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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강호동 사냥, 그 찌질함

정치인의 명예, 연예인의 명예
권력자가 바뀌면 충성대상을 너무 쉽게 바꾸는 나경원을 향해 ‘사또가 바뀌면 아무에게나 달려드는 관기’라고 비유한 사람이 있었는데 나경원은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었다.

또 신정아를 추행했던 전력이 발각된 진성호가 그 추태를 이야기하는 블로거들에게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협박했었던 적도 있었다. 명백한 사실에 대한 비유였고, 명백한 사실에 대한 보도였는데 그 두 국회의원은 뻔뻔하게도 ‘명예훼손’을 운운하며 상대방을 협박했었다. 여의도 쓰레기들의 명예는 희한하게 중요한 나라다.

반면 강호동에게 명예란 아예 없다. ‘단순 세금추징’사실을 언론에 흘린 어떤 세무공무원 때문에 탈세범 오명을 뒤집어 썼고, 명예훼손 차원을 넘어 인생 자체가 지옥으로 떨어져 버렸다. 강호동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 재판은 언제나 그랬듯 광기 그 자체다.

무자비한 강호동 사냥.. 연예인을 ‘애증’의 양날로 재단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특기다. 부러워하다가 헛점이 보이면 달려들어 추악한 어릿광대로 만들어 찢어버린다. 연예인들에게 종교인보다도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특기다. 엠씨몽과 신정환이 그렇게 날아갔다. 그리고 이번엔 강호동이다. 탈세했다고 욕먹고, ‘잠정’이란 꼼수를 썼다고 욕먹고, 은퇴카드로 사람들을 겁박한다고 욕먹는다. 어릿광대 나부랭이 강호동에게 명예란 없다.


절세와 탈세
강호동이 잘했다고 하는 게 아니다. 강호동의 소득이 일반 국민들에게 얼마나 박탈감을 주는지도 공감한다. 기부도 안 하고 돈을 그렇게나 많이 버는 놈이 왜 절세까지 하고 지랄이냐는 말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호동은 이렇게까지 욕먹을 짓을 한 게 절대로 아니다.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악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게 탈세다. 탈세의 대명사는 재벌과 정치인이다. 그들과의 상거래를 탈세 없이 하기는 가능성 0%다. 현정부 장관들의 필수 자격요건 중 하나인 ‘다운계약서’도 명백한 탈세다. 자잘한 탈세는 일반 국민들도 다 한다. 현찰로 들어온 모든 수입을 빠짐없이 정확하게 신고하는 사람은 없다. ‘현금으로 내시면 세금액수만큼 깎아 드릴께요’ 하는 말에 ‘아닙니다. 세금 내고 사겠습니다’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게 모르게 다 탈세를 하고 산다. 

이렇게까진 아니더라도 애매한 법조문의 빈틈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는 게 있다. 그게 바로 절세다. 절세는 결코 나쁘거나 치사한 행위가 아니다. 법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는 건 납세자의 정당한 권리이다. 과세에 있어선 늘 세무서와 납세자와 대리인간에 견해 차이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세금추징은 불법에 대한 징벌이 아니다
강호동에 대한 추징도 절세하려는 강호동측과 세무서간에 비용에 대한 견해차이가 있었고, 추징은 이걸 교정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즉 추징이란 불법에 대한 징벌이 아니라 견해를 좁히는 과정인 것이다. 

또 세무조사라는 것도 세무서가 고액소득자중 무작위로 대상을 선정하여 벌이는 아주 일상적인 업무일 뿐이다. 이번에 그 대상에 강호동이 걸렸고 조사를 해보니 강호동측과 비용의 적용상에 차이가 있었음이 발견됐고, 그래서 추징을 하겠다며 ‘개인적으로’ 통보를 했던 것이었다. 그러자 강호동측이 그걸 받아들여 추징 세금을 내겠다고 했었고.


악의적인 발설
근데 그 지극히 개인적인 통보가 어느 세무공무원의 발설로 언론에 알려지고 말았고 그래서 이 난리가 난 거다. 하지만 전혀 난리가 날 일이 아니다. 연예인들의 세금 추징은 다반사다. 추징을 통보받은 연예인 중 극히 일부가 그에 불복해 소송을 벌이기도 한다. 언론에 알려져 우리가 기억하는 건 이런 경우뿐이다. 즉 실제로 세금을 추징당한 연예인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고액 소득 연예인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강호동 사건도 그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탈세를 하다가 걸린 것도 아니고 추징 세금을 못 내겠다고 버틴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강호동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추징세금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벌이고도 멀쩡한 배용준과는 달리 강호동은 추징 사실 하나만으로 돌 팔매질을 당했다. 약삭빠르게 자기가 속한 선교재단에 기부를 함으로서 얄밉게 세금을 안 내는 연예인들은 추앙을 받는데, 세무대리인과 소속사에게 일을 맡겼던 강호동은 봉변을 당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1박2일’ 그만두고 싶다고 했던게 누군가에게 미운 털이 박힌건지, 운동선수출신 돌대가리가 최고 연예인이라는 게 못마땅했는지, 악쓰는 사투리가 그냥 듣기 싫었던 건지, 경쟁자의 광팬들이 의도적으로 이러는 건지.. 아무튼 강호동을 못마땅해 하던 사람들이 총 궐기를 한 모양이다. 강호동을 악질탈세범으로 기정사실화 하면서 강호동을 죽이고 있다.


정치인의 도덕, 연예인의 도덕
권력에 출렁이는 걸 두고 ‘사또가 바뀌면 아무에게나 달려드는 관기’라고 비유한 게 명예훼손이 되고, 추행범더러 ‘야 이 드런놈아’ 해도 명예훼손이 되는 사회에서 과연 요즈음 강호동을 죽이려 나대는 관련자들은 어떻게 될까? 시기와 질투와 맹목적인 적대감으로 강호동을 죽이는 사람들은 괜찮은 걸까?

확인도 없이 ‘탈세’라는 제목을 뽑은 언론사들, 강호동을 탈세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람, 그리고 인터넷에서 강호동을 무차별 비방하는 사람들.. 만약 '강호동이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를 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강호동의 추징 사실을 언론에 흘린 해당 세무공무원은 '명예훼손죄'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 및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강호동이 이들을 맞고소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당하고 있을 것이다. 어릿광대의 처지를 곱씹으며 눈물만 흘리고 있을 것이다.

좋다. 강호동의 이번 사건이 명백한 탈세라 치자. 추징도 하고 강호동을 감옥에 쳐 넣자. 그리고 나선 제발 이렇게 연예인들에게 요구하는 강력한 도덕 잣대를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에게도 똑같이 좀 들이대자. 대통령이든 총리든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별의별 불법탈법을 저지른 놈들중에 우린 지금껏 그걸 책임지고 사퇴하는 놈들을 단 힌번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강호동은 탈세'의혹'만으로 깨끗하게 사퇴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그 치사한 잣대가 부끄럽지도 않으신가? 정작 도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치인들에겐 그토록 관대하면서, 연예인 나부랭이에겐 그토록 가혹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거.. 중범죄인들을 지도자로 추앙하는 처지에 유명 엠씨 한명을 마녀사냥으로 몰락시켜버리는 거, 참 찌질하다. 그렇게 연예인 사건소식에 함몰하는 동안 뭐가 슬그머니 지나가는지 모른다. 정말 찌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