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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또 월드컵?

2002년 월드컵. 이 월드컵으로 우리나라가 굉장히 많은 이익을 봤다고 한다.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스스로 밝힌 2002 월드컵의 경제 효과는 이렇다.

직접효과(국내경기 활성화 효과)
대회의 준비 및 개최과정에서 경기장, 주변도로 등 부대시설의 건설과 조직위원회의 운영비지출 및 개최기간 중에 해외관광객의 소비지출에 의해서 창출되는 효과. 총 3조4,707억원의 지출을 통하여 부가가치 5조3,357억원(2000년 경상GDP 517조억원의 1%), 이거저거 다 합쳐 생산유발효과 11조4797억원, 고용 35만여명이 창출되었던 것으로 추정.

간접효과(국가이미지 제고 효과)
국가 및 국내기업의 대외적 이미지 향상으로 국내의 산업(관광, 스포츠 등)진흥과 수출증대를 유발하는 효과. 

직접효과라는 것은 월드컵이라는 초대형 국가잔치를 치르면서 건설된 인프라와 월드컵 기간중 소비지출 증가에 따른 경제효과, 즉 돈을 확확 돌게 만들었다는 것 같다. 그리고 간접효과라는 것은 국가와 국내기업의 대외 이미지 제고라는 것 같다. 하지만 의문이 있다. 월드컵으로 인해 막대한 돈이 돈 것은 맞지만 그로 인해 얻었다는 '실질적인 경제효과'는 도대체 뭐였을까? 의문은 들지만 안타깝게도 난 이걸 따질 실력이 못된다. 그냥 덮는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간접효과 부분이다.



월드컵을 치른 후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가 크게 향상되었다고 우리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린 늘 88올림픽과 2002 월드컵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얘기한다. 88년 올림픽은 대한민국에 있어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우리 대한민국은 전쟁과 가난의 이미지를 벗고 성공한 개발도상국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었다. 그러나 2002 월드컵은 아니다. 국가 이미지 차원으로만 본다면 오히려 국가 이미지에 손해만 끼쳤다고 보는 게 맞다.

정말 입밖에 꺼내기 싫은 말이지만.. 우린 남새스럽게 뒤늦게 뛰어들어서 일본과의 지나친 경쟁으로 세계인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었다. 오죽 그 추태가 한심스럽고 사후가 걱정되었던지 결국 공동개최라는 기상천외한 결과가 나왔었다. 이를 두고 세계인들은 조소를 보내고 일본은 가슴을 치며 분개해 했었지만 우리만은 환호성을 질렀었다. 우리가 드디어 해내었다고..

또 월드컵 기간내내 전세계에 보여준 대한민국의 모습, 바로 붉은악마의 집단광기 응원.. 그 무시무시한 응원이 한국인들에겐 자존심과 긍지였을지 몰라도 세계인들에겐 단지 소름끼치는 기괴함이었다. 21세기에 월드컵을 치르는 나라에서 느닷없이 20세기 초반에나 봤었을법한 전체주의적인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자국에서 벌어지는 경기에서 자국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정도만 지켜준다면 보기에 흐뭇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아니한만 못하게 된다. 얼마전 베이징 올림픽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중국인들의 난동을 기억한다. 우린 그것을 보며 중화주의에 날뛰는 미치광이들 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에겐 그 모든 추태들이 자부심과 애국심이었다. 2002년 우리도 비슷했었다. 우리는 단합하고 단결했는지 몰라도 세계인들에 눈엔 괴상한 공포감과 역겨움이었다.


한가지 더 있다. 2002 월드컵에서 개운치 않은 우리나라의 4강. 20위권 밖을 맴돌던 나라가 자국에서 대회를 열기만 하면 4강이다. 올림픽때도 그랬고 월드컵때도 그랬었다. 아무리 홈의 잇점을 고려해도 이건 너무했다. 우리가 얼마전 베이징 올핌픽에서 중국에 대해 가졌던 생각이 뭐였던가? '기껏 손님을 불러놓곤 자기과시 텃세부리는 꼴불견' 아니었던가? 

석연치 않은 편파판정으로 우리에게 패한 나라들은 우릴 어떻게 생각했을까. 얼마전 핸드볼에서 중동의 어느 국가가 심한 편파판정으로 우릴 분개하게 만들었던 걸 떠올려 보자. 그 나라나 2002 월드컵때의 우리나 전혀 다르지 않다. 


그렇다. 안타깝게도 2002년 월드컵으로 인해 세계인들의 뇌리에 다시한번 각인된 대한민국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듯 '발전하는 나라 대한민국' 혹은 ‘밝고 신사적인 대한민국’ 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아직 예의범절을 모르는 졸부 국가' 혹은 ‘광기어린 무서운 민족’ 이라는 이미지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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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세월이 흘러 많은 것들이 잊혀져가고 있었다. 근데 오늘 놀랄만한 소식이 들렸다. 우리나라가 또 월드컵 개최신청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2018년이나 2022년 월드컵을 또 노린단다. 아니 갑자기 왜 또 월드컵? 우리가 월드컵 치른지 얼마나 됐다고..

어마어마한 경제효과가 있다는 그 월드컵을 하겠다고 나서는 나라가 부지기수로 늘어섰는데, 불과 얼마전에 요란하게 대회를 치렀던 우리나라에 개최권을 과연 다시 줄까? 턱도 없는 소리다. 게다가 더 찜찜한 건 이번에도 역시 일본의 뒷북이라고 한다. 일본이 먼저 신청의사를 밝힌 후 얼마되지 않아 마지막 날 한국도 또 낼름 신청한 거라고 한다. 일본인들이 또 부글부글 반한 감정으로 들끓을 것은 당연지사. 2002년엔 다된 밥에 코빠뜨려 밥을 뺏어먹더니 이번엔 아예 밥을 짓기도 전에 밥그릇을 깨부수려고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능성도 전혀 없는 월드컵 신청이 굳이 일본과 또다시 국가대 국가로 감정싸움을 벌여야 할만큼 중요한 것일까?.. 


더 놀라운 것은 이거 축구협회에서 그간 논의되었던 것도 아니란다. 정부와 사전 협의를 한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본 것도 아니란다. 신임 협회장이 그냥 저 혼자 불쑥 저지른 일이란다. 

그런데도 그는 뭐에 쫓겼는지 이렇게 큰 일을 불쑥 저질렀다. 되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국민들간 의견분열로 시끄러워질 걸 뻔히 알면서도, 일본과 또 한번의 이전투구로 또 다시 마찰이 일어나 국제적 망신을 살걸 뻔히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아무런 국민적 합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월드컵 유치 신청을 질러버렸다. 


오랫동안 정몽준의 충직한 개로 목숨을 부지해 온 조중연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단독으로 이런 큰일을 벌였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차기를 노리는 정몽준의 정치 전략일까? 아니면 이미 정치적 사망판정을 받은 이명박이 국민들의 관심을 일본과의 경쟁구도로 돌려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하고, 그 월드컵 핑계로 대규모 삽질을 벌이려는 술수일까? 혹은 두놈이 배를 맞댄 합작품일까? 아니면.. 국민들을 단합시키는 데엔 월드컵 만한게 없으니 국민들의 분열을 막아보자는 구국의 결단일까?


뭐가 되었든 무슨 꿍꿍이든
아서라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