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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법 개정 논란 3 - 체력을 키우잔 애기

제62조(진료비용 등의 고지) ①의료기관 개설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3항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이나 ‘의료급여법’ 제9조 제4항에 따른 급여비용외의 진료비용 등을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연하디 당연한 내용의 이 조항과 상기 61조 4항(비급여 항목에 대해 할인 및 면제 허용) 때문에 치과의사들이 데모대에 동참했다. 물론 의사들중에는 성형외과의사와 피부과의사들이 치과의사들과 함께 이 두 조항 때문에 함께 피를 토하고 있는 중이다. 치과의사, 성형외과의사, 피부과의사?.. 그렇다.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수술로 떼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면제 및 할인 허용’과 ‘진료비용을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는 조항이 도대체 왜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의사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얼핏 이해하기가 어렵다. 치과의사를 보자.

일부 치과의사(‘급여항목’만으로 환자들의 치아건강을 돌보는 치과의사들 제외)들이 떼돈을 버는 건 바로 ‘비급여 항목’때문이다. 비급여 항목이란 환자가 100% 부담하는 항목을 말한다. 터무니 없이 비싼 보철치료, 임플란트, 교정치료, 미백치료 등이 다 100% 환자 부담이다. 그동안은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해선 담합으로 그 가격을 받았다. 임플란트 한 개 하는데에 몇백만원이다. 원가가 기껏 몇십만원이나 할까.. 폭리도 세상에 이런 폭리가 없다. 어느 병원이 적당한 가격을 받는지 알아보려 해도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하기 전에는 알 방법이 없다. 심각하게 부조리한 구조다.

서비스 업소에 갔는데 어디를 둘러보아도 ‘서비스 제공에 대한 비용’을 알 수 없다는 것은 불법 안마시술소나 창녀촌이 아니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의 병원들이 그래왔다.

그래서 개정안에서는 병원마다 비용의 할인과 면제여부를 알 수 있도록 시술비를 환자나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고지하라는 것이다. 근데 의사들은 이걸 반대한다. 세상에 이런 도둑놈 심보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총칼을 휘두르는 의사들 앞에 환자들은 계속 발가벗고 머리 숙이고 무방비로 서 있으라는 얘기다. 감히 건방지게 가격을 왜 미리 알려고 하느냐 내가 상담하면서 알려준다. 이건 깡패의 짓이다. 열혈 치과의사 한 놈은 칼로 배를 가르고 지랄을 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겐 희소식이다. 진료비가 싸면서 질이 좋은 의료기관을 선택할 ‘권리’를 되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반대 근거는 ‘가격을 매개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의료시장을 왜곡하고 의료의 질 저하, 과잉진료 등을 부추길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과장광고의 우려가 있고 경쟁력 없는 중소병원은 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마라. 모든 건 소비자들이 판단할 몫이며, 서비스 경쟁력이 없는 병원이 당연히 망해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기본이다.]



제69조(당직의료인) ①병상이 있거나 응급실이 있는 의료기관에는 입원환자나 응급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진작부터 이랬어야 한다. 당직의료인이 없으면 병상과 응급실을 두지 말아야 한다. 돈이 드는 일이라 이것도 반대한다. 돈은 벌고 싶지만 돈 벌기 위해 돈을 쓰기는 싫다는 얘기다. 의사들이.]



제70조(비전속 진료) ①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 ②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특정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하고 복수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의사들이 정해진 의료기관에서만 근무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다른 병원에 가서도 진료를 할 수 있게 된다. 너무나 바람직하고 당연한 제도다. 실력은 있으되 돈이 없는 의사도 좋은 병원의 첨단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반대로 유명한 서울의 종합병원 의사가 지방의 중소병원에 가서 수술을 할 수도 있다.

근데 의사들이 반대한다. 실력 없고 경쟁력 없는 의사는 곧바로 도태되는 무시무시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의료사고시 책임소재를 따지기가 어렵다는 이유를 갖다 붙인다. 별 걱정을 다 한다. 다 알아서 책임소재를 가려준다. 걱정마라. 구더기 무서워 장 안 담그겠다는 거다.]



제72조(의료광고의 범위) ①의료법인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광고를 하지 못한다. ②의료법인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의료광고를 하지 못한다…

[얼핏 무슨 내용인지 헷갈릴거다. 우리나라의 병원 광고규정이 ‘요것만 광고할 수 있다’에서 이번에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다 해도 된다’ 로 바뀐다는 것이다. ??.. 별걸 다 반대한다. 광고를 맘대로 하래는데 그게 싫댄다.

