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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설마했는데..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

대부분의 국민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게 듣보잡 장사아치들이 돈벌이를 위해 벌이는 저급한 이벤트 쑈라는 걸. 근데 다들 그냥 모른체 했었다. 우리집 잔치에 괜히 재뿌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정방식이 희한했다. 중복투표가 무한대로 카운트되는 투표방식이란다. 아마 3류 연예사이트의 연예인 인기투표에서도 이런 건 하지 않을 거다. 근데 이런 ‘마구잡이 몰투표’에 전국가가 들썩들썩하더니 결국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었단다. 설마설마 제발제발 했는데 말이다.

국민 된 도리로 기뻐해야 하나? 아니다. 얼굴이 화끈화끈거리고 손발이 오글오글거린다. 우리가 개최한 서울올림픽에서 우리가 4위, 우리가 개최한 월드컵에서 우리가 4위.. 좀 남세스런 구석이 있긴 했었지만 그래도 그땐 정말 기뼜었다. 개최국 어드밴티지가 너무 크긴 했었지만 어쨌든 공개적으로 정당한 룰에 따라 경쟁을 해서 이룬 성과였으니까. 하지만 세계7대 자연경관 제주도? 미안하지만 이건 하나도 기쁘지 않다. 오히려 부끄럽다. 

제주는 아름답다. 그런 제주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하지만 그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아니다. 우리 제주가 아름답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단 한번이라도 해외에 나가본 사람들은 이걸 잘 안다. 제주가 정말 아름답지만 세계 7대 자연경관급은 절대로 아니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해도 제주는 '50대 경관'에 넣기에도 약간 계면쩍은 정도다. 

그런데도 그 제주가 7대 자연경관으로 뽑혔다. 

이건.. 전적으로 무제한 중복투표의 힘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부끄러운 거다. 게다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그리 한것도 아니다. 공공연히 국가가 나서서 무제한 중복투표를 독려했었다. 뭐 이걸 그리 부끄러워 할 필요 없다고? 다른 데도 다 그렇게 했을테니까?  
 
나머지 여섯군데가 어딘지 정말 궁금하다. 나머지들이 그나마 그럴듯한 곳들이라면 부끄러움이 좀 덜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존(브라질), 하롱베이(베트남), 이과수폭포(아르헨티나),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필리핀), 테이블 마운틴(남아프라카공화국), 코모도(인도네시아)란다. 이름을 들어본 곳은 이과수폭포와 아마존강뿐이다. 나머지들은 역시 듣보잡이다. 남미 2곳, 아시아 4곳, 아프리카 1곳. 유럽이나 북아메리카는 한곳도 없다. 그 넒은 중국이나 일본도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중복 카운트가 무한대로 합산된 몰투표 싸움에서, 非선진국들중의 하나인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전국민들에게 중복투표를 선동하고, 그에 휩쓸린 국민들이 열심히 투표에 몰입해서 만들어낸 결과인 거다. 이걸 좀 심하게 비유를 하자면.. 삼류 저질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국 7대 미인선발대회'를 하는데.. 별로 예브지 않은 어느 여배우의 팬클럽이 준동을 해서 자기 여배우를 1등으로 올렸다. 근데 나머지 여섯명중에 이영애 김태희 정윤희 유지인 윤정희 김지미는 없고 맨 고만고만한 B급 여배우들만 뽑힌거나 마찬가지인 거다. 즉, 제주가 A급 자연경관이 아니란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좀 확대해서 말하면 우리가 아직 문명국이 아님을 스스로 전세계 만방에 알린 것이다. 그래서 부끄러운 거다. 요즈음 말로.. 국격이 너무 돋아서.

역시 이 정부의 특기 ‘경제효과’ 또 나왔다.
연간 1조 2천억원이란다.

참 가지가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