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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광복군 깍두기 사건 vs 나꼼수 비키니 사건

묻지마 인종차별의 부메랑 
미국 댈러스의 한 주유소에서 한인 주인과 흑인 손님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한인들에게 알려진 바로는 ‘다른 가게로 가라’ - ‘너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 ‘너야말로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라고 하다가 격분한 흑인이 흑인단체에 연락해서 여러 사람이 떼거지로 몰려와 주유소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는 거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이게 아니라 좀 달랐던 것 같다.

한인이 말다툼 중 흑인에게 수차례 Slave, Nigger, Monkey 라는 언사를 했단다. 게다가 그 한인주인은 이전에도 여러 번 흑인들과 갈등을 빚어왔던 경력이 있었고. 흑인여성 가방을 뒤지고, 막대기로 흑인 때려서 내쫓고, 물을 뿌리고.. 뭐 이랬었단다. 그래서 흑인들이 들고 일어난 거다미국 최대 흑인 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 댈러스 지부와 NOI라는 이슬람 단체가 개입해서 주유소앞에서 반한시위, 아시안 마켓 불매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미안한 말이지만 이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은 ‘깜둥이들.. 또 지랄하는 군’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왜일까? 흑인에 대한 차별이 ‘괜한 관념’이 아니라 '경험에 바탕을 둔 실체’이기 때문에? 즉 흑인들이 원래 본질적으로 개차반이라서? 아니다. 대다수 흑인들은 도덕적으로 생활한다. 개차반 흑인은 극히 일부다. 따라서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대상은 ‘흑인’이 아니라 ‘극히 일부의 개차반 흑인’ 즉, ‘범죄자 흑인’들에게 국한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흑인이 근처에 있기만 해도 불안해 하고 불편해 하며 흑인 관련사건이 터지면 흑인 전체를 조롱한다. 왜 이러는 걸까?

‘어떤 놈’이 개망나니 짓을 하다가 ‘경찰’에 잡혔다. 근데 잡히고서도 여전히 개망나니 짓을 한다. 그래서 그것을 제압하게 위해 경찰이 그 놈에게 구타를 가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이 정도론 문제가 되지 않는다하지만 그 ‘어떤 놈’이 ‘흑인’이고 ‘경찰’이 ‘백인 경찰’이라면 어떻게 될까. 전개가 판이해 진다. ‘흑인 단체’들이 바로 개입하여 이 문제를 ‘인종차별’ 이슈로 몰고 간다. 인종차별문제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당락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둘러 사과하고 징계주고 일을 마무리 짓는다. 흑인단체와 정면으로 붙는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속전속결 반성에 '진실성'은 쏙 빠져있다. 즉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인 것이다.

물론 이 사정을 흑인들도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할 수 없는 흑인들의 사정도 이해는 간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워낙 뿌리 깊어서 이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차별을 덜 받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장기적으로는 아주 잘못된 전략이다. 사람들이 흑인에 대해 가진 편견을 더욱 깊게하는 역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흑인 인종차별문제를 접할때마다 사람들은 이렇게 다짐한다. ‘좌우간 깜둥이들은 조심해야 돼..’ 결국 그들의 전략이 더 심한 ‘암묵적 차별’을 가져오는 부메랑이 된거다. 흑인=안 건드리는 게 상책. 그래서 사람들은 흑인이 근처에 있기만 해도 불안해하고 불편해한다.
  
이런 과정들이 되풀이 되면서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선량하고 도덕적인 흑인들이다. 흑인 단체들의 잘못된 전략으로 선량한 흑인들마저 도맷금으로 넘어가버렸다무개념한 흑인 이미지로 새겨져 평생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하며 살아가는 억울한 처지가 되었다

단체의 근시안적 전략이 집단 구성원 전체에게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비키니 사건

봉주 석방 비키니 시위 인증샷에 대한 나꼼수 멤버들의 언급때문에 시끄럽다. 대관절 뭐라고 했길래 그러는 건지 찾아봤다.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에 한 여성이 '자발적'으로 올린 이 사진이 사건의 발단이란다. 이 사진을 보고 나꼼수가 반응했는데 '정 전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오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랬더니 여기 저기서 여성들의 자발적 비키니 인증샷들이 경쟁적으로 더 올라왔단다.


