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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건초염? 그냥 손목 삔거야

염좌(Sprain/Strain)
뼈와 뼈를 연결고정시키는 것이 인대(ligament), 뼈와 근육을 연결하는 것이 건(힘줄 tendon)이다. 인대는 뼈와 뼈를 고정하고 있고, 건은 근육의 움직임을 뼈로 전달하고 있다. 즉 인대는 움직이지 말라고 있고, 건은 움직이라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삐었다’ 혹은 ‘염좌’라고 하는 것은 이 인대나 건이 다쳐서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삔 부위가 인대이면 sprain, 건이면 strain이다. 하지만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늘 sprain/strain 이렇게 함께 쓴다.

건염, 건초염(Tendonitis/Tenosynovitis)
건은 근육의 운동을 전달하므로 움직임이 기본 기능이다. 이렇게 움직임이 많다보니 주변조직과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고자 마찰이 많이 생기는 곳에 윤활액이 있는 미끌미끌한 터널이 있어 건의 마찰을 줄이는데, 이 미끄덩한 터널 같은 것을 건초(tenosynovium)라고 한다.




이 건초의 내부 벽에서 윤활액을 만들어 내는데.. 나이가 들거나 몸의 이상으로 윤활액 기전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고, 윤활액은 정상이라도 반복적, 장기적, 부자연스런 움직임과 비뚤어진 작업자세등으로 심한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건과 건초와의 마찰이 증가되고, 손상을 입은 건초에 염증이 일어난다. 이게 건초염이다. 주로 움직임이 많은 손목과 손가락 발에 많이 생긴다.

염증은 이 건초에만 생길까? 아니다. 건에도 염증이 생긴다. 그렇다면 건염과 건초염 구분이 가능할까? 증상만으로는 전혀 구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살을 째서 파보면? 설사 그렇게 파 보았다 할지라도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 치고 받고 싸우다가 피로 범벅이 되어 엉켜 뒹굴어져 혼절해 있는데 어떤놈이 다쳤는지, 어떤 놈이 아파하는지 무슨 수로 알 것인가. 대부분 치고받고 싸우면 양쪽 다 피해가 있을 것이니 건과 건초 양쪽 다 염증이 있을 것이다. 


건초염의 유래

1. 손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 의사가 대충 보더니
'삔거니까 집에가서 푹 쉬면 저절로 나아요'
이런 돌팔이새끼, 실력도 없는 것이 성의마저도 없다. 띠바..

2. 손목이 아파 병원에 갔다. 의사가 이거저거 검사를 많이 하는 척 하더니
'요측수근굴건 건초염입니다. 병원에 오셔서 치료 받으세요'
이 의사 선생님, 공부 많이 하셨고 성의까지도 있으시다.

이래서 복잡하게 건초염이니 하는 어려운 병명이 나왔다. '삐었다'라는 것은 건이나 인대부위의 염증이다. 요즈음은 그래서 건염이란 말을 자주 쓴다. 근데 건염이라는 말도 너무 일반화되자 더 그럴싸하고 세분화된 병명을 찾게되었는데 그런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이 건초염이다. 하지만.. 건의 염증이든 건초의 염증이든 뭐가 다른데? 치료방법이 혹시 다른가? 아니다. 치료방법 똑 같다. 따라서 우린 복잡한 병명 몰라도 된다. 그냥 '손목 삐었다'로 알고 있으면 된다.


'잘못된' 과사용 증후군
건이나 건초의 염증은 두가지다. 부상에 의한 손상과 과사용에 의한 손상. 하지만 현대인들이 고생하는 건 거의 대부분 ‘과사용’이 원인이라고 본다. 하지만 여기에도 의문은 있다. 과사용을 했다고 조직이 손상이 온다는 것이 얼핏 이해되지 않기때문이다. 사용을 많이 하면 그 부분이 발달할 것이고, 발달을 했다면 웬만해서는 부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현대의학에선 과사용 증후군이란 말을 떡 갖다 붙였다. 

(이 병명은 틀렸다. 바로 잡자면 '잘못된 과사용 증후군'이라고 해야 한다. 즉 인체구조가 받아 들이기 어려운 나쁜 자세나 나쁜 동작을 반복적으로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해야 맞다.)

아무튼.. 이 과사용 증후군은 참 안 낫는다. 징그럽게 오래간다. 이게 잘 낫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상생활에서 워낙 잘못되게 많이 사용해서 병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계속 잘못되게 계속 과사용하기 때문이다.

손상이 확실히 있으면 일단 그 손상부터 아물어야 한다. 따라서 안 움직이고 푹 쉬어야 낫는다. 하지만 독일병정.. 나이가 많다. 당연히 쉽게 안 낫는다. 아무 통증 없이 운동까지 다시 할 수 있게 되려면 어쩌면 삼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음 급하게 먹지 말고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된다. 언젠가는 저절로 낫는다.


