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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깨달음 6 - 깨달음도 사기?

착각잔치
苦를 알고 그것을 내려놓으면 그것이 깨달은 순간이겠다. 근데..  苦를 진짜로 내려놓았는지 아니면 내려놓은 척 하는 건지, 내려놓은 줄 착각하고 있는 건지 '본인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찌 알까? 매일 몸으로 부딪히며 허물없이 대하는 사람들끼리라면 알 수도 있겠지만 위계가 분명하고 묵언을 일삼는 선방에서 그걸 과연 알 수 있을까?

선사들의 그 수많은 오도송들엔 뭘 어떻게 깨달았다는 내용이 없다. 그저 ‘나 깨달았소’하고 자랑하는 것들뿐이다. 연탄불 갈다 깨쳤다, 새벽에 눈뜨자 마자 불현듯 깨쳤다, 똥 누다 깨쳤다..

자기의 깨달음을 '인증'한 스승에게는 뭘 깨달았는지 얘기했는지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들은 그 깨달음 자체가 뭔지 모른다. 나 깨달았다고 [분연히] 일어서서 큰스님께만 가서 인증받고 오면 된다. 대중들에게 내가 깨달은 내용을 설명하거나 대다수로부터 공인을 받아야 할 의무가 전혀 없는 것이다. 제자와 스승간 둘이서 어떤 느낌이 강하게 교류된 후 ‘득도했음’이라는 어마어마한 Certificate 을 받는 거다.

근데 이거 지  손가락 가는대로 붓질을 하고 그럴듯한 제목을 부쳐 추상화라고 내어 놓는 것이나.. 무엇이 다를까? 
알아듣고 기뻐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인정을 하며 박수를 치는지는 모르겠으나 밖에서 보기엔 그저 지들끼리의 똑같은 ‘착각잔치’에 불과하다.

불투명한 것 투성이의 그 깨달음과 그것의 인증절차를 결코 신뢰할 수 없다. 도인은 도인끼리 통하고, 깨달음은 깨달음이 안다고? 좋은 말이다. 그러나 헛된 말이기도 하다.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깨달음끼리 아는지 모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대체 뭘 깨달았소?’ 이렇게 묻는 것이 결례가 되니, 혹시라도 누가 물어도 그냥 빙긋이 웃으면 된다. 참 편한 묵계다. 


객관적인 기준
그렇다면 객관적 기준이란걸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바로 이런 것들이 객관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공중부양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도인임을 인증 함.
유체이탈을 하면 도인의 삼촌임을 인증 함.
둔갑술을 보이면 그때부터 도인의 할애비라고 인증함.
천년이상 죽지도 않고 살아 있으면 도인의 상당경지 원조도인이라 인증함.
사람만 턱 보고도 그 사람의 전생 현생 후생이 다 보이면 도인의 최고경지 하늘님이라 인증함.

근데 이런거 실제로 있나? 없다.


스승의 입장
기껏 산란심 정도 없애고 마음이 평안해졌다고 게나 고동이나 분연히 일어서서 ‘나 드뎌 뒷간에서 똥누다 깨달았소’ 주장하며 인증을 강력히 요구하는 제자에게 ‘넌 아직 아냐’ 타일렀건만 죽어도 자긴 깨쳤다고 고집을 부리며 참 스승을 찾아간다고 뛰쳐나가는 제자들을 보는 스승의 입장은 어떨까.

또, 범인은 범접 못할 고도의 대화술을 가진 자가 옛 선사들의 선문답을 완전 통달하고 그것을 ‘다른 듯 비슷한 듯’ 흉내내며 깨달았다고 우기면.. 어차피 옛선사들의 같은 선문답을 통해 공부하다 깨침을 얻은 그 스승이 단 몇분간의 짧은 대화 몇마디로 그 깨침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려낼 수 있을까? 그렇다고 쪽팔리게 그 제자를 붙들고 몇시간씩 붙들고 사실여부를 확인하거나 나중에 한번 더 보자고 할 수도 없고..


반대로..
진짜로 세상이치 완전히 터득하고 모든 고를 다 내려놓아 깨달음을 분명 얻은 사람이 스승에게 인증을 바라건만 스승이라는 작자가 끈이 짧아 그런 경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와 다른 독특한 취향은 인정하려 들지 않으며 계속 아니라고, 공부 더 하라고 퇴짜를 놓는다면.

그래 다른 스승찾아 이곳저곳 헤매어 모든 도인들을 다 배알했건만 대답이 똑같아, 할 수 없이 팔자에도 없던 노인방에 쳐박혀 깨치지 못한 다른 둔치들과 죽음을 기다리거나 급기야 정신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버린다면 이거 어찌하누?

피카소의 추상화를 추앙하는 화가들, 전문가들이나
선승과 도인의 깨달음을 추앙하는 수련가들이나

나는 별로 다른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겠다.


→ 깨달음 1 – 쉽게 생각해 보자
→ 깨달음 2 – Enlight? Realize?
→ 깨달음 3 – 중간단계의 부작용
→ 깨달음 4 – 불가사의한 과정
→ 깨달음 5 – 추상화는 사기다
→ 깨달음 6 – 깨달음도 혹시 사기?
→ 깨달음 7 – 이단아, 성철스님
→ 깨달음 8 – 절에 갈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