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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맥도날드가 인종차별?

미국에선 열심히 일해 세금을 꼬박꼬박 낸 노인들의 경우, 은퇴 후에도 어려움 없이 즐기며 생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노인들도 많습니다. 정부보조로 생활은 겨우 할 수 있지만, 그외 다른 여유는 없습니다. 자식의 초정으로 미국에 온 대부분의 한인노인들이 여기에 해당할 겁니다. 그래서 있는 것이 '시니어 센터(Senior Center)'라는 곳입니다. 여유가 많지 않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식사제공, 교통편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종 여가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노인들을 심심하지 않게 해줍니다. 한국으로 치면 마을회관이나 문화센터 경로당같은 곳인데.. 하지만 영어가 불편한 한인 노인들에겐 시니어센터는 그림의 떡입니다


게다가 한인 노인세대는 부인과 소통하는 법을 전혀 모르는 세대입니다. 부인과 한집에서 하루종일 있기가 몹시 불편합니다. 그래서 한인 할아버지들은 어디든 밖으로 나가 놀아야 합니다. 근데 갈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가는 곳이 패스트푸드 가게랍니다. 한국에서의 동네다방 가듯 하는거죠. LA의 한인타운에도 이런 곳이 있었습니다. Western거리에 있는 McDonald's 입니다. 바깥의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한인 할아버지들이었습니다. 거의 하루종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요즘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뉴욕의 한인타운인 플러싱에도 이런 곳이 있나 봅니다근데 날씨가 따뜻해 밖에 앉아있어도 되는 LA와는 달리 그곳에선 할아버지들이 가게 안에 죽치고 앉아 계신 모양입니다사진을 보니 가게가 상당히 좁습니다당연히 영업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맥도널드는 말 그대로 fast food 빨리빨리 음식 서비스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식당입니다그런곳에 한무리의 노인들이 일년 365일 들어와 상당시간 또는 하루종일 버티고 앉아 있는 것은 명백한 영업방해 행위입니다. 아무리 노인들을 공경하고 싶어도 생업에 지장을 주는데 어떤 업주가 이 할아버지들을 이해해 주겠습니까 

그래서 업주가 제발 오래 앉아 있지는 말아 달라고 할아버지들에게 요청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따로 갈곳이 마땅치 않은 할아버지들은 계속 앉아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업주가 경찰에 요청해 할아버지들을 내보냈을겁니다. 근데 경찰이 가면 또 들어온답니다. 그래서 다툼과 소란이 여러번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급기야 뉴욕타임즈 신문에 기사까지 났습니다


내쫓아도 들어오고 또 내쫓아도 또 들어오고.. 제목이 이런 뉘앙스입니다. 기자가 물어봤답니다. 매번 이런 일을 겪으면서 왜 이 맥도날드 가게에 계속 오는지.. 한인 할바버지는 동문서답을 했습니다. "경찰이 오면 버티고 있거나, 순순히 나갔다가 그들이 간 다음에 다시 오면 된다"고 말했답니다. 그렇습니다. 개념자체가 아예 없으신 겁니다. 어려운 시대에 나고 자랐던 옛날 노인들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얼굴이 좀 화끈거리긴 했습니다만.. 갈 곳없는 할아버지들의 막막한 처지를 이해하기 때문에 이 참에 노인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순효과를 기대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16일 ‘뉴욕한인학부모협회라는 곳에서 '긴급'성명을 통해한인노인고객들이 오래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해 내쫒은 사건은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노인차별이라며 McDonald's 불매운동을 전개한다"고 했답니다. 그 단체의 최윤희 회장은 노인들이 소란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조용히 담소를 나눴을 뿐인데 오래 앉아 있었다고 경찰에 신고해서 내쫒은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횡포다. 젊은 사람들도 노트북을 연결해서 3~4시간은 예사로 있는데 한인노인들만 겨냥한 것은 우리 한인사회를 그만큼 우습게 본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아찔합니다. 하필이면 젊은 한인들이 부모세대의 행동거지중 가장 싫어하는 것 1위인 '인종차별' 이슈를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인종차별.. 저도 그간 여러번 이 문제를 이야기 했습니다만.. 인종차별 이슈화는 자충수입니다. 과거에는 이 패배주의적 인종차별 이슈가 유일한 보호수단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인종차별로 이슈로 당장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한인사회 전체의 이미지가 추락합니다. 인종차별로 떼쓰는 거 외엔 다른 힘이 없는 불쌍한 종족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때가 때인지라 이런 비교가 좀 그렇긴 합니다만.. 일본인들은 무슨 일을 당해도 절대로 그것을 인종차별로 연결짓지 않습니다. 백인들에게 절대 차별당할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종차별이란 단어를 말하는 순간 스스로를 열등한 민족이라고 인정하는 셈이라는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도 이제 그래야 합니다. 그런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다음세대들이 어깨 펴고 삽니다. 


대다수 한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한동안 그 인종차별 이슈가 들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뉴욕에서 다시 튀어나왔습니다. 그것도 명백히 우리가 잘못한 상황에 대해서 말입니다. 민족적 자긍심과 자존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시대착오적인 그들의 대응에 분노가 솟습니다.


공공복지시설이 아닌 개인의 영업장을 점거하다시피 한 우리 할아버지들이 분명히 잘못 하셨습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분들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갈 곳 없는 한인 할아버지들의 이 문제는 한인사회 전체가 같이 풀어야 할 숙제였습니다그래서 만약 한인단체가 이 일에 나설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면.. 일단 노인들을 대신해 업주에게 사과부터 하고, 갈곳 없는 한인 할아버지들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한인사회에 질문했어야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한인사회의 역량'에 걸맞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뉴욕한인학부모협회’라는 곳은 패배주의적 '인종차별' 문제를 내세웠습니다. 맥도날드가 한인사회를 우습게 본 것이 아니라 이 정체불명의 단체가 한인사회를 우습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인사회를 슬럼가 흑인사회 수준으로 끌어내렸습니다. 


불매운동도 그렇습니다. 그걸 벌여 현실적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걸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설사 맥도날드가 사과를 한다고 한들 우리가 얻는게 뭘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동네에 소문이 나서 머쓱해진 할아버지들이 갈곳만 더 없어집니다. 실추된 한인들 이미지는 어떻게 합니까? 결국 이번 사태는 이 일을 벌인 누군가에게 '내가 나서서 이번 일을 해결했다아-'라는 공치사 하나만 늘어나는 겁니다.   

 

이 뉴욕한인학부모협회가 어떤곳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학부모'협회가 왜 이런 일에 나서는지 의아했기 때문입니다. 찾아보니 단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고 그곳 회장인 최윤희라는 분에 대한 정보만 있습니다. 아무래도 협회장 감투욕심때문에 협회가 유지되는 경우로 보입니다. 마침 이분이 ‘위꼼수라는 곳과 가진 인터뷰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차림새로 보아 예삿분이 아닙니다^^ 아무튼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건대 뉴욕한인학부모협회.. 어버이연합’ 느낌이 듭니다.


 

이분의 애국애족 열정과 전투력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많이 빗나갔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문제를 뜬금없이 '인종차별' 문제로 오진하곤 그걸 자랑스레 광고했습니다. 그래서 멀쩡한 한인들이 한동안 얼굴들고 다니기 창피하게 됐습니다. 상식과 개념이 결핍된 '묻지마' 애국애족은 차라리 하지 않음만 못하다는 걸 이분이 제발 좀 아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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