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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이민자들이 공감하는 Cast Away의 한 장면

영화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서 주인공의 심정에 100% 몰입되어 100% 공감한다는 것.. 영화를 자주 보는 분들에겐 이런 게 자주 일어나는지 모르겠으나, 난 이런 경험 딱 한번 있었다. Tom Hanks 영화 Cast Away.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무인도에서 탈출하던 바로 그 장면이다. 몇번이나 그를 좌절시켰었던 큰 파도 하나를 바람과 양철판 돛의 도움으로 드디어 넘어선다. 탈출에 성공하자 기쁨의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 곧 무거운 침묵으로 떠난 섬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Cast Away 테마음악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이어지던 그 장면..

(버퍼링이 너무 길어지면 → 유튜브에서 보기로 가시기 바람. YouTube에 기껏 올려놨는데 embedding 이 막히는 바람에 다음팟에 올렸음)


246 가지의 심경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기쁨, 환희, 해방감, 성취감, 기대감, 희망.. 그리고 이것들과 비슷한 심경들 40가지. 그리고 나머지 200가지 심경들.. 그리움, 불안, 후회, 두려움, 공포..


이민자들.. 아마 이 장면에서 격하게 공감했을 것이다. 나고 자란 대한민국을 떠나야만 했을 때, 김포공항을 이륙한 비행기 안에서 멀어지는 대한민국 땅을 바라보며 딱 이랬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형언할 수 없었던 그 얼키고 설킨 심경. 드디어 떠났다.. 드디어 해낸거다.. 자 아메리칸 드림.. 그래 한번 해보는거야.. 그리곤 곧.. 내가 지금 도대체 어딜가는 거지?.. 이거 과연 잘하는 짓일까?.. 가서 띠바 뭐하지?.. 다시 돌아올 수는 있을까? 어머니 아버지는?.. 기쁜건지 슬픈건지, 자신있는 건지 두려운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그 이상한 심경.

또 이런 저런 이유로.. 한동안 뿌리내리고 살던 타국을 떠나 다시 조국으로 돌아간다면, 역시 마찬가지이겠다. 아니 이 경우엔 246가지 정도가 아니라 350가지 쯤의 더 복잡스런 심경들이 사람을 더욱 괴롭히겠다. 아니 왜 다시왔대? 돈 많이 벌어서 온거래 아님 망해서 온거래?.. 누가 날 기억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얼마나 변했을까?..


이민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Cast Away의 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