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직원은 아니었지만 이명박과 함께 40여년전 태국의 한 도로공사 현장에 계셨던 분을 일주일에 두세번씩 석달동안 만난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 현장에 있던 대졸직원 세명(현대건설 두명과 이분)이 같은 또래였기 때문에 거의 매일밤 같이 술을 마시던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작년초 그분으로 직접 들은 얘기다.
‘참 이해가 완돼요. 이명박씨가 왜 이리 컸는지. 이명박씨는 인물이 아니었거든요. 그때 이명박씨 말고 한명 더 있던 그 사람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어요. 모든 게 다 그 사람 머리에서 나오고 추진되고.. 이명박씨는 늘 우울하고 소심했었는데, 윗사람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하게 돌아다녔다는 건 대단했었죠. 그때 그 현장이 현대건설에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게 성공했단 말예요. 근데 참 이상했던 건.. 그때 정주영씨가 눈에 뭐가 씌었었는지 이상하게 그게 다 이명박씨의 공로라고 여기더라구요. 근데 그거 아니거든요. 내가 분명히 옆에서 봤는데 굳이 따지자면 이명박씨가 아니라 또 다른 그 직원의 공이예요. 그 사람이 다 한거거든. 근데 정주영씨는 이명박씨가 다 한걸로 알더라구.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기는 하겠지만 내 짐작엔 아마 이명박씨가 뭔가 꿍꿍이를 부려서 동료의 공을 가로챘었다는 생각이예요. 그러려면 당연히 모함을 했었을테고. 그 사람..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능력은 뛰어났었던 것 같애요. 정주영씨 총애로 승승장구했지요. 그 시절 이명박씨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래요. 이명박이 이렇게까지 성공한 거.. 100% 정주영 덕이라고.’
그래서 물어봤다. 정주영씨가 예사 인물이 아닌데, 그런 정주영씨가 아들보다 더 믿으면서 이명박을 키웠다는 건 이명박씨에게도 뭔가 뛰어난 면이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겠냐고..
‘뛰어났었지. “하라면 하는 거”.. 당시 건설회사가 뭐 별건가요? 까라면 까고 안되면 돈 써서 되게하고.. 그 눈 봐요. 권모술수와 아부가 평생 몸에 밴게 보이지 않나요? 뇌물 잘 주고 아부 잘하는 눈이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의 성공은 현대그룹을 벗어나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전체 샐러리맨의 신화가 되고 있었다. 한 드라마가 결정적이었다. 그의 얼굴을 한번도 본적이 없던 때, ‘야망의 세월’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이명박 신화를 숭배하게 되었었다.
내가 이명박의 얼굴을 처음으로 본 것은 그가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였다. 깜짝 놀랐었다. 내가 생각하던 얼굴과 전혀 딴판으로 생긴 얼굴, 아니 정반대로 생긴 얼굴.. 그럴듯 하게 생긴 유인촌의 얼굴과 달라서가 아니었다. 협잡과 권모술수가 그득하고 아부와 굴종이 찌덕찌덕 붙어 있는 간사한 얼굴.. 실망을 넘어 충격이었다. 어려서부터 ‘사람은 생긴 대로 논다’라는 진리를 믿었던 내게 이명박의 그 치사한 생김새는 경악이었다. 이명박이 어찌 이따위로 생겼단 말인가.. 할 수 없이 내 편견을 인정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편견이 아니었음이 곧 확인되었다. 위기에 처한 은인 정주영을 배신하는 이명박을 봤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소인배 본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그 배신.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명박은 그 이후에도 역시 승승장구했다.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이명박의 이 배은망덕한 배신을 가려줬던 것일까? 역시 다름아닌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었다. 이명박과 개인적 친분이 있던 작가가 허구로 세웠던 그 ‘이명박 신화’였다. 부끄러운 내면은 가린 채 화려한 겉모습만으로 각색한 TV 드라마는 이명박의 배신마저도 가려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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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조국 근대화’ 는 누구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던 우리 민족 숙명의 과제였다. 깡패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들이며 외치던 ‘정의사회 구현’ 도 일부 먹혔다. 근데 무려 이십년이나 지난 후, 뜬금없는 ‘경제 살리겠습니다’ 라는 구호가 턱-하니 먹혔다. 무슨 경제를 살려? 어떤 경제가 죽어있길래?
집단최면이었다. 지금 경제는 현재 죽어있는 거라고 최면에 걸렸고, 대통령만 갈아 치우면 그 죽은 경제가 다시 펄떡거리며 살아날 거라고 최면에 걸렸었다. 정보가 차단된 군사독재의 강압상황도 아닌 시절에 무엇이 우리국민을 이렇게 비이성적인 집단최면의 상태로 몰아갔었던 것이었을까? 이 불가사의한 집단 최면의 뒤엔 우리 국민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게 도사리고 있었다. 바로 ‘세뇌’였다.
요즈음 바보가 아닌 다음에 정치인들의 말에 세뇌당할 국민들은 없다.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인간군상의 1위는 정치인들이다. 숨쉬는 거 외엔 전부 거짓말임을 다들 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정치인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데도 결과적으로는 전 국민들이 정치인의 감언이설에 늘 세뇌당한다는 사실이다. 정치인들은 전혀 신뢰하지 않는데도 국민들은 언제나 정치인들에게 세뇌당하는 이 이율배반.
이번에도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갔었다. 그렇게 빌어먹을 새끼들이라고 욕을 하면서 그들의 말을 또 믿었다. 왜 그랬을까?
→ 조중동 살리기 1 – 멸공 숭미 기독근본주의
→ 조중동 살리기 2 – 정치인과 종교인의 밥줄
→ 조중동 살리기 3 – 미디어 세뇌의 무서움
→ 조중동 살리기 4 – ‘보이지 않는 손’이 없다
→ 조중동 살리기 5 – 족벌언론의 폐해
→ 조중동 살리기 6 – 지금의 조중동은 민족의 해악
→ 조중동 살리기 7 – 조중동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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