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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김두한 진실게임에서 문득 떠오른 천안함 진실규명

김을동 의원께서 단단히 화가 나셨었나 보다. 도올보고 ‘역사앞에 사죄하라’신다. 자신의 가문을 뿌리 채 흔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실수 하신 것 같다. 도올이 EBS사건과 나꼼수로 인해 젊은이들과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게 된 시점에 괜한 불씨를 되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덮고 지나갔던 걸 사람들이 다시 궁금해 하기 시작한다. 김두한이 과연 김좌진장군의 아들일까?

객관적으로는 김두한이 김좌진장군의 아들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일제치하 당시 총독부의 관보였던 매일신보나 조선일보가 낸 토막기사가 있다지만 이건 '객관적'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당시의 시대상황이나 그 신문들의 성향상 이 기사들은 김좌진 장군을 흠집내기 위해 지어냈거나, 아니면 사생아를 홀로 키우던 기생의 묻지마식 주장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니들이 그렇게 영웅으로 떠받드는 김좌진이란 인간이 사실은 이렇게 기생과 놀아나다 사생아나 버리는 놈이다아.. 그 놈이 자기 아들 찾으러오는지 안오는지 두고 보자아.. 퇴기라고 무시하지 마라. 내 새끼의 아버지가 김좌진 장군이다아..

하지만 반대로 김두한이 김좌진의 아들이 아니라는 증거 역시 없다. 긴지 아닌지 확실히 증명하려면 김좌진 장군의 후손들끼리 유전자 검사를 하면 되는데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김을동 의원이 거부했다는 것 같다. 허긴 이런 조사에 응하기는 좀 그랬을 것이다, 이해한다.

보다시피 김두한 아버지 논쟁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인지 아닌지 따지는 것과 거의 같은 거다. 따라서 믿고 안믿고는 사람들의 자유의사다. 영화에서 봤듯 길거리 깡패를 거쳐 국회의원까지 한 영웅 스토리로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김두한이 ‘장군의 아들’이고, 김두한을 백색테러의 정치깡패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김두한은 ‘근본도 없이 무식한 깡패새끼’이다.

무엇이 진실이든 상관없다. 진실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에 영웅스토리라는 게 분명히 필요하기도 하지만 장군의 아들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근데 김을동 의원이 도올을 적시하며 이 문제를 다시 들고 나섰다. 혹시 유전자검사까지도 각오한 것일까? 하지만 그걸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김두한 진실게임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김두한 진실게임을 보며 문득 천안함과 함께 산화한 꽃다운 청년들이 떠올려진다.


천안함 진실규명

또 다시 상처가 되니 이제 그만 덮자고 하는 의견도 꽤 많다고 들었다. 사실 굉장히 조심스럽다. 김두한과 이 꽃다운 영혼들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 영혼에 대한 모욕이며 불경이 될 수 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정말 조심스럽다. 이렇게 조심할 만큼 그들은 우리에게 소중하고 숭고한 영혼들이다. 이 소중함이 바로 천안함 진실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유가족들..
스러진 영혼들이 그냥 그대로 ‘천안함의 영웅’으로 편안하게 잠들기를 바랄 것이다. 또 한번 진실게임에 휘말리게 되면 유가족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경험을 또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분들은 천안함이 그냥 이대로 북괴의 소행으로 기록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설사 진실이 바뀐다 해도 그들은 여전히 ‘천안함의 영웅’이며 우리들이 존경하는 숭고한 영혼들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경배를 받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생존한 청년들..
제대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겠지만 아마 아직 당시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천안함 사고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작은 불꽃놀이 사고로도 난 꽤 오랫동안 불을 쳐다보기가 어려웠었다. 삼십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난 큰 불꽃을 보면 그때의 장면이 불쑥 떠오른다. 내가 이럴진대 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 청년들을 더 괴롭히는 건 목숨을 잃은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빨리 과거를 잊고 씩씩하게 살아가기만을 빌어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먼저 스러진 영혼들이나 유가족분들이나 살아남은 청년들이나 우리는 그들을 모두 영웅으로 부른다. 이건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게 하나 있다. 아직 천안함의 진실을 궁금해하는 '못된' 국민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해야 한다
이 의혹은 스러진 자나 남은 자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우린 그런 그들을 '떳떳한 영웅'으로 만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덮여버린 천안함의 진실을 가리면 된다.

진실규명 과정에 그들의 역할이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상처를 받는 청년들이 있을 수 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그들의 괴로움을 생각하면 그냥 이쯤해서 덮어두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천안함 원인규명은 그들을 완전한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서해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도 너무나 중요한 과업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진실규명은.. 해방이후 종전이후 대한민국을 끊임없이 분열시키며 발목을 잡고 있는 지긋지긋한 이데올로기 싸움꾼들을 깨끗하게 대청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대한민국에 건강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가 자리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국가와 민족이 비상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인 것이다.

그래서 천안함의 진실이 밝혀지면 스러진 영혼들이나 살아남은 청년들이나 모두 역사의 한페이지에 당당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의혹이 약간 남아있는 사건의 영웅보다는 이렇게 역사를 흐름을 바꾼 시대의 영웅으로 기록되는 게 그들에게도 더 영광일 것이다. 

천안함 진실규명은 김두한 진실게임과는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