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면 안다니까, 내가 왜 프랑스 프랑스 하는지.’
하루종일 돌아다닌 곳들이 그 유명한 에펠탑, 개선문, 퐁피두광장, 베르사이유궁전, 루브르박물관..뭐 이런 곳들. 그러나 유명한 관광지는 실제로 보면 늘 실망하는 법, 역시 그랬다.
‘이제부턴 걸어서 다니지. 그래야 프랑스가 진짜 보이거든’
너무 깨끗하고 예뻐서 차갑고, 그래서 샘 나고 열 받던 다른 유럽도시와는 달리 이곳 프랑스는 다른 유럽도시들과는 달리 푸근한 정겨움이 있다. 줄지어 늘어선 까페들과 그 앞에 널부러져 앉아 있는 사람들, 의외로 담배꽁초 투성이의 길거리엔 개똥도 많다. 그리고 사람들도 편하다. 너무 크지도, 너무 하얗지도 않다. 그것도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프랑스라는 선입견때문에 그런가?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화가나 예술가로 보인다.
미라보 다리..지극히 평범한 그냥 조그만 다리다. ‘미라보다리 아래 쎄느강은 흐르고’ 라는 시인가 소설인가의 제목을 떠올리면서 ‘영동대교 아래 한강은 흐르고’라고 한국말로 바꿔보곤 다들 웃었다. 아무리 우리말이 더 예쁘다고 우겨볼려고 해도 느낌이 조금 빠지는 느낌이다. 외국어니까 그렇겠지. 혹시 알아?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나라 말보다 우리 한국말을 더 예쁘게 느낄지?
더 프랑스다운 걸 보기 원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릴 안내하던 유학생이 우릴 데려간 곳은 파리교외의 퐁텐블로 숲 어귀에 있는 작은 마을, 바르비종이었다. 말로 해도 예쁘고 글로 써도 예쁘다.
[파리교외 퐁텐블로 숲 어귀에 있는 작은 마을, 바르비종]
‘거기가 뭐하는 덴데?’
‘밀레가 살던 곳이랍니다. 바르비종파.. 유명하잖아요. 모르십니까?’’
그래 모른다 이띠바셰이야..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바르비종 파? 시골의 편안한 풍경을 그리던 '자연주의 풍경화가'들이 이곳에 많이 모여 살았는데 그들을 ‘바르비종파’라고 부른단다. 자연을 미화하거나 이상화하지 않고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이 가진 빛과 대지에서 노동하는 사람들 그대로를 풍경화로 그리던 사람들이라네. 밀레가 그들의 대장이랜다. 아 밀레.. 그 사람은 나도 알지. 화가중에 제일 유명한 사람이잖아. 밀레의 만종, 이삭줍기.. 그 배경이 바로 여기라고?
바르비종으로 향하는 주변에 펼쳐지는 프랑스의 자연들이 정말 아름다웠다. 높은 하늘과 그림 같은 숲, 밝은 빛과 맑은 공기.. 시골은 시골인데 한국에서 보던 가난스러운 시골이 아니다. 재밌는 얘기들이 몽실몽실 솟아나올 것 같은 그런 동화책 속의 시골이다. 작은 마을에 드디어 도착했다. 처음 와보는 곳인데 전혀 낯설지 않다. 근데 난 프랑스가 처음이다. 바로 데자부인가부다.
길가에 늘어선 작은 까페들과 레스토랑들이 예쁘고 모두 소박하다.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지저분하고.. 마을어귀부터 이곳 저곳으로 이어진 숲, 또 마을 복판의 작은 길들. 그 길들을 걷다보니 자연을 사랑했다던 바르비종의 화가들이 옆에 있는 듯 가깝게 느껴진다. 어이 밀레아저씨.. 한잔 하십시다.
(마침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사진 가운데에 짙은 분홍색 옷을 입고 기대선 사람이 참 멋졌었다. 사진을 클릭하면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
그 바르비종을 통째로 가슴에 담고 떠나는 차안에서 유학생 녀석이 틀어주었던 음악.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나중에 이 바르비종에서 만나기로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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