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에이지

이명박! 섬김이 뭔지 알기나 하나?

‘어느 교회 섬기고 계십니까?’

며칠전 어떤 사람이 다짜고짜 내게 이렇게 물었다. 이런 사람 LA엔 부지기수로 많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종교 있냐’고 먼저 물은 다음(미국에선 이것도 실례라고 한다), 상대방이 ‘기독교’라고 대답하면 그때서나 어느교회 '다니세요?' 라고 해야 할 질문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다짜고짜 ‘어느 교회 섬기고 계십니까?’ 라고 묻는다. 상대방이 종교가 있는지 없는지, 혹시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는 전혀 알바 아니다. 교회를 댕기지 않는 사람의 기분따위는 배려할 가치도 없다는 태도다.

처음엔 이런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었지만 요즈음엔 전혀 안 그렇다. 난 가볍게 ‘미주평안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그냥 이름을 외워둔 교회다. 물론 담임목사 이름도 외우고 있다. 교회 이름을 대면 꼭 목사가 누구냐고 묻기 때문이다. 교회 안 다닌다고 하면 찰거머리처럼 붙어 전도를 해대는 바람에 그게 귀찮아 늘 이렇게 대답한다. 하지만 속으론 이렇게 일갈한다. ‘이 븅신아 조빤다고 교회를 섬겨? 예수님과 하느님을 섬겨야지’

교회를 섬긴다..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교회를 섬기다니. ‘섬기다’라는 말의 뜻은 원래 ‘윗사람을 잘 받들어 모시다’이다. 물론 말을 꼭 원뜻 그대로만 쓰는건 아니니 교회를 섬긴다는 말도 가능하기는 하겠다. 하지만 교회를 ‘섬기고’ 있는 사람이 굳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목사나 선교사에 국한된다. 교회에 붙어 근근히 먹고 사는, 하나님과 예수님의 이름과 말씀을 팔아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교회를 섬기고 있는, 아니 섬겨야 할 사람들 맞다. 하지만 일반 신도들은 아니다. 교회를 먹여 살리는 일반 신도들이 교회를 섬기고 있다고 말하는 건 이만저만한 넌센스가 아니다. 십일조 갖다바치는 게 바른 섬김이라는 의도인가? 예수님의 가르침대로라면 교회와 목사가 신도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게 맞다.


그런데도 교회를 섬기라고 한다. 이는 신과 교회, 예수님과 교회를 동일시하게 하고, 또 그 교회와 목사를 동일시하게 만들어 결국 목사가 곧 신과 예수님의 화신인 걸로 착각하게 만드려는 수작이다. 그래서 목사말에 순종하게 하고 교회에 열심히 나와서 부지런히 갖다 바치게 하려는 수작이다.

이런 건 비단 교회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불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이 자기네를 ‘스님’ 이라고 부르라고 하고, ‘佛法僧’ 을 三寶라고 하면서 자기자신들을 슬그머니 부처님과 법의 반열에 나란히 올려 놓았다. 그러면서 자기들에게까지 절을 하게 한 것은 가히 경악할 노릇이다. 중들이 누구인가? 산속의 중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현실도피자’들이다. 불법을 핑계로 공부만 하면서, 폼만 잡으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어찌 감히 佛과 法의 반열에 僧을 슬그머니 올려놓고, 신도들로 하여금 자기들을 존경하라는 낯뜨거운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중과 목사들이 아주 썜쌤으로 놀고들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절이나 교회에 가면 중과 목사에게 예의를 갖춘다. 그래야만 하는 걸로 목사와 중들이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그럴 필요 전혀 없다. 중은 중이고 목사는 목사다. 우리와 똑 같은 인간이다. 절과 교회에 들러 붙어 부처님과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걸’ 직업으로 해서 먹고 사는 직업인이다. 착각하지 말자. 중은 부처님이 아니고 목사는 예수님이 아니다.

그런데도 몽매한 자들은 교회를 정성껏 섬기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한술 더 떠 이들은 수양회도 섬기고, 선교활동도 섬기고, 십일조도 섬기고, 찬양대도 섬기고, 구역모임도 섬기고, 신도들도 섬기고.. 교회에 눈꼽만큼이라도 연관이 있는 건 뭐든지 다 ‘섬긴다’ 라고 말한다. 그래야만 마음이 은혜로워지는가 보다. 이쯤되면 이들이 말하는 ‘섬긴다’라는 동사의 뜻은 굉장히 광범위 혹은 불분명해진다.

그들이 행하는 섬김이 뭔지 솔직히 말해볼까? 죽고 나서 천당들어갈 때 점수 잘 받기 위한, 그렇게 천당가기 수월하려고 미리미리 하는 짓들 아니든가? 수양회 몇번가고, 선교활동 몇번 가고, 헌금 얼마나 많이 내고, 구역모임 얼마나 열심히 하나.. 이렇게 교회에 나가 부지런떨고 티내면 그게 점수로 채곡채곡 쌓여서 나중에 하나님이 그 점수보고 예쁘게 봐 주실거라는 계산. 아니냐?

일주일 내내 악으로 깡으로 주변 사람들 괴롭히면서 돈을 벌었다. 주일, 교회에 나가 일주일동안의 그 죄를 모두 다 회개한다. 예배시간의 회개로는 모자란다. 그래서 교회를 열심히 섬긴다. 수양회도 섬기고, 선교활동도 섬기고, 십일조도 섬기고, 찬양대도 섬기고, 구역모임도 섬긴다. 그렇게 열심히 섬겼더니 스스로 면죄부를 받았다. 이렇게나 많이 섬겼으니.. 그 면죄부 들고 가뿐한 마음으로 또 일주일 악으로 깡으로 다른 사람 등칠 준비를 한다.


---

이 ‘섬긴다’라는 말을 참 어지간히도 즐겨 쓰는 자가 하나 있다.

이 자가 장로인 걸로 미루어 그는 이 말을 교회에서 배웠음이 분명하다. 어쨌든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응용을 참 잘했다. 신이나 윗사람을 잘 받들어 모시듯이 국민들을 받들어 모시겠다는 뜻 아니든가. 그 동안은 백성이 제왕을 섬기고, 인간이 신을 섬기고, 제자가 스승을 섬기고, 자식이 부모를 섬겨왔지만 이제부터는 자기가 스스로 낮은 자세로 국민들을 섬기겠다고 다짐했으니 얼마나 기특한가.

그래서 그가 나름대로 열심히 국민을 섬겼다.


섬김이 뭔지 갈쳐주마.


섬김이 뭔지 아시는 예수님께서 함부로 반말찌거리를 하셨을 리가 없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한것처럼 사랑으로 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