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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성장탕? 3 - 이름만 성장탕

이름만 바꾼 보약, 성장탕
보약에 대한 인식이 점점 빛을 잃어가면서 경영난에 처한 한의사들이 많았다. 살아남기 위해선 뭔가 특별한 것 한가지로 특화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특화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는 현실에서 너도나도 돈이 된다는 비만클리닉, 성장클리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홍길동 한의원' 에서 '어린이 성장전문 클리닉 홍길동 한의원' 프로페셔녈한 느낌이 팍팍 온다.

똑같다.
‘어린이 보약’에서 이름만 바꾼 것이 바로 ‘성장탕’이다. ‘어린이 보약’ 이라는 이름으론 기껏 한재에 일이십만원 밖에는 받을 수 없었는데 똑 같은 걸 ‘성장탕’이라고 이름을 바꿔주니 이건 100만원쯤 받아도 부모들이 앞다투어 사간다. 꿩먹고 알먹고다.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돈 줍는 일이다.

설마 그럴리가.. 비싼건 당연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비싼만큼 효과가 있겠지.. 라는 순진한 생각은 제발 하시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예전의 어린이보약 그대로이다. 아무리 자기네 성장탕엔 공개할 수 없는 秘方이 있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이거 순 거짓말이다.

성장탕의 기본은 거의 육미지황탕이다. 수백가지 명처방중 이치적, 실증적으로 가장 완벽하다는 처방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이 육미지황환을 장복시키면서 빠져서 훤하던 소갈머리 머리카락이 다시 나오는 것도 자주 목격되고, 소화제라고 속이고 먹였을 때 ‘소화제를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성기능이 증대된거 같다’는 얘기도 숱하게 할 정도로 아주 좋은 처방이다. 효과는 좋지만 가격은 비싸지 않다. 어른용으로 지어도 15만원이면 된다. 유명한 어린이보약으로 건중탕이 있다. 가격은 비슷할 거다. 이런 육미지황탕이나 건중탕에 몇가지 가미하여 이름을 성장탕으로 바꾸면 그게 100만원 200만원짜리가 된다.


성장은 유전적 소인
성장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유전적 소인이다. 이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후천적으로 심각한 영양불량이나 수면부족과 만성 스트레스, 혹은 소화기 질환, 만성 호흡기 질환 및 심장질환과 같은 질환도 성장장애를 일으킬 수는 있다.

따라서 후천적 요인에 의해 성장발육이 더딘 경우에는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성장탕도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아무리 이름이 다르고 방효가 달라도 보약이라고 일컬어지는 처방들의 기본작용은 위장기능을 도와 소화 흡수를 촉진하고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하는 효과이다. 보약이 몸안에 들어가 직접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그런 약재들이 이렇게 내 몸의 일반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려 주기 때문에 기운이 나는 것이다. 성장탕도 한치의 다름도 없다. 그저 아이들 소화흡수작용을 도와주고 노폐물의 배설을 원활하게 해 주고 잠을 잘 자게 해주는 것일 뿐이다.

물론 그들의 설명은 이와는 다르다. 성장탕은 대단한 작용들이 있는 것으로 이야기 한다. 뼈의 성장을 돕고 근골을 강화시켜주는 약물을 위주로 하여, 여기에 기혈순환의 흐름을 촉진시키는 약물을 가미한다 운운.. 성장탕을 복용한 후 며칠만 지나도 성장홀몬의 수치가 높아 진다는 둥.

굳이 성장탕이 아니더라도 이런 것이 가능한 한약은 무궁무진하다. 아니 솔직히 얘기한다면 한약이 아니라 몇가지 약재만의 茶로도 그 효과는 충분히 볼 수 있다. 아니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식생활과 생활습관의 개선만으로도 그 효과는 충분히 볼 수 있다.


성장탕이란 없다
성장탕은 안 클 아이를 억지로 더 늘려주는 신기한 처방이 절대 아니다. 그런 약은 양한방을 막론하고 지구상에 없다. 모든 아이들은 자기가 자라게 되어 있는 만큼만 자라고 성장을 멈춘다. 작은 아이는 그렇게 작게 자라게끔 태어났고 큰아이는 크게 자라게끔 태어났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해진 키보다 아이를 더 크게 하는 방법은 단언코 없다. 하마 유전자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사슴이 되지 않듯이 당신이 아무리 발악을 해봐야 이봉걸처럼 키가 커지지는 않는다.


부모가 할 일은 애를 정해진 만큼 제대로 크게 하는 것 

제철의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조리한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그 첫째이고 두번째는 활발한 운동이며 세번째는 충분한 수면이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키가 크게 하는 소인은 이렇게 단 세가지 뿐이다. 다행히 이 세가지는 연동되어 있다. 운동을 하게 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 (운동 시작후 30분 정도에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최대치에 도달한다고 하니 운동은 최소한 30분 이상 하는게 좋겠다) 이렇게 운동을 하면 당연히 식욕이 증대되어 음식물을 충분히 섭취하게 되고, 그렇게 충분한 운동과 충분한 음식물을 섭취한 이후엔 잠에 빠져들어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이것만 잘 하게 도와주면 된다. 요즈음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세가지가 다 부족하기 마련이니 그래서 그것을 성장탕으로 어떻게 때워보려는 속셈은 헛셈이다. 괜히 돈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쩌다 나쁜놈에게 걸려 성장홀몬과 수면제를 첨가한 성장탕을 먹고 나중에 아이들 고생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암만 생각해도 대단한 넘들이다. 성장탕 200만원에 팔아먹는 넘들.
마진이 98%쯤 되네.


→ 성장탕 1 – 크거나 말거나
→ 성장탕 2 – 효과가 있을 리가 없는 성장탕
→ 성장탕 3 – 이름만 성장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