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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3불정책 2 - 대한민국 교육계의 암초는 '3불'이 아니라 '서울대'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아마 해마다 세계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는 대학순위가 그 근거가 아닌가 한다.

부동의 1위 하버드대를 필두로 미국의 대학들이 휩쓴 그 순위에서 한국의 대학들이 모조리 100위 밖으로 밀려있기 때문이다. 그 잘난 서울대마저도 겨우 150위권에 들었을 뿐이다. 500대 대학을 따져봐야 우리나라 대학은 겨우 8개 대학만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존심이 심히 손상받는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국력과 국제적 위상등을 고려해 봤을 때 세계 500대 대학에 우리나라 대학이 겨우 8개밖에 들지 못했다는 것은 다른 지표들과 균형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에 뭐가 잘못되어도 심각하게 잘못되어 있다는 뜻이다. 얼추 생각했을 때 100위권안에 2~3개, 200위권 안에 또 3~4개, 전체 500대 대학안에는 적어도 20~30개정도의 대학이 포진하고 있어야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순전히 내 느낌이 그렇다는 얘기다. 내가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실제보다 좀 높이 보고 있을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500대 안에 달랑 8개라. 이거 심각하다.

세계 30대 대학에 일본의 대학은 두개나 올라있다. 우리가 순진하게스리 서울대와 비슷하게 여기고 있던 동경대학(20위)과 서울대보다 좀 낮게 보던 교토대(22위)이다. 우리의 자랑 서울대가 겨우 143위에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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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면에서 서울대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는 동경대학이다)

세계 100대 대학으로 보아도 일본의 대학은 5개나 올라있고, 500대 대학엔 일본에서 무려 34개 대학이 올라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을 우리와 엇비슷한 수준의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환상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다. 일본과 우리는 미래의 척도인 교육에서 벌써 이렇게 차이가 난다. 열 받는다.

중국.. 우리가 그렇게 무시하는 중국도 500대 대학에 무려 18개 대학이 올라있다. 물론 땅덩어리가 넓고 학교수가 많아서 그렇다고 자위를 하고 싶지만 자본주의 교육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짧은 중국이 우리를 혁혁하게 추월하고 있다는 점은 창피한게 아니라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아시아로 좁혀봐도 사정은 더 창피하다. 아시아 20대 대학중 9개가 일본의 대학이다. 거의 반이 일본의 대학들이다. 한국은 서울대 달랑 하나이다.

갑자기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교육이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21세기에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이런 마당에 이렇게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진 모든 책임은 대학에 있는게 아니라 교육당국에 있다고 서울대학이 선수를 쳤다. 3불정책이 대학 경쟁력의 가장 큰 암초라는 주장, 그놈의 3불정책 때문에 우수한 신입생을 제대로 뽑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좋다. 진짜로 3불정책이 악법이라 그것 때문에 우수한 신입생을 잘 뽑지 못했다고 치자. 3불정책만 아니었으면 우수한 신입생을 잘 뽑을 수 있었다고 치자.

근데 우리나라 대학들의 경쟁력이 약한 게 과연 우수하지 못한 그 학교 신입생들 탓인가?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기준을 보면 답은 아주 쉽게 나온다.

1. Alumni : 졸업생들의 실적 (노벨상 수상등)
2. Award : 현재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나 연구원들의 실적 (노벨상 수상등)
3. HiCi : 학교에 포진하고 있는 전문 연구인력 등
4. N&S : Nature & Science 에 실린 논문등의 수
5. SCI : 권위있는 전문지에 인용된 교수 연구원의 논문 수등
6. Size : 기타 대학 스탭의 인원수, 도서관 장서규모, 교수1인당 학생 수등

그 어디에도 학생 혹은 신입생의 우수성이라는 항목은 없다. 학생들의 자질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도 없다. 굳이 따지자면 연구인력으로 남아있는 연구원정도? 그러나 이들도 대학교육을 받고 난 이후의 인력이다. 기준의 전부는 교수와 연구원의 논문실적, 졸업생의 실적, 교수 연구원의 숫자, 학교의 시설등이다.

