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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사기꾼에 당하고, 변호사에 또 당하고

수익률 50%에 속아 투자
일년간 수익률 50% 라는 외환투자 상품이 있었다. 정상적인 경우에서의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세상에 일년 수익률이 50%인 금융상품이 어찌 존재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아둔한 사람들은 이에 가입을 했고, 회사는 실제로 연 50%, 월 5%에 가까운 수익을 매달 투자자의 계좌에 꼬박꼬박 입금시켜 주었다.

이게 소문이 났다. 그래서 그 소문을 듣고 투자자들이 슬슬 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백만불 단위의 투자자까지 생겼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은 계속 퍼져나갔다. 나도 들었다. '정말 괜찮은 수익상품이 있으니 여윳돈 있으면 투자하라고. 외환투자를 하는 회사인데 거기에 투자해서 2년만에 원금을 두배로 불린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자기도 긴가민가해서 일년 넘게 지켜봤었는데 확실히 수익이 입금되더라고' 그래서 LA의 많은 사람들이 이 괴상한 외환거래 업체에 쌈짓돈들을 투자했다. 그 금액이 물경 수천만불에 이른다.


회사대표의 잠적
아니나 다를까 그 회사는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고 대표는 잠적해 버렸다. 투자자의 돈을 끌어모아 그 자금 전부를 외환거래에 투자한 게 아니라 그 원금의 일부에서 매달 수익이라며 돈을 챙겨줬었던 거다. 그래서 50% 수익률이라는 소문을 듣고 엄청난 자금이 모아졌고, 때를 기다리던 대표가 돈을 꿀꺽 삼키고 잠적해버린거다. 작년에 이곳 LA를 시끄럽게 했던 F 투자회사다.


가까운 두사람이 결려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멍청하길래 저런 사기에 놀아나는걸까..'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아뿔싸 나와 직접적으로 깊은 연관이 있는 두 사람 갑과 을이 이 사기사건에 걸려들었다. 근데 문제가 복잡했다. 갑과 을이 나란히 그 F회사에 투자한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갑은 을이 세운 G회사에 투자하고, 을은 그 돈을 F회사에 투자를 했었던 모양이다. 왜 그렇게 거래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을이 중간에서 수익률을 일부분 가로채려했던 건지.. 아뭏든 서로간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 이상한 투자거래는 1년 정도 잘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F회사가 사라진거다.


갑과 을의 입장차이
폭탄이 터졌다. 갑이 투자한 돈은 7만불. 이 돈은 갑이 을의 G회사에게 투자했고 이 돈이 다시 F회사로 들어갔었던 돈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해 을이 그 돈을 갈취한 것은 아니었다. 을의 자기자금도 F회사에 많이 투자되어 있었으니 을도 사실 같은 피해자였다. 그러나 여기서 갑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나는 'F회사에 투자'한게 아니라 '을에게 개인적으로 빌려줬었던 것'이다. 난 을이 F회사에 투자했던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을은 내게 돈을 갚아야 한다.'

증거상으론 갑의 이 말이 맞는 말이었다. 차용증과 원금보장 각서, check까지 주고 받았었던 것이다. 이렇게 서류상으론 갑이 을에게 '빌려준' 것이 맞았다. 그렇기 때문에 갑은 을에게 빌려준 돈을 무조건 갚으라고 했던 거다. 그러나 을이 이를 거부했다.

'나도 너와 똑같은 피해자인데 내가 왜 그 돈을 갚아야 하냐'고. 그러면서 자기가 F회사에 투자한 내역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자 갑이 발끈했다. '니가 언제 F회사에 투자한다고 했냐. 넌 분명히 네게 투자하라고 했었다. 돈을 불려줄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했었다. 그래서 차용증에 원금보장각서에 첵까지 받고 내게 돈을 빌려줬었던 거 아니냐. 그래놓고 이제와서 딴소리냐.'


변호사 선임
입장차이가 너무 커서 합의가 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덜컥 갑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걸었다. 그러자 을도 변호사를 선임해서 방어에 나섰다. 법정에서 붙자는 거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때부터 내가 두 사람 사이에서 중재를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합의를 시키기 위해 일단 금액을 조정했다. 다행히 갑이 양보를 많이 해서 합의금액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조정이 되었다. 그러나 의외로 을이 완강하게 버텼다.

'내가 떼어먹은게 아니라 F회사에 전액 투자했다가 날렸다는 걸 을도 낱낱이 알고 있는데, 을이 자기를 사기꾼으로 몰고 저러는 게 너무 분하고 서운하다'는 것이었다.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일단은 합의를 하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을은 게속 거부했다. 을의 이런 터무니 없는 결정을 뒤에서 조종한 것이 바로 을의 변호사였다. 절대로 합의해 주지 말라고 했단다. '걱정마라. 100% 이길 수 있다. 니가 만약 합의를 해주면 니가 돈을 떼어먹은걸 인정하는 꼴이 되는데 니가 왜 합의를 해주냐'고. 그래서 을은 계속 버티게 되었고, 따라서 많이 양보했다고 생각했었던 갑의 분노는 점점 커졌다. 씨알이 먹히지 않는 을의 태도에 나도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 법정에 가서 시비를 가려라.