그러자 이에 잔뜩 고무된 나꼼수가 '가슴응원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했다'등등.. 이랬단다. 하지만 아직은 사실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일단 사실이라고 치고.. 알다시피 나꼼수 얘네들은 뼈속까지 '명랑'한 애들이다. 즉 발칙한 여자가 먼저 장난을 걸어왔고, 명랑한 남자가 그 장난을 받아 친거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세바퀴에서 젊은 남자 출연자에게 이경실 박미선 조혜련 복부 씩스팩 보여달라고 떼쓰고, 젊은 남자애가 셔츠를 올려 배 근육을 보여주고, 그에 대해 아줌마들이 꺄악하며 넘어지는 것이나 같다. 또 초미니 차림으로 골반춤을 추는 아이돌 여가수를 보고 김학래조형기가 땀을 닦으며 헤벌쭉 웃는 것과 같은 상황인 거다

근데 이 방송을 본 '김제동'이 만약 화를 내면서 이랬다고 치자. ‘아줌마들이 청년의 복부 식스팩을 내보이게 강요하고 그걸 좋아하는 것이 매우 불쾌하니 당연히 MBC의 사과를 기다린다’.. 열등감에 찌들어 농담과 진담도 구분못하는 찌질이.. 유희와 이념도 구분하지 못하는 찌질이.. 웃자고 한 농담에 죽자고 달려드는 강용석 같은 찌질이.. 아마 김제동은 영원히 매장되었을 거다. 즉 현실성 없다.

그런데 현실에서 발생했다. 공지영이라는 여자가 주인공이란다. 물론 팩트여부는 확실치 않다. 
'
나꼼수의 비키니 가슴시위 사건은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린다


그래 어느정도 그 심정 이해는 한다. 타원형 배를 가진 내가 초컬릿 복근을 보니 열등감을 막 느끼면서 부럽고 약오르고 이랬으니 말이다. 공지영도 젊은 아가씨의 바스트를 보며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한 그런 열등감. 근데 그녀는 그것을 사회적인 분노로 치환을 했다. 그리곤  갈길 바쁜 나꼼수에게 '길을 멈추고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단다. 

만약 비키니 시위에 대한 나꼼수의 명랑 언사가 '성희롱'이라면, 세바퀴에서 아줌마들이 젊은 청년의 셔츠를 반강제로 올리게 해서 낄낄거리며 웃는 건 '성추행'에 해당된다. 비키니 시위사건은 사과를 하고 말고가 아니라 아예 '깜'자체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사과를 하랬는데도 감히 입을 닥치고 있는 나꼼수가 괘씸했는지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다. 급기야 엊그제엔 회원수가 60만명이라는 대형 여성까페들이 공동으로 이렇게 장엄한 발표를 했단다. 여기서부터는 명확한 팩트다.

진보의 가치와 인간을 도구화하지 않겠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서 나꼼수에게 가졌던 무한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과연 이 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마자마자 하는 여성들도 있겠지만 아마 대다수의 여성들은 '비키니 따위의 이슈화로 인해 오히려 없던 모멸감을 느끼고.. 여성이라는 이름을 건 단체의 손발 오그라드는 선언에 오히려 부끄럽..' 이랬을 것이다. 흑인단체와 한인단체의 예에서 보았듯 ‘단체’의 오판으로 ‘집단 전체’가 욕보는 경우다. 그리고 지금 때가 어느 때인가? 비키니 시위문제로 적전분열을 하면 그게 과연 어떤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가?

