오와 스피커 + 스마트 세상에 맞춘 blue tooth와 wi-fi 지원’
성능이 평준화된 자동차가 그러하듯 오디오도 이제는 음향기기가 아니라 스마트기기의 한종류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특별한 감각의 귀를 가지지 않은 이상, 성능이 아니라 기능과 디자인을 보고 고르면 되는거죠. 램보기니나 페라리 몰듯, 이런 오디오룸을 꾸미고 살 거 아니라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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