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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종교단체의 봉사는 선교행위이지 봉사가 아니다

월드비전이란 구호단체의 정체
이곳 한국 TV 의 기부 광고에 유명한 탤런트가 등장하면서 굶어 죽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자는 게 있다. ‘하루 1달러면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카피. ‘나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광고를 내보내는 월드비전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이 단체가 순수한 구호단체인지 아니면 선교단체인지.. 종교단체의 구호사업은 원래 동기가 그리 맑지만은 않기 때문에 이 월드비전이라는 곳이 제발 종교단체가 아니길 바랬다. 거룩해야 할 구호행위를 선교, 포교와 종교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길 바랬다.

월드비전이 어떤 단체인지 알기 위해 월드비전 홈페이지(http://www.worldvision.org)에 들어가봤다. 온통 좋은 일에 관한 내용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Church & Faith 라는 부분에 종교얘기가 약간 언급되어 있었다. 이번엔 한국 월드비전 홈페이지(http://www.worldvision.or.kr)에 가 보았다. 내 궁금증은 이곳에서 풀렸다. ‘소명헌장’이라는 곳에 그들의 정체가 명확하게 적혀있었다.

우리의 주이시며 구세주이신 예수그리스도를 따라가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기독교인들의 국제협력기관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증거하기 위한 것입니다’

'월드비전은 하나님이 만드신 기독교 단체로 교회와 분리 될 수 없으며 독립적인 사업을 벌여서는 안된다. 세계적으로 봉사, 구호 활동을 벌이다 보니 흔히 NGO단체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고 월드비전은 분명히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선교단체이다' 

월드비전의 명확한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자기넨 순수한 NGO가 아니라 분명한 선교단체라고 굳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구호활동을 열심히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 모습에 감화받게 하여 저절로 선교가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를 위해 구호활동을 수단으로 삼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누구에게? 하나님에게. 왜? 잘 했다고 칭찬받으려고. 예수님께서 분명히 왼손이 하는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하셨거늘, 이들은 이렇게 요란하게 떠벌이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광고에 밝히면 더 값지고 떳떳할 것
하지만 일반 언론매체나 광고에만은 유독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고 있었다. 오직 구호사업 얘기만 하고 있어서, 그 누구도 월드비전이 기독교의 선교단체라는 사실을 잘 모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김혜자 정애리 한비야의 모습과 굶주린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측은지심에 기부를 한다. 엄밀히 말해 ‘뭔지 모르고’ 내는 거다. 또 자신들이 낸 기부금이 순수한 구호에만 쓰이는 건지 아니면 일정부분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른다. 단체가 기부금의 자세한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동기가 어떻든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게라도 해야 사람들로부터 기금을 모을 수 있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상엔 재난도 많고 굶어죽는 아이들도 많다. 누군가는 도와야 한다. 그걸 이 사람들이 하고 있으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동기가 무엇이든, 결과가 무엇이든 사람들을 속이지 않고 하는 것이 더 값지고 떳떳하다. 월드비전이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자신들이 선교단체임을 밝혔다면, TV광고에도 그렇게 밝혔어야 한다. 월드비전은 구호단체가 아니라 기독교 선교단체라고. 이걸 숨기고 기부금을 끌어모으는 행위는.. 일종의 사기행위이다.


봉사와 기부는 보장보험
이는 비단 기독교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불교든 천주교든 종교단체들이 구호활동을 하는 것은 종교를 불문하고 그 동기가 별로 맑지 않다. 종교단체들의 구호활동엔 다른 목적이 반드시 개입되어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구호활동이라면 단체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야 할 것인데도 그들은 가는 곳마다 플래카드를 걸고 사진을 찍는다. 우리 종교단체가 이만큼 하고 있다는 걸 대대적으로 소문낸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거라는 뜻이다.

이건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종교단체의 이끌림으로 여러가지 봉사활동에 나서는 분들, 봉사를 하고 오면 마음이 개운하다. 어려운 남을 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저엔 한가지가 더 숨어있다. 미래보장보험을 들고 그 보험료를 제때 내는 듯한 개운함. 종교인의 봉사는 개인이라 할지라도 필연적으로 그 동기가 순수할 수만은 없다. 물론 순수함도 당연히 있지만 현실에서의 기브앤테이크, 죽음 이후에 대한 보장책 같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개입되어 있다. 천당가려고 극락가려고 담에 좋은 곳에 태어나려고, 예수님 하나님께서 보시니까 부처님께서 보시니까..  

