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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은행의 희망퇴직 돈잔치.. 어떻게 돈을 벌었길래


국민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에 3,247명이 몰렸다고 한다. 국민은행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인원이란다. 열명중 한명이 퇴직하겠다고 했다는 뜻인데 이 사람들 왜 이랬을까? 국민은행이 희망 퇴직자들에게 주겠다고 하는 퇴직혜택 때문이란다.

언제 짤릴지 모르는 직장에 아슬아슬하게 다니느니 이 정도 받고 미리 걸어나가겠다는 거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인해 국민은행이 퇴직직원들에게 지급할 비용은 3천억~5천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5천억원? 직원 3천명 줄이려고 5천억원을 써? 평균잡아 직원 1인당 1억 7천만원 정도를 주고 퇴직시킨다는 말 아닌가. 의아하다. 지금 효율을 따지는 게 아니다. 내가 궁금한 건 도대체 은행이 돈을 얼마나 많이 벌길래 이런 돈 잔치를 할 수 있는 건가다. 그러고 보니 은행들의 그 수많은 지점들이 하나같이 임대료가 최고로 비싼 지역의 건물 1층에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의아하다. 도대체 은행이 돈을 얼마나 많이 벌길래? 이자 뜯어먹는 돈장사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걸까? 


은행의 기본수익은 예대마진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 돈을 썩히느니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고 싶은 사람.. 이 두 사람이 서로 아구가 맞았다. 근데 쉽사리 돈이 오가지 못한다. ‘나중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라는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대한 발명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은행' 이다. 은행은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돈을 모아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신 빌려주고 돈 떼일 리스크도 대신 감수하는 중간 브로커다.

얼핏 밑지는 장사같다. 그래서 위험을 떠안는 대신 양쪽의 이자율에 차이를 둔다.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에게는 '작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간 사람에겐 '많은 이자'를 떼는 거다. 예를 들면 2%의 이자를 주고 맡은 돈을 5%의 이자를 받으며 빌려 주는 거다. 이 차이를 예대마진이라고 한다. 

1억원을 빌려서 1억원을 빌려주었다고 해보자. 빌린 돈 1억원에 대한 이자는 2백만원이고 빌려준 돈에 대해 받는 이자는 5백만원이기 때문에 3백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이것이 은행의 기본 수익이다. 국내은행들은 전체 수익가운데 80% 이상이 이 예대마진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외환, 채권거래, 자문서비스 등 각 분야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입이라고 하고. 외국은행들은 이 구조가 반대라고 하고..  

근데 아무리 신용을 꼼꼼이 따지고 담보를 잡았다고 해도, 빌려줬다가 떼이는 돈이 꽤 될텐데 그 3%에 불과한 예대마진으로 은행이 돈을 많이 벌까? 아니 이걸로는 돈을 버는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엄청나게 잃을 것 같다. 그렇다. 은행은 이것만으론 절대 돈을 벌 수가 없다. 우리가 잘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가짜 돈' 장사
은행은 가진 돈이 1억원밖에 없으면서도 사람들에게 10억원을 빌려줄 수 있다. 뭐? 설마.. 말도 안된다. 1억원밖에 없으면서 어떻게 10억원을 빌려줘? 하지만 이게 가능하며 이게 현실이다.

우리가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근데 우린 그 돈을 현찰로 받지 않는다. 그 금액이 인쇄된 '통장'이나 그 금액이 쓰여진 '자기앞수표'를 받는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간과하지만 이거 굉장히 무섭고 중요한 사실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줬지만 은행에선 현찰이 나간 게 아닌 것'이다. 또 우리 역시 웬만해서는 그 금액을 현찰로 바꿔서 사용하지 않고 자기앞수표로 그대로 사용한다. 아파트 잔금 1억원을 현금뭉치로 내는 사람은 없다. 1억원 짜리 자기앞수표로 낸다. 그 수표를 받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걸 바로 현금화하는 사람은 없다. 은행에 예금하거나 그 금액만큼 역시 자기앞수표를 발행해서 사용한다.

