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

신정환 불쌍

난 개인적으로 도박에 전혀 취미가 없다. 젊은 시절 원활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위해 도박판에 끼어 밤새워 도박을 했었던 적이 꽤 있었지만 난 그 시간이 고역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을 좀 한심한 사람들로 본다.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횡재의 짜릿한 경험’ 때문이다. 내가 도박에 빠지지 않은 것도 어쩌면 내가 한번도 횡재해 본 경험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하룻밤 포커를 치면서 ‘포카드’를 무려 두번이나 잡고서도 결국 돈을 잃었으니 말이다.


신정환의 죄
인천에 사는 한 시민이 개인적으로 신정환을 고발했다고 한다. 도박, 외환관리법, 여권법을 위반했다면서.. 신정환의 행각에 도저히 의분을 참을 수 없었나 보다.


도박.. 뭐 그리 떳떳한 것은 아니라 해도 그렇다고 그것이 범죄는 아니다. 합법적인 도박장에서 도박을 하는 건 엄연히 합법이다. 그러므로 돈 많은 연예인 놈이 합법 도박장에 가서 도박을 하든 말든, 판돈이 크든 적든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근데 인천시민이 고발한 혐의중에 ‘도박’이란 죄목이 있다. 아마 ‘상습도박죄’라는 죄목을 기자가 잘 못 쓴 것 같다. 도박을 해도 되긴 되는데 상습적으로 하면 그때 죄가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얼마나 자주 해야 ‘상습’인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그저 ‘사회통념’상 안 받아들여지면 죄가 된단다. 그래서 경로당에서 하루종일 고스톱 치는 노인들은 ‘사회통념상’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죄가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정환의 도박은 어떨까? 사회 통념상 받아들여질까 안 받아들여질까? 개인적으로 난 이게 받아들여진다. 도박으로만 본다면 신정환의 해외도박은 죄가 아니다.

신정환의 해외도박에서 법으로 걸리는 부분은 단지 ‘외환관리법’위반이다. 아무리 정식 카지노에서 합법적으로 도박을 했다 할지라도 만약 그 자금을 불법 환치기로 융통했다면 이건 죄다. 명백한 ‘외환관리법’ 위반이다.

그리고 여권법 위반? 처음 듣는 죄목이라 찾아보니 ‘여권법 제16조 제5호, 채무이행의 담보로 여권을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를 금지한다.’이다. 여권을 맡기고 돈을 빌렸다니 신정환은 이 법도 어긴거 맞다.

이렇게 신정환은 딱 두가지 죄를 지었다. 외환관리법위반과 여권법 위반. 위법을 했으면 법에 따라 처벌 받으면 그만이다. 비록 신정환이 위법사실을 덮기 위해 중간에 거짓말을 했지만 그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지 위법은 아니다. 신정환은 한국에 들어와 ‘외환관리법위반과 여권법위반’에 합당한 벌을 받으면 되는 거였다.


미친 연예기자
하지만 신정환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연예기자들이 벌인 미친 짓 때문이다. 찌라시 연예 기자들은 신정환의 그 ‘당황 실수 쑈’를 거의 실시간으로 생중계 하면서 그것을 엄청난 ‘대국민 사기극’으로 확대시켜 버렸다. 자극적인 기사로 신정환을 때려죽일 개자식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극한의 궁지에 몰린 신정환은 이제 국제미아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신정환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분명히 잘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엠씨몽처럼 신정환을 불쌍하다고 하는 건, 얘네들이 이렇게까지 몰리는걸 보면서 가카께서 말씀하신 그 ‘공정한 사회’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뭘 보는가
장관 후보들은 아무리 파렴치한 불법행위들이 드러나도 ‘본인 부덕의 소치이며 국민여러분께 사죄함다’ 한마디에 다 용서해 주면서, 연예인 한 놈이 해외에서 도박하다 걸린 건 왜 이렇게 온 사회가 발칵 뒤집혀 달려드는 걸까. 높은 사람들은 아무리 도덕적 흠결이 많고 거짓말을 많이 했어도 용서를 받고, 광대따위는 거짓말 한번 했다고 바로 쳐죽일 놈이 되어 숨통이 끊어지는 이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일까? 

우리가 흥분하며 따져들어야 할 대상은 엠씨몽이나 신정환 따위 연예인의 사소한 탈법사실이 아니다. 무서워 숨어버린 어릿광대 두놈을 미친듯이 쫓아 반드시 때려잡아야 할 만큼 우리나라는 그렇게 '태평성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엠씨몽과 신정환에게 팔린 사이 뭘 못보고 있는지, 그걸 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