을 변호사의 꿍꿍이
법원에서 중재를 위해 양쪽을 불렀다고 한다. 그때 내가 마지막으로 을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중재에 나가서 반드시 합의하고 끝내라고. 다행히 을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혹시나 하고 갑에게 전화를 해보니 갑도 그럴 의사가 있단다. 합의가 될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을의 변호사가 그 자리에서 이핑계 저 핑계를 대고 시간을 끌더니 결국 그 만남을 대화도 없이 dismiss 시켜버렸다고 한다. 합의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만남이 파해버린거였다. 당황한 을이 내심 불안했지만 계속 변호사를 믿기로 했다.

재판날짜가 잡혔다고 갑에게서 연락이 왔다. 5월 18일. 근데 마지막으로 한번 더 재판진행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pre-meeting 을 한다고 법원에서 연락이 왔단다. 앵측이 마지막으로 만날 기회를 한번 더 주는 것이었다. 이미 지친 나는 더이상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을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을 자신도 그만 합의하고 싶다고 했었으니 당연히 그 미팅에 나가서 합의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무말도 안했다. 그런데 아뿔싸.. 그 프리미팅에 을이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한다. 갑이 격분했을 것은 당연지사.

완전히 포기하고 있는데 어제 을이 갑자기 내게 면담을 청했다. 18일 재판날짜가 잡혔는데 재판까지는 가고싶지 않단다. 뭐라고? 이제와서 이게 무슨소리? 그동안 그렇게 합의하라고 중재를 했건만 콧방귀 뀔땐 언제고 이제와서 합의를 하고 싶다니?


변호사가 수상해요
내일 변호사를 만나야 하는데, 수임료 중간 정산을 위해 만나는 거란다. 중재모임에 나갔던 그 비용, 월요일 재판준비를 해야하니 또 얼마.. 근데 불현듯 변호사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단다. 변호사가 수임료 챙기려고 일을 복잡하게 끌고 가는 것 같단다. 변호사놈에게 돈 뜯기느니 차라리 그 돈을 갑에게 주는게 낫겠단다. 참내.. 내가 그동안 을에게 수도 없이 했던 말 아니든가.. 재판이 내일모레에 닥쳐서야 이제 깨달았단 말인가?

'그건 그렇고.. 지난주 프리미팅에는 왜 안간건데?' 내가 물었다. '무슨 프리미팅이요?' 을은 금시초문이란다. 그런게 있었는지도 몰랐단다. 알고보니 을의 변호사가 이 프리미팅 자체를 아예 을에게 알리지도 않은 거였다. 합의 기회를 차단하고 어떻게든 재판으로 끌고 가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사기꾼 변호사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정황을 확실히 알게 된 을이 다급해졌다. 어떻게든 갑과 합의할 수 있게 중간에서 다시한번 도와달란다.


다시 중재
그래서 갑에게 전활 했다. 그래서 을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갑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동안 그렇게 기회를 줬는데도 딴소리하더니 이제와서 합의? 대꾸할 가치도 없단다. 갑을 한동안 설득해 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갑은 이미 변호사 비용을 미리 완불했기 때문에 수임료에 대한 압박감이 없었다.

어젯 밤 늦은시간.. 극적으로 갑과 을이 만났었다고 하나 합의엔 실패했다고 한다. 오늘 아침 갑자기 을이 현금을 준비해서 왔다. 예전에 갑이 제시했던 금액의 두배. 제발 어떻게든 이걸로 합의가 되게 해달란다. 내참.이제와서.. 그래서 갑과 전화통화를 해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설득해보기로 했다. 한동안 완강히 버티던 갑도 결국 마음을 누그러 뜨렸다. 꼴보기 싫으니 나보고 와달란다. 그래서 내가 직접 갑에게 합의금을 전달하고 소송취하 각서를 받아왔다. 드디어 일년 가까이 지리하게 끌던 둘 사이의 분쟁이 끝났다. 갑과도 친하고 을과도 친한 내가 고생이 참 많았다.ㅎㅎ 

을이 자기 변호사에게 속지만 않았어도 오늘 지출한 합의금의 반액으로 한참 전에 해결이 되었을테고, 변호사 비용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수임료에 눈이 먼 변호사놈에게 속아 시간은 시간대로 빼앗기고, 돈은 돈대로 더 날리고, 갑을 사이의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지고서야 드디어 끝이 난거다.


변호사는 칼 안든 강도
변호사는 역시 칼 안든 강도였습니다. 발에 채이는 게 이눔의 변호사이다보니.. 얘들이 먹고살려고 이렇게 별짓을 다합니다. 사기꾼에 당해 돈을 날린것도 분하고 원통한데, 다툼을 구차하게 연장시켜서 돈을 뜯어먹으려는 변호사는 사람을 정말 허탈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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