자기앞수표는 현금이 아니다. 은행이 발행한 어음쪼가리일 뿐이다. 결국 은행에서 빌려 사용한 그 1억원은 공중에 그저 날아다니기만 하지 은행의 '현금시재'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짜 돈'이다. 은행은 이렇게 있지도 않은 가짜돈을 빌려줘놓고 이자는 진짜돈 현금으로 꼬박꼬박 받아 먹는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가짜 돈을 빌려주고 이자는 진짜돈으로 챙기기.. 은행이 돈을 버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거다. 가짜 돈 장사.


하지만 '가짜 돈' 장사는 합법 - 지급준비금 제도
정말 말도 안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뻔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걸까? 은행들이 어떻게 대명천지에 이런 사기를 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건 엄연히 합법이다. 바로 부분지급준비금제도(Fractional Reserve Banking System)이다.

지급준비금이란 예금자가 한꺼번에 현금인출을 대비해서 은행들이 일정부분만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현찰이다. 은행이 100억을 가지고 있을때 지급준비율이 3%라고 하면 3억은 비축해 두고 나머지 금액을 운용하라는 말이다. 지급준비.. 이름만 들으면 예금자가 필요할 때 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은행들의 가짜 돈 거래를 가능하게 한 근거가 바로 이 지급준비금 제도다.


지급준비금 제도 - 신용창출 경제활성화
예를 들어 은행이 가진 현찰 전액(진짜 돈 - 본원통화)인 백만원을 대출해 줬는데, 하필이면 그때 예금자가 백만원 전부를 현찰로 찾아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은행입장에선 돌려줄 돈이 없다. 그러면 빌려간 사람에게 돈을 도로 받아와야 하는데 그게 금세 되지 않는 거다. 이런 상황이 몇번 발생하면 은행이 존립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 대비해서 운용하지도 못하는 자금을 항상 비축해 두고 있을 수도 없다. 역시 은행의 의미가 없어지는 거다.

결국 은행제도의 유지를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가짜 돈’의 거래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가짜 돈의 거래가 허용되면 은행은 진짜 돈이 없어도 은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이 달랑 하나라면 이런 가짜 돈이 나올 수 없다. 이 은행에서 저 은행으로, 다시 저은행에서 또 다른 은행으로 대출과 예금이 반복되면서 생기는 게 가짜 돈이다. 이걸 '신용의 창출'이라고 멋지게 말한다. 이 제도의 이름을 '가짜 돈 장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남세스러우니까. 그래서 도입된 이름이 '지급준비금제도'다. 

겉으로는 예금자의 예금인출 보호같지만 진짜 의도는 은행들로 하여금 ‘진짜 돈’ 금액 이상으로 ‘가짜 돈’을 빌려줄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가짜 돈을 거래하는 대신 일정부분 지급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으란 조건이었다. 근데 이름은 '의도'가 아닌 '조건'에서 따왔다. 이게 부분지급준비금제도다. 나쁜 게 아니다. 좋은 제도이다. ‘신용을 창출’해서 덕분에 돈이 펑펑 잘 돌아 경제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지급준비금 제도 - 은행의 진짜 수익
만약 모든 은행 거래를 현찰로만 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은행은 말 그대로 가진 돈 액수만큼의 예대마진으로만 먹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 수익으로는 은행이 절대 유지될 수 없다. 그렇다고 예대마진을 크게 넓히면 돈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은행의 존립이 불가능해지는 거다.

그래서 지급 준비율만큼의 진짜 돈만 있으면 나머지는 가짜 돈으로 여신거래를 할 수 있게 슬그머니 봐줬다. 예를 들어 지급준비율이 10%라고 하면.. 전체 100%의 금액에서 10% 만 진짜 돈을 가지고 있으면 되고,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여신거래(가짜돈 장사)를 해도 된다는 암묵적 허용이다. (물론 여러 은행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창출되는 가짜돈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통화량 집계(유동성 지표)를 보면 통화승수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본원통화(진짜 돈)과 광의통화(가짜 돈)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대개 25정도를 나타낸다. 즉, 진짜돈 보다 25배 정도 많은 가짜 돈들이 공중에 날아다니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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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예와 표현을 썼지만.. 어떻게 은행이 엄청난 돈잔치를 벌이며 직원들을 퇴직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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