다들 광고를 똑같이 안 하면서 다같이 편하게 호의호식했었는데 이제는 성가시게스리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서비스 경쟁, 광고경쟁을 해야 한다니 그게 싫은 것이다. 경쟁력 없는 병원은 도태될 게 뻔하다. 그래서 광고를 맘대로 하라고 풀어주는 걸 반대를 한다.]



제106조(지도와 명령) ①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보건의료시책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또는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에 대하여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이건 또 왜 반대를 하는가? 의사에게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는 기관장이 원래 보건복지부장관과 시도지사밖에 없었는데 이게 대폭 확대됐다. 구청장 따위에게도 지도와 명령을 받게 된다니 번거로워 싫다. 이래저래 눈치를 봐야 할 곳이 늘어난다. 예전에는 사단장과 연대장 눈치만 보면 되었는데 이제부턴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 분대장 눈치까지 봐야 한다. 아 귀찮다. 그래서 의사들이 반대한다.]



제113조(유사의료행위 등) ①의료인이 아닌 자가 행하여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제5조에 불구하고 유사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②제1항에 따른 유사의료행위의 종류, 유사의료행위자의 자격 및 업무범위 등 유사의료행위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한의사들까지 이번 데모에 참가한 게 바로 이 조항 때문이다. 현재 비의료인의 무면허시술로 규정되어 있는 사혈요법같은 것들도 앞으로는 보건위생상 문제가 없다면 합법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한의사들이 이걸 반대하는 것은 이 조항이 통과되면 밥그릇이 반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카이로프랙틱 의사제가 신설되면 추나요법이 잠식당하고, 침구사제도가 부활되면 침과 뜸이 잠식당한다. 게다가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뜸은 온열요법으로, 추나는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무면허자들에 의해 또 잠식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한의사에게 남는 것은 달랑 한약 하나다. 그나마도 ‘비급여 진료비용의 할인허용과 진료비용의 의무고지 조항’으로 예전처럼 행복한 폭리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놀고 먹던 대한민국 한의학의 존망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별 시답잖은 것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래서 한의사들이 기를 쓰고 반대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훨씬 저렴하게 다양한 치료를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게 된다.

이 조항에 대해 찬성하지만 보완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대체의료를 빙자한 사기행각에 대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런 것들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심천사혈요법, 고려수지침등이다. 현재 '비의료인의 무면허 시술'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그들의 사기행각에 국민들의 정신적 신체적 금전적 피해가 큰데, 이들이 합법의 날개까지 단다면 어찌 되겠는가. 이 부분은 철저하게 대비 보완해야 한다.]





의료법 개정의 불가함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 의료계의 장례식까지 치르고 있는데.. 이번 의료법 개정은 의사들 밥그릇을 뺏고 대한민국의 의료산업을 죽이려는 게 아니다. 국민들의 기본권리를 되찾아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것보다도 더 중요한 목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언젠가 밀어 닥칠 외국의 선진의료자본에 대항할 수 있게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우리가 언젠가 상대하여야 할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실행되어 튼튼히 정착되어 있는 사항들이다. 그들은 이런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은 초고수들이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와서 놀랐던 것중의 하나가 바로 미국의 이상스런 의료제도였었다. 따로 교육을 받고 난 후에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생소했었지만 이젠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자본주의의 본산 미국의 병원들이 그래서 강하다는 걸 알았다.

선진국의 의료시스템이 무조건 좋으니 따라야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그들의 의료기관도 불합리한 것이 분명히 많을 것이며 아무리 좋은 병원에 가도 역시 한국에서처럼 환자들의 불만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들의 경쟁력만큼은 최강이다. 경쟁력은 경영마인드에서 나오고, 서비스 정신에서 나오고, 전반적인 효율성과 합리성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의료기술에 비해 턱없이 후진적이다. 그 시스템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무방비로 당한다.

국민약골 이윤석이 에밀리넨코와 싸워 일격에 맞아 죽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그의 기술을 익히고 그에 걸맞는 체력과 기술을 키우는 길밖에는 없다. 의료법 개정의 목적은 바로 그거다.


의사들이 국민의 건강, 의료시장 왜곡, 의료의 질 저하, 과잉진료등을 걱정한다.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젠 의사들도 좀 공부하면서, 노력하면서, 경쟁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며 그렇게 경쟁하면서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보다 일리가 있지는 않다.


→ 의료법 개정 논란 1 – 의사들의 밥그릇 사수
→ 의료법 개정 논란 2 – 어이! 의사님네들
→ 의료법 개정 논란 3 – 체력을 키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