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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귀신은 있나

1. 흑석동에 좀 오래된 큰집들이 즐비한 언덕이 있다. 조선일보 사주집의 반대쪽, 중대 설립자인 장영신씨 집이 있는 쪽이다. 그 동네 제일 윗쪽, 예전 동양공고 바로 밑에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한 채 있었는데.. 밤에 귀신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난다고 했었다.


전학이 되지 않아 아직 학교는 먼 전농중학교로 계속 다니던 때, 그 집앞을 매일 지나야만 했다. 한번도 직접 귀신 뛰어다니는 소리는 들은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 집앞은 뭔가 뒤가 오싹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구름이 끼이거나 비가 오는 날엔 힘이 들더라도 한정거장 더 가서 중대 앞에서 내려 언덕을 거꾸로 걸어 올라 집에 오곤 했었다. 어느날 그 집에서 진짜 소리가 들렸다.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곧 마음을 추스렸다. ‘쥐새끼이거나 도둑고양이 소리 일거야’ 잠시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다시 들렸다. 그러나 소리의 크기나 간격으로 보아 쥐나 고양이의 발자국 소리는 아니었다. 분명히 커다란 어른이 성큼성큼 뛰는 듯한 소리였다. 일제때 지은 낡은 집이었는데 분명히 나무바닥이 사람의 걸음에 의해 삐걱거리는 소리였다. 생각할 것도 없이 뛰었다. 집 근처 가게까지 뛰었다. 쳐다보는 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이 얘길 했다.

‘저집에 가끔 발자욱 소리가 난다니까.. 넌 처음 들었냐?’
‘누가 일이 있어서 잠깐 들어간 거 아닐까요..’
‘일보러 들어간 놈이 밤에 후라시도 없이 저렇게 돌아댕기냐?’



2. 중학교때 한탄강가에 친구들과 캠핑을 갔다. 꽤 한참을 올라가서야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을 발견하고 그곳에 텐트를 쳤다. 개울물이 굽이쳐 흐르고 바로 앞엔 절벽이 가로막고 있어 경치가 그만이다. 사람들의 인기척이라곤 하나도 없는 한탄강 상류 깊은 곳, 우리들 넷뿐이었다. 밤이 깊으니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괜히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후회가 들었다.

웃고 떠들다가.. 고주몽이 오줌이 마렵다며 텐트밖으로 나갔다. 비명과 함께 그놈이 텐트 안으로 다시 뛰어들어왔다. 놀란 우리가 나무랐다. ‘띠바넘아 장난하지마’. 근데 이놈 도깨비불을 봤댄다. 맞은 편 절벽에 수도 없이 날아다닌다고 했다. ‘도깨비불? 그거 반딧불이잖아 이 셰이야’

확인 안하고 그냥 자기도 뭐해서 한꺼번에 같이 나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나가선 모두들 말문이 막혔다. 반딧불이가 아니었다. 반딧불이라고 하기엔 너무 불빛이 크고 환하고, 너무 많고, 너무 빨랐다. 수십개의 커다란 불덩어리들이 절벽 위에서 아래 개울물까지 순식간에 내려온다. 돌이 떨어지는 것이라면 몰라도 벌레가 저런 속도로 날 수는 없다. 금새라도 개울을 건너 우리 텐트쪽으로 몰려올 것 같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다들 텐트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책에서 읽은게 떠오른다. 물살이 센 개울의 여울지는 곳에 귀신들이 모여 있다고.. 이 시간에 짐 싸가지고 옮겨야 하나 그냥 있어야 하나.. 나가서 텐트를 걷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러다 잠이 들었는데, 그 다음날 모두 무사했다.



3. 예전 ‘월튼네 사람들’ 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 아이들이 밤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어떤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뭔가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간다. 이게 뭐였을까? 바로 위자반(Ouija Board) 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도 기억 못할 이 장면을 내가 어찌 기억하고 있느냐 하면.. 내가 그 무렵 그 놀이를 실제로 해봤었기 때문이다.

(이게 위자반이다.)

당시 이런 걸 구할 수는 없어서 우린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했다. 큰 종이에 가벼운 플라스틱 컵을 뒤집어 동그라미를 여러 개 그린 후에 그 하나하나 안에 알파벳 26문자와 0에서 9까지의 숫자 그리고 YES와 NO를 쓰면 되었다.

위자반 놀이란 바로 ‘귀신을 불러 노는’ 놀이이다. 밤에 불을 모두 끄고 사람들이 한곳에 모인다. 위자반위에 컵을 엎어놓고 둘러앉은 사람들이 모두 그 컵 위에 손가락을 살며시 올려놓고 招魂을 한다. We are calling you.. We are calling you.. (굳이 이렇게 영어로 말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을 텐데, 암튼 그렇게 영어로 불렀다.) 정신을 집중해서 招魂을 하면 빠를때에는 5분정도, 늦을때에는 20분정도에 반응이 온다. 누군가가 드디어 나타난다. 컵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컵이 처음으로 움직이는 순간, 처음 그 자리에 끼인 사람은 다음 셋중의 하나의 행동을 보인다. 숨이 턱 막히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아니면 웃는다. 이중 웃는 사람들.. 당연히 누군가가 그 컵을 미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도 컵을 미는 사람이 없다. 컵의 움직임에 손가락은 그저 얹혀서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다시 한번 철저하게 과학적 시각으로 컵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곧 그 누구도 컵을 밀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사람이 미는 것이라면 컵으로 그린 동그라미에 그렇게 컵을 빠르게 정확하게 일치시켜 정지시킬 수 없고, 움직이는 동안 속도의 변화가 있거나 걸리적거리거나 컵의 한쪽이 들썩대기 마련인데.. 컵은 마치 기름이 입혀진 유리위를 미끌어지듯 부드럽게 움직인다. 슬쩍 컵을 살짝 밀어보았는데 바로 발각되었다. 움직임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컵을 밀면 바로 표가 나게 되어있다.

그럼 이거 누가 미는 거야?... 어떤 혼이 모습을 감추고 우리들 틈에 지금 같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 온 머리털이 곤두서고, 등줄기에선 식은 땀이 흐른다.


자꾸 귀곡산장 귀곡산장 하시니 갑자기 이런 생각들이 나네..
일반적으로 흉가라고 하는 집은 이런 집들이라고 한다.

1.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리는 집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거나 사람이 없는데 발자국 소리등이 들리는 집.

2. 동물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집
멀쩡하던 개가 허공의 한 부분을 주시하며 요란하게 짖거나 고양이가 무언가를 보고 공포에 떨다가 앉아있는 장소를 옮기는 집.

3. 혼자서 괴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집
전등, TV등 전자 기구들이 혼자서 켜지거나 문과 창문등이 혼자서 열리고 닫히는 집.

4. 이상한 그림자가 보이는 집
가만히 집 안의 어딘가를 주시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을때 이상한 그림자가 보이는 집.


Little Bear Haven이 이런지 안 그런지 한번 봐야겠다. 이거 재밌긴하겠다. 근데 가서 잠자긴 다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