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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로다이 (Lodi)

70년대 초반 서울 변두리 동네엔 겨울에만 잠깐 생겼다 없어지는 스케이트장들이 있었습니다. 밭이나 공터에 물을 채워 얼려서 주변을 가마니때기로 허름하게 막은 스케이트 장. 가운데 높은 기둥에서 사방으로 뻗은 줄엔 만국기가 휘날리고 있었고, 기둥 꼭대기엔 확성기가 달려 있어 하루종일 미국의 최신 팝송들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가장 많이 나오던 음악들이 바로 그룹 CCR의 음악이었는데, 이것이 아마 제가 처음으로 접한 '미국문화'였을겁니다.  

재작년인가.. 라디오스타에 백두산이 나왔을 때, 기타리스트 김도균초년병시절 연주했었던 곡이라며 CCR의 곡 하나를 들려줬던 적이 있었습니다. 'Lodi'라는 곡이었습니다. 들어보니 굉장히 귀에 익숙합니다. 어릴 적 스케이트장에서 귀가 닳도록 듣던 CCR의 음악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제목은 생경했습니다. Lodi가 뭐지? 하지만 그냥 흘렸고 Lodi는 다시 기억에서 까맣게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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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13년.. 캘리포니아 중부의 Lodi(로다이)라는 도시가 운명처럼 내 인생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 Lodi와 CCR음악 Lodi와는 전혀 연결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이었습니다. 사무실에 늘 흐르는 음악에 귀에 익숙한 CCR의 곡이 나오는데.. 불현듯 그 곡이 몇해전 김도균이 라디오스타에서 연주했던 그 곡인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제목이 뭐였더라.. 귀를 세우고 들어보니 후렴구의 가사가 어렴풋 귀에 들어옵니다. '스터킨 로다이 어갠..' 로다이? 혹시 Lodi?



찾아보니 맞습니다. 노래제목이 'Lodi'였고, 그 로다이는 바로 중부 캘리포니아의 그 도시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름이 돋았습니다. 2013년에 내 운명으로 들어온 캘리포니아 Lodi가 바로 40여년전 스케이트장에서 처음 접한 미국문화, 그 Lodi라니 말입니다. 


40여년만에 이어진 기막힌 운명의 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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