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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빙의 1 - 도대체 이거 뭐야?

귀신 씌였어
1. 한 여자가 자해소동을 벌여 한 대학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보호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할 수 없이 병원으로 갔다. 책임감 혹은 죄책감때문에.. 손목혈관을 상처냈다니 외과 같은데에 있을줄 알았는데 정신과랜다. 환자복을 입고 있는 그 여자가 갑자기 밖에 같이 나가고 싶다고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여자를 어떻게 밖으로 내보내냐며 가족들에게 거절했지만 ‘의사도 허락을 했으니 그렇게 해달라’고 보호자가 부탁을 해서 할 수 없이 그러고마 했다. 택시를 타고 어느 곳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 여자는 갑자기 낯선 여자가 되었다. 찻길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눈빛도, 말투도, 행동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그 여자가 가끔가다 내 이름을 부르지만 난 전혀 모르는 여자였다. 억지로 잡아다가 병원에 다시 집어 넣었다. 이 여자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2. 공교롭게도 같은 병원의 같은 정신과 병동. 어떤 병실에 들어갔다가 생판 모르는 낯선 남자와 서로 욕을 하며, 싸움을 하다 나왔다. 그가 비록 내 이름을 부르며 친하던 사이인듯 행동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를 전혀 모른다. 내가 도대체 두시간 동안 누구랑 이야기를 하고 누구랑 싸움을 하다 나왔단 말인가?

나는 이 두 경험 직후에 똑같이 이 말을 내 뱉었었다. ‘아 띠바 저거 귀신 씌였어..’


정신질환
비록 그땐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먹물을 좀 먹고 생각해보니 그들은 그저 단순한 ‘정신분열증’이었다. 정신분열증.. 굉장히 심각하고 무서운 병으로 들리지만 실상은 그리 무서운 병이 아니다. 전체인구의 1% 정도가 알게 모르게 이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병이 아니라 그저 인간들의 숨겨진 욕망과 본능이 좀 왜곡되어 표출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정신분열증을 영어로는 schizophrenia라고 하는데 이는 횡격막을 뜻하는 phrenia와 갈라짐을 뜻하는 schizo가 합쳐진 말이다. 횡격막이 갈라지다니? 예전엔 그 횡격막 부근에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 말은 마음이 갈라져있다는 뜻이다. 그게 바로 정신분열이다.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고 들쑥날쑥 하다는 것..

성장과정, 사건, 환경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뇌에 ‘신경생리적’으로 이상이 발생하는 병이라고 한다. 그 증상은 크게 두가지 환각과 망상이다. 환각의 가장 흔한 증상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도 말소리가 들리는 환청이다. 그 말소리는 본인의 행동을 간섭하기도 하고, 두 사람 이상의 목소리가 본인을 두고 쑥덕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러니 본인은 그 소리에 반응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주위사람들은 당연히 ‘미친놈’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첫번째 여자가 바로 이 경우였었다.


망상은 비현실적인 것을 고집하거나 상식 이하의 주장에 집착을 하는데 그것이 설득으로 고쳐지지 않는 병적인 믿음을 말한다. 두번째 남자가 바로 이 경우였다.

영혼의 존재를 인간의 뇌기능으로 보는 현대의학의 입장에서 이런 정신분열증은 그저 '뇌의 이상'일 뿐이다. 뇌의 신호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겨 교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 뿐이다. 좋다. 


해리
하지만 이런 정신분열증의 범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이상한 증상들이 있다. 바로 ‘해리’라는 개념이다. 어떤 놈이 번역을 했는지 일상생활에선 전혀 쓰지 않는 이상한 말이다. 해리(dissociation)는 자기 자신, 시간, 환경에 대한 의식이 일시적으로 단절되는 현상을 말한다. 건망증정도의 정상적인 해리도 있고, 독서삼매경이나 종교적 황홀경처럼 사람들이 일부러 노력해서 찾는 약간 비정상적인 해리도 있다. 정상적인 해리와 병적인 해리의 가름은 병리적 판단이 아니다. 사회에 대한 적응여부, 사회에서의 용인여부가 그 판단근거가 된다. 따라서 비록 종교적 황홀경이라 해도 그게 사회 부적응상태를 초래할만큼 심하면 병적 해리장애로 친다.