우리나라 여성단체들.. 알면서도 ‘주의환기’를 위해 일부러 그러는 건지(부모성 같이 쓰기처럼)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의 전략부재 상황인식능력 부재가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대한민국에서 ‘꼴’이라는 글자와 함께 불리워지는 집단은 단 두군데다. '수꼴'과 '꼴페미'. 왜 거룩해야할 페미니스트들 앞에 수구꼴통에게 처럼 '꼴'자를 붙이는지는 이번 비키니 사건이 잘 설명해 준다.

예전 만주의 광복군 식당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만주 광복군 깍두기 사건
일본군과 전투중이던 만주 광복군의 배식시간. 한 병사가 배식받은 깍두기를 집어 취사반 깍두기통에 냅다 집어 던졌다. ‘띠바 난 더 큰걸로 줘’ 그러자 열받은 취사병은 오히려 더 작은 깍두기를 던져주며 ‘넌 이거나 쳐먹어’ 했다아슬아슬한 광경이었지만 구경꾼 모두 빙글거리며 웃고만 있다. 두 놈이 원래부터 친구사이이고 가끔 그렇게 반찬으로 장난을 치는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느닷없이 멀리 있던 0()중대장이 나섰다. ‘왜 깍두기 가지고 우리 중대원을 놀리냐? 사과해라’ 그러자 두 당사자가 ‘그냥 친구사이 장난이었어요’ 했다. 주변의 병사들도 ‘맞아요’ 했다. 그런데도 이 중대장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사과 한마디 하면 될 걸 왜 핑계를 대냐?’ 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그는 취사병으로 하여금 연병장에서 광복군 전체에게 공식사과할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 중대장의 돌발 행동에 병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중대장 저 꼴통 왜 저렇게 오버해?’ 하지만 옹호하는 병사들도 있었다. ‘취사병의 깍두기 장난이 사실 불쾌했었다. 먹을 거 가지고 장난하면 안되지..’ 사과할 일이냐 아니냐.. 지금은 깍두기보다는 일본과의 전투에 매진해야 할 때다.. 의견도 분분하다. 그런데 뜬금없이 중대장이 중대발표를 했다광복군에서 탈퇴한다며 장엄하게 이리 말씀하셨다
.

깍두기로 병사를 희롱해선 안된다는 식사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서 광복군에 가졌던 무한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

조국의 독립전쟁보다 깍두기 사과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어떤 의도와 어떤 사고로 이리 행동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분명히 적전 분열이었다. 전투마다 승승장구하며 하늘을 찌르던 광복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일본군이 벌인 심리작전에 돌대가리 중대장이 넘어간 거다.. 갠찮다 어차피 그 중대는 전투중대가 아니었으니 광복군 전체 전력에 차질은 전혀 없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패전을 거듭하며 궤멸직전까지 몰렸었던 일본군에겐 이 깍두기 분열이 그들에게 전열을 가다듬고 반전의 기회를 주었음은 물론이다. 이 어이없는 깍두기 사건으로 인해 조국의 광복이 몇년 늦어졌다든가.


성숙한 흑인단체
다시 댈러스로 간다. 주유소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한흑 양 단체들이 중재를 해서 한인 주인이 흑인방송에 나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여기까지는 same old song 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깜둥이들은 무조건 조심해야 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흑인단체의 대응이 좀 달랐다. 그간의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상당부분 깨트리는 중요한 변화가 보인 것이다.

미국 최대 흑인 인권단체인 NAACP 본부가 NAACP 댈러스 지부장을 직무정지시켜 버렸단다. 애당초 인종차별 사건이 아니었던 것을 지부장이 멋대로 상황을 파악해 인종차별이라며 경거망동했던 것을 본부차원에서 강력하게 징계한 것이었다. 그리곤 본부가 덧붙였다. ‘당사자간의 일상적인 다툼이었다. 다른 인종이 흑인을 차별해서도 안되지만, 흑인이 다른 인종을 차별해서도 안된다. 


대한민국의 '극히 일부' 무개념 여성단체들은 NAACP의 이 대처를 보며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지긋지긋한 그 '' 자를 이젠 좀 떼어버릴때도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