봉사와 기부는 미래 보장보험이다. 봉사를 하고 기부를 하면 마음이 개운한 건 보험료를 제때 냈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남을 도와 기분이 좋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만약 자신은 절대로 이렇지 않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은.. 성자이시다.


봉사와 기부의 역설 - 가장 이기적인 행위
설사 미래보장보험과 같은 얍삽한 생각을 하지는 않고 있다고 해서 그사람에게 봉사와 기부가 헌신적인 자기희생인 것만은 아니다. 봉사와 기부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그걸 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늙어서 하고 싶은 일로 '봉사활동'이라고 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왜일까?

이렇게 까지 말하긴 좀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활동이 꿈인 것은 어쩌면 잘못한 일이 더 많았던 자기 인생을 '반까이' 하기 위해서 일런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모두 다 그렇다. 종교가 있든 없든 자기 인생에 대한 정리와 성찰의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다. 죽어서 좋은데로 가든 말든,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든 말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다만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싶은 것이다. 남을 위해 봉사하면 가슴이 뛴다. 그만큼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봉사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행위’이다.

하면 할수록 자기 몸이 괴롭고 마음까지 불편하다면 누가 봉사와 기부를 할까?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라면 몰라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봉사와 기부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하는거다. 이러니 저러니 이유를 갖다 대어도 사실은 이거 하나다. 결국 저 좋자고 하는 일이다. 남을 도와준다는 포장속에 있는 지극한 이기심, 이게 바로 봉사와 기부다. 김혜자도 정애리도 한비야도 차인표도 모두 마찬가지다. 미안한 얘기지만 기부천사라는 김장훈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이분들을 존경한다. 어려운 남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다) 


봉사와 구호는 비종교단체에서
그래서 나는 ‘자신들을 위한 보험’을 ‘남들을 위한 봉사’로 포장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부금을 요청하는 것을 싫어한다. 저 좋자고 하는 일에 왜 남의 돈을 끌어들인단 말인가? 하고 싶으면 지 돈으로 할 것이지 띠바. 게다가 쏟아지는 기부요청의 정체는 99% 이상 종교단체이거나 종교 관련단체들이다.

종교라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중독성 강한 마약이라고 생각하고, 종교야말로 세상을 분열시키는 주범이라고 확신하는 나는 종교단체에의 기부자체를 반대한다. 봉사와 구호를 왜 종교단체들이 독점하고 있는지 그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비록 성금은 종교단체에서 거둬들이더라도 봉사와 구호의 주체는 종교단체여서는 안된다. 비종교단체로 성금을 '무조건'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탐욕스런 종교단체에서 그렇게 '희생'할 리는 없다.


순수한 기부
요즈음 내가 하는 기부는.. 정체가 확실한 ‘미주 숭실OB 합창단’뿐이다. 죽어서 천당가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 잘되라고 적선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하니브로' 후배들에게 찬조금 낸다는 기분으로 낸다. 그렇다고 그 합창단의 단원들이 날 개인적으로 아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년에 한번 발표회에 참석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낸다. 아주 순수한 동기에서의 기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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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얄미운 기부요청

지난주에 독특한 기부요청 편지를 하나 받았다. 근데 이거 상당히 기분 나쁘게 만든다. 봉투안에 5센트짜리 동전이 밖으로 보이게끔 붙어있는 거다. 


이렇게까지 얄밉게 마케팅을 해야하나 싶다. 누구나 봉투를 보는 순간 딜레마에 빠진다. 기부를 하지 않을거라도 봉투를 그냥 버릴 수는 없다. 5센트짜리 동전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봉투를 뜯는다면 그 다음이 더 애매하다. 쓰지도 않을거지만 5센트를 그냥 가지자니 도움을 받아야 할 곳으로부터 되려 돈을 받은 꼴이 되고. 그렇다고 이 5센트를 돌려보내기 위해 수십배 비싼 우표를 사서 붙이기도 그렇고.

이 띠바새끼덜이 이걸 노린거다. 교묘하게 사람들의 양심을 자극해서 결국 기부금을 보내게 만들려는 속셈. 더러븐 새끼덜. 하지만 그들의 노림과는 달리 기부할 생각은 점점 더 없어졌다. 아니 되레 욕이 나왔다. 그래서 빨간 매직으로 'Return to Sender'를 써서 되돌려 보냈다. 띠바 새끼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