- 해리성 기억상실증(Dissociative Amnesia) - 심인성 기억상실증
뇌의 이상이 없이 기억상실이 발생되는 상태이다. 어떤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기억 못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전 생애를 기억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습하는 능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 지식은 잘 유지되어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 해리성 둔주 遁走 (Dissociative Fugue)
해리보다도 더 안쓰는 이상한 말이다. 둔주.. 진짜 어떤 놈이 번역했는지 궁금해진다. 아마 일본인들의 번역을 그대로 베껴왔을터인데 이 놈은 진짜 정신이 좀 이상한 놈일 것이다. (바하의 음악중에 ‘푸가’라는 게 있는데 그게 '둔주'곡이다. 먼저 한 성부가 연주해 나가고 조금 뒤에 다른 성부가 조를 바꾸어 모방, 되풀이하는 형식이라는데 그 '푸가'가 바로 이 Fugue 이다.) 자신이 기억을 상실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른다는 점이 해리성 기억상실과 다른 점이다. 자신의 과거나 이름, 신분 등을 상실하게 되어 결국 가정과 직장을 떠나 헤매게 된다.

(기억상실증 환자의 사랑이야기 '마음의 행로'다. '로마의 휴일' '황태자의 첫사랑'과 함께 어린 시절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 어마어마한 갑부가 기억을 잠시 상실했던 시절에 맺었던 풋풋한 사랑과 결혼, 그러나 그가 기억이 되돌아 오면서 모든건 사라지고.. 자길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의 곁에서 묵묵히 비서로 일하던 아내. 거짓말처럼 둘 사이에 다시 사랑이 싹트고, 우연히 여자의 손에 이끌려 간 예전 집앞 나뭇가지를 들어올리면서 남자의 기억이 다시 돌아오던..두번 만나 두번다 사랑을 하게 된 남녀 이야기다)

이렇듯 이 두가지 장애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된다. 갑자기 과거를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줄거리를 꾸려가든 드라마틱해지기 때문이다. 유명한 영화 ‘내 마음의 행로’ 나 몇년전 유동근이 주연했던 어떤 드라마에서 본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이런 해리성 기억상실증이나 둔주 환자를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 라고 한다. 정신과 교과서에나 있지 대부분 정신과 의사들도 평생 이런 환자는 구경도 못해본다고 한다. 어찌 됐든 이 두가지의 장애는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개인과 가족에게는 고통이겠지만 이런 현상이 남에게 괴기감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 다중인격장애 (Multiple Personality Disorder)
이 경우는 문제가 좀 심각해진다. 한 사람에게 여러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이 경우다. 이게 뭘까?

현대의학에선 이 현상을 ‘별개의 영혼’이 아니라 환자의 전체 인격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조각영혼’으로 본다. 어떤 정서적인 충격이나 상처가 그 사람의 인격 일부를 조각으로 떨어져 나오게 한다고 한다. 충격과 상처를 피해 떨어져 나온 이 ‘조각인격’은 떨어져 나왔던 시점의 나이와 성격을 그대로 지닌 채 당시의 감정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 최면을 걸어봤더니 웬 어린아이가 튀어나오는데 ‘자기’가 바로 ‘자기’라고 우기고 있는 경우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웬만한 미친사람들은 이 다중인격장애라는 개념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듯 싶지만, 이 다중인격장애의 개념으로도 설명되어지지 않는 희안한 경우가 또 있다. 그 각각의 인격이 서로 완전히 다른 인물로서 전혀 다른 과거력, 정체감을 지니고 있는 경우이다. 따라서 이름과 나이 말투가 다르며 때로는 목소리마저 다르다. 최면을 걸어 물어보면 분명히 별도의 영혼이다. 서로간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 내 인격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 아니다. 나와 다른 별개의 영혼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빙의다. 접신, 귀신들림.. 


김수미가 책으로도 써낸 이건 도대체 뭘까?


→ 빙의 1 – 도대체 이거 뭐야?
→ 빙의 2 –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
→ 빙의 3 – 두개의 운영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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