병원에 가야하나
그래도 독일병정 불안하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제대로 받아야 낫는게 아닐까? 그냥 이렇게 있다간 크게 도지거나 평생 불편하게 살다가 불구가 되는게 아닐까?.. 

'기어서 들어갔다가 침 한방에 걸어나왔다'.. '디스크 삼년에 병신이 다 되었었는데 척추교정으로 단번에 나아버렸다'..'기공활법으로 잠도 못자도록 아프던 어깨가 하루만에 씻은 듯이 나았다'.. 이런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주변에 수도 없이 돌아댕긴다. 너무 아프고 굳어서 들지도 못하던 어깨였는데 침 한방 맞고 어깨를 번쩍 들어올리는 걸 동영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한다. 나도 의사만 잘 만나면 단번에 나을수 있을거야..

숱하게 회자되는 전설들이다. 이런 전설과 착각들때문에 의사들이 먹고 산다. 

아주 드물게 특별한 경우 이렇게 될 수도 있는건 사실이다. 오랜 통증이 거짓말처럼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염증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에 국한한다. 근육이 뒤틀려서 굳어 있거나, 척추가 아탈구되어 있거나 등등, 특별한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염증에 의한 통증은 하느님 할애비가 와도 단번에 없앨 수는 없다. 삐었다는 건 건이나 인대나 건의 염증이라고 했다. 피부의 염증도 잘 낫지 않는데 깊숙한 근건의 염증이 단번에 낫는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염증치료는 의사가 해주는 게 아니다. 내 몸안의 의사들만이 그걸 낫게 한다.


병원에선 뭘 해줄까?
병원가면 이거저거 물리치료 많이 한다. 하고 나면 좀 괜찮아 진듯도 하다. 그러나 치료효과는 거의 없다. 잠시 증상만 가라 앉혔을 뿐이다. 진단만 해주고 돈 받기는 미안하니까, 치료네 어쩌네 하면서 시간 끌고 돈을 받는 연극이다. 따라서 독일병정이 가는 정형외과 의사는 돌팔이는 아니다. 양심만 좀 불량이다. 집에 가서 그냥 쉬라면 될걸 병원에 오라고 했으니.

간단한 정형외과 질환에서 돌팔이와 명의는 전적으로 운에 좌우된다. 초기에 만나는 의사들은 죄다 돌팔이가 되고, 이 의사 저 의사 찾아다니느라 세월을 보내고 한참 뒤에 만나는 의사는 명의가 된다. 나을때가 되어 저절로 나은것일 뿐인데도 말이다. 코메디다.

그래서 환자가 사소한 염좌같은 걸로 와선 '어제 갑자기 이랬어요..' 의사들은 이걸 제일 싫어한다. 해봐야 안되는 걸 알기 때문이다. '벌써 몇달째 고생하고 있어요' 이걸 젤 좋아한다. 어차피 슬슬 나을때가 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형외과에서는 환자보고 '꾸준히' 병원에 오라고 한다. 어떻게든 나을때까지 병원에서 붙들고 있어야 그게 '자기가 낫게 해준'게 되기 때문이다. 치료가 덜된 환자를 놓치면 치료비를 못받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무서운건 그가 돌아댕기면서 '저새끼 돌팔이'라고 소문을 내는거다. 그래서 더더욱 환자를 잡아야 한다. 설마.. 이렇진 아닐것 같지? 그러나 이거 사실이다.


소염제는?
말 그대로 소염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이다. 증상만 잠시 경감된다. 치료가 된게 아니다.  염증이 있다고 소염제를 먹는 것은 집이 무너져서 일꾼들이 분주히 왔다갔다하며 고치고 있는데, 그거 성가시다고 일꾼들 쫓아내 버리는 꼴이다. (이빨을 뽑고나서처럼 통증이 극심하거나 추가 감염, 확산의 위험이 있을 때 먹어야 하는 소염제는 제외다)


그래도 굳이 방법을 좀 찾는다면.. 두가지다.
첫째, 손목의 움직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를 손목에 차고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 '나을만 하면 움직여서 다시 도지고 다시 도지고' 이걸 막기 위해서다. 이거 상당히 중요하다. 


두번째, 손목부위를 따뜻하게 한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내몸안의 의사들'이 부지런히 아픈 부위로 와서 고쳐준다. 병원에서 받는 그럴듯한 물리치료의 대부분이 사실은 이거다. 열치료.

(요런 적외선 다마를 하나 사다가 모가지 구부러지는 스탠드에 꽂고 늘 쬐면 좋다) 


이렇게 하다가 몇개월 후쯤 극심한 통증이 없어지면 그때 다시 문의하기 바란다. 그때부턴 운동을 꼭 시작해야 한다. 이거 굉장히 중요하다. 근데 이렇게 했는데도 몇개월째 아무런 호전도 없고 점점 더 아프면 어떡하지? 손목을 잘라내야 하나?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열심히 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