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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뭐? 우리 선수들이 악착스럽다고?

어제 오후 언제나처럼 WBC 야구관련 기사를 찾아보다가 한 머리기사를 보고 기분이 좀 나빠졌다. 누군가가 우리나라 야구선수들을 보고 ‘악착스럽다’고 했기 때문이다. 장하고 기특한 우리나라 야구선수들더러 악착스럽다고? 기분이 많이 나빴다.


악착스럽다
이게 우리말인지 한자말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한자말이었다. 齷齪 이를 꽉 앙다문 상태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즉 어떤 일에 기를 쓰고 달려들어 모질게 그 일을 해내는 것을 가리킨다고 한다. 말의 뜻으로만 본다면 우리 선수들을 '악착같다'고 했다고 해서 내가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실생활에서 우린 이 말을 이런 뜻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다.

‘찌질이 주제에 참 더럽게 모질고 독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에 불을 켜고 달겨드는 역겨운 놈’ 정도로 쓴다. 즉 악착같다라는 말엔 지긋지긋하다 불쌍하다 안쓰럽다 모질다 독하다 야비하다 무섭다 역겹다 낯두껍다.. 뭐 이런 뜻들이 같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이 악착같다라는 말은 대개 상대방을 슬쩍 비하할 때 쓴다. 성공은 했을지 몰라도 제 본래 주제나 성공 과정이 참으로 말하기 곤란할 정도로 시궁창 같았을 거라는 비아냥. 악착이 억척이 또순이 같은 표현들이 다 그렇다. 원래는 하잘것 없는 인생인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더럽게 달려든 덕에 자기 이익과 성공에 성공한 사람들, 그래서 돈은 벌고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인간적으로나 상당한 문제와 하자가 있어 인간관계 안좋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많이 받는 사람들을 가리킬 때 쓴다.


이 말을 한 자가 도대체 누구?
근데 이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악착스럽다'라는 표현을 우리 야구선수들에게 갖다 붙였다. 누굴까? 이건 생각할 것도 없이 당연히 일본사람들일 것이다. 한국야구에 대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우월감과 최근에 생긴 묘한 경쟁심 공포심으로 보아 충분히 그들이 쓸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 선수들 참 악착스럽습니다. (아 띠바 엔간히 좀 하지, 한국애덜 존나 징그럽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썼을 것이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들 입장에선.

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은 의외로 일본인이 아니었다. 그럼 누구? 우리한테 작살난 베네주엘라 애덜? 아니다. 우리 야구선수들을 ‘악착스럽다’고 표현한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나라 대통령이었다. '똥덩어리'들 몇개 모아놓은 자리에서 '야구선수들 참 악착스럽다. 우리도 경제를 악착스럽게 살리자'고 했단다.


결승전에 임하는 우리 선수들
불안감이 엄습했다. 만약 결승전을 앞둔 우리 선수들과 스탭들이 인터넷으로 이 기사를 본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고 기운이 빠질까.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놈이 기껏 한다는 말이 우리더러 악착스럽다고? 그렇다면 지금껏 '뭐 저렇게까지 독하게 하나..' 라고 생각했었다는 거 아닌가? 그러니 오늘은 야구 참 잘하는 일본에게는 그렇게 악쓰며 바둥바둥 대지말고 점잖게 경기하고 실력대로 지고 오라는 뜻 아닌가? 결승전을 몇시간 앞둔 우리 선수들.. 김 빠졌겠다.

그래서 어제 밤, 결승전에서 우리 야구선수들이 예상대로 졌다. 점수는 엇비슷했지만 사실 경기내용은 차이가 현격했다. 우리 선수들이 일본선수들에게 무언가 압도당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러지 않았던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한 걸 보면 우리 선수들이 뭔가 큰 충격을 먹었다는 뜻이다. 그렇다. 바로 이명박의 망언을 들은 것이 확실했다^^. 띠바.

이 자의 입이 경박스럽고 언행이 촐랑댄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어젠 심해도 너무 심했다. 결승전을 코 앞에 둔 우리 선수들더러 기껏 한다는 소리가 '악착스럽다'니.. 이놈 도대체 일본 대통령이야 대한민국 대통령이야? 어이가 없다.


명박에게 악착스럽다는 말의 의미
살아오면서 이 악착스럽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본 사람은 아마 이명박일 것이다.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말 '악착스러움'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능력도 보잘것 없는데다 성격마저 나쁜 찌질이였는데(청년 명박과 태국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에게 직접 들은 얘기다. 청년 이명박은 애가 좀 이상했다네. 사람들과 마찰이 많아 인간관계도 안좋고) 웬떡이냐 튼튼한 줄 하나 꽉 잡은 후, 눈물 겨운 아첨과 아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모함으로, 갖은 사기와 협잡으로 무섭게 매진한 덕에 성공한 사람, 그리곤 막판엔 그렇게 자기를 키워준 튼튼한 줄마저 배신하고.. 그래서 비록 돈은 벌고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인간됨에 있어서 수많은 결점과 치명적인 하자때문에 사람들로부터는 숱하게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 바로 이명박이다.

그러나 본태적으로 남의 충고나 비판을 싫어하고 자화자찬에만 능한 이명박이다. 그래서 남들이 자기에게 비아냥대면서 불렀던 이 말 '악착스럽다'라는 말조차 그는 자기에 대한 칭찬으로 여기기로 했을 것이다. 아님 진짜 칭찬으로 알고 있었거나. 아무튼 끊임없이 자기암시를 했을 것이다. 남들이 내게 악착스럽다고 하는 것은 다 나에 대한 시샘때문이다. 너무 잘난 나에 대한 저들의 열등감의 표현이다. 악착스럽다라는 말은 성공한 자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그래서 어제도 생각없이 이 말을 씨부렸을 것이다. 제딴에는 칭찬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 선수들 참 악착스럽다.. 생각할 수록 이 자의 이 가벼운 주둥이와 경박한 사고에 어이가 없어진다.

맞지도 않는 도포와 관을 뒤집어 쓰고
눈과 귀는 막은 채 주둥이만 나불거리면서
골수에 박힌 노가다씹장 삽자루 철학으로
세계에서 나홀로 역주행하는 거
제발 고마하고 그만 내려오라고 해도 
힘으로 버티면서 여전히 설치고 있는 거

이게 바로 '악착스럽다'인데.. 본인만 여전히 그걸 모른다.


어제 경기는 너때문에 졌다
만약 네 딴에는 우리 야구선수들을 칭찬하려는 의도였다면 악착스럽다고 할게 아니라 장하다 자랑스럽다 감동적이다 참 열심이다.. 이런 말들을 썼어야 하는 거였다. 어따대고 '악착스럽다'고 해서 장한 우리 선수들 김을 빼놓는 거냐? 어제 결승전, 결국 너 때문에 진거다. 경박스런 네놈의 주둥이 때문에 우리 애들은 기운 빠지고 일본애들은 기가 확 살아서.
이 띠바넘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