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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터넷의 구더기, 악플러

'돌잔치는 가까운 가족과 친지들끼리만 하자'라는 글에 붙은 악플중 이런 게 있었습니다.
'쪼잔한 새끼. 그게 그렇게 아까우면 네 새끼들부터 목졸라 죽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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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은 정신병이다. 타인들과의 인간적 교류에 실패한 사람이 그 '분노'와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악플을 달면서 배설'하고, '남들이 고통받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정신질환이다. 악플을 강제로 금지당한 한 악플러가 '자살'까지 하는 사건까지 있었을 만큼 악플엔 중독성이 있다. 학교와 직장에서 평범한 사람처럼 살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여기저기 악플을 다는 미치광이 이중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느 블로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번 욕을 하곤 다시 그곳에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다르다. 집요하게 달라들며 악플을 단다. 그들에겐 매일 들러서 악플을 달아야 하는 곳이 수십군데에 이른다.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었던 곳들, 잘난 체 하는 것들은 매일 욕을 해야 한다.

이들에게 ‘논리'란 없다. 얼핏 '반론'이라는 탈을 쓰기도 하지만 실상은 '배설'과 '공격'만 있을 뿐이다.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억지와 궤변으로 찝적대며 상대방이 혹은 또 다른 사람이 폭발하길 기다린다. 이성적인 토론은 아예 불가능하다. 이들이 원하는 게 애당초 토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오직 상대방의 분노다.

사람들의 화를 돋우는데엔 선수인 이들의 께작질에 걸려들면 상당수가 격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악플러들에겐 절대로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참다참다 분노하는 것이다. 바로 그때 이들은 쾌감을 느낀다. 사람의 피를 보며 쾌감을 느끼는 싸이코패스처럼, 이들은 어둠에 숨어 상대방의 분노를 보며, 더럽고 비열한 미소를 짓는다. 인터넷의 구더기들이다.



정신과 의사 문요한 (태능성심정신과 원장)의 '악플러 유형분류'를 소개한다.

1. 겁많은 패배자형
만성적인 욕구좌절로 열등감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겁 많은 패배자’ 유형이다. 이들은 살아오면서 긍정적인 성취를 경험한 적이 별로 없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도 없는 사람이다. 여러 번의 패배가 쌓이면서 늘 자신감이 없고 자신과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불공정한 사회에서 오랫동안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피해의식 때문에 사소한 자극에도 흥분하지만 현실에서는 저항하지 못한다. 이들은 악플을 달면서 비로소 내면에 쌓인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쏟아낸다. 형한테 계속 얻어터지는 동생이 아무 상관없는 강아지를 걷어차고 괴롭히는 것처럼 이들은 다른 사람의 글에 엉뚱한 화풀이를 해대고 인신공격과 성적 언어폭력을 일삼는다. 상상 속에서나마 힘이 센 사람이 되어 복수를 즐기는 이들에게 있어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게시판은 또 다른 상상의 터전이며 배설의 공간이다.

이들에게서 삶의 위안은 다른 사람의 불행이다. 악플을 통해 남을 파괴시켰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의 화난 모습을 연상하거나 확인하며 위안을 얻는다. 상대방이 자극을 받고 크게 흥분할수록 쾌감을 느낀다.

인기가 많고 영향력이 큰 사람을 공격할수록 자신의 위치 역시 높아지고 그와 동급이 된다고 착각한다. 이들을 실제로 본다면 그들이 내뱉은 악랄한 말들에 비하면 놀랄 만큼 온순해 보일지도 모른다.



2. 자아혼란형
자아 정체성과 외부와의 경계의식이 불확실한 ‘자아혼란형’ 스타일이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자신의 가치를 지나치게 결부시킨다. 한 예로 자신이 구입한 카메라 브랜드만이 제일 우수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만이 최고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들에게 그 제품이나 인기인은 단순한 기호의 대상이 아니라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자면 그 사람 자체일 수 있다. 자신이 구입한 제품이 우수하다고 믿을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인기도가 올라갈수록 자신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간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관계의 브랜드나 인기인은 자신의 가치감을 위협하는 적이라고 간주하고 경쟁 브랜드나 인기인을 비방하는 행동을 퍼붓는다.



3. 독선가형
자신의 생각과 가치만 옳다고 생각하는 배타적인 ‘독선가’ 유형이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가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고 헐뜯는다. 대표적으로 '지역주의자'와 맹목적인 '정당추종자'들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든 글이나 기사를 특정정당과 지역주의와 연관시켜 악플을 다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해외리그에 진출한 한국의 야구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려도 지역적인 연고를 따져가며 폄하하기도 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을 특정 정치집단과 결부시켜 매도한다. 이들과 반대의 지점에 서있는 사람들은 설득과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말살과 타도의 대상일 뿐이다. 반대의견을 경청할 '귀'가 이들에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