즉 어느정도 이상의 신입생 자질은 중요하겠지만 그것은 전혀 대학평가의 고려대상이 아니라 학교가 그들을 얼마나 잘 가르쳤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국가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대학의 선정기준은 그 대학이 ‘얼마나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지’ 와 ‘얼마나 잘 가르쳐서 졸업생이 우수한지’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의 학력은 세계 3위로 최고 수준이다. 서울대는 그중에서도 또 상위 1% 미만의 우수한 학생들을 모조리 쓸어 뽑아간다. 단순계산으로 보면 서울대는 세계 5위권 안의 대학이어야 맞다. 그런데 서울대는 세계 150대 대학에 겨우 이름을 올려놨다. 고교학력 세계 3위의 학생들중 상위 1% 학생들만 들어갔는데 그 대학은 세계 150위권에 겨우 미치는 학교가 된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애들 잘못이야?
그런 똑똑한 수재들을 오히려 바보로 망쳐놓는 망할놈의 서울대 잘못 아냐?


눈이 있으면 좀 보고, 귀가 있으면 좀 듣고,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좀 해라. 눈꼽이 덕지덕지 끼어 앞도 보이지 않고, 귀지가 꽉 막혀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하도 쳐먹고 배불러 생각자체가 안되는 지경인가. 어떻게 경쟁력 책임을 열아홉살 신입생들에게 돌릴 생각을 해내느냔 말이다.

우수한 교수를 영입하고 무능한 교수는 쫓아내고, 석박사 과정 학생의 연구를 적극지원하고, 기업과의 연계를 극대화하거나 국가연구프로젝트를 따서 연구비 증액에 힘쓰고, 교수와 연구원으로 하여금 특허를 많이 내고 논문을 열심히 쓸 수 있게끔 독려하는 등의 방법을 제쳐두고 이제 갓 들어온 아이들에게 대학의 경쟁력 책임을 몽땅 갖다 씌우는 이 파렴치한 역겨운 작자들.

무려 150만평이나 되는 나라 땅을 차지하고 앉았으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받아먹는 작자들이 도대체 당신들 밥통외에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 있느냔 말이다. 이런 파렴치한 작자들이 ‘서울대 장기발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보고서를 내놓고 언론은 이를 퍼다 나르고 있으며 정치인도 덩달아 인용하고 있다.

이게 참으로 이상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단순명료한 이치를 그들이 모르지 않을 터인데 이들이 이렇게 안면을 몰수하고 해괴한 논리로 3불정책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면은 뭘까? 분명히 무언가 다른게 있는 것 같다. (3불정책 자체에 대해선 내일 얘기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한민국의 최고 지성이라는 사람들이 어찌 이런 몰상식한 주장을 펼 수 있단 말인가. 금과 옥조 ‘대학의 자율’을 외치지만 분명 뭔가 다른게 있다.

그게 뭔지 독일병정과 싣니보이는 한번 파악해 주기 바란다. ㅎㅎ
그들이 외치는 대학자율의 이면엔 철밥통 문제와 사학법 같은게 얽혀 있는 것 같거든..

여기서 한 신문기사를 인용한다.

[서울대 교수와 직원 10명 중 7.5명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공립대법인화 법안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장기발전위원회(위원장 장호완)는 작년 12월부터 2개월간 서울대 교직원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국공립대의 법인화가 대학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 1,505명 중 75.89%인 1,142명이 "정부가 이사회의 구성방식을 통해 대학에 간섭할 것으로 '매우 우려된다(32.43)'거나 '우려된다(43.46%)'"고 답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대 장기발전위원회는 "법인화가 초래할 잠재적 영향에 관한 설문에서도 '정부 간섭 증가', '대학 구성원 의사 반영 약화', '인력감축 등 근무 여건 악화', '정부 지원 불안정', '학문간 균형발전 저해' 등의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강조했다.

장호완 위원장은 "서울대 교직원들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한 국립대 법인화 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부정적 견해는 향후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장애로 작용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울대에서 왜 3불정책을 핑계로 정부와 맞서기 시작했는지 조금 감이 잡히지? 우리나라 교육의 암초, 대학경쟁력의 암초는 과연 3불정책일까 거룩한 서울대일까?


→ 3불정책 1 – 서울대의 신입생 논란
→ 3불정책 2 – 교육계의 암초, 서울대
→ 3불정책 3 – 대학의 경쟁력이 신입생의 경쟁력?
→ 3불정책 4 – 원론으론 반대, 하지만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