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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3불정책 1 - 서울대의 신입생 논란

1. 몇 년전 미국 NBA의 LA Lakers에 희한한 일이 있었다. 당대 최고의 초대형 수퍼스타 네명이 레이커스에  모두 모인 것이다. 오로지 우승반지를 위해.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칼 말론, 게리 페이튼. 언론은 그들을 Fab 4 (fabulous 4)라고 불렀었다. 선수구성으로 본다면 이론의 여지없이 역대 최강의 팀이었다. 과거 마이클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가지고 있던 역대 최고승률 기록을 이팀이 깰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방정을 떨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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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기라성 같이 무시무시한 선수들로 짜여진 이 가공할 팀이 우승했을까? 우승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선수들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우승이 되는건 결코 아니었다.

2. 미국 NCAA 농구에선 수퍼스타 하나 없이 고만고만한 선수들을 조련해서 파이널포에 오르는 감독들의 이변이 자주 보인다. 작년엔 조지 메이슨이라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팀이 파이널 포(준결승)까지 진촐했었다.

그들은 팀의 성적은 100% 감독의 몫이라는 걸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조지메이슨 정도의 대학이라면 유망주들은 철저히 외면했던 팀이었다. 따라서 그팀은 그렇고 그런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쟁쟁한 농구명문들을 차례로 깨고 파이널 포까지 올랐었다. 선수가 아직은 별로 뛰어나지 않더라도 명 조련에 의해 얼마든지 수퍼스타로 키울 수 있으며 팀을 우승까지도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팀의 감독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3. 미국 남자 대학농구는 전통의 강호, 전통의 라이벌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해마다 전국 고등학교의 쟁쟁한 유망주들이 대부분 전통의 강팀으로 간다. North Carolina, Duke, UCLA.. 워낙 쟁쟁한 아이들이 가다보니 물론 이 팀들 당연히 잘한다. 그러나 이들 팀이 우승하는 건 별로 안 보인다. 생각지도 않던 의외의 팀들이 우승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그것을 3월의 광란, March Madness라고 한다고 했다.

올해 몰락한 Duke의 슈셉스키 감독이 얼마전 이상한 말을 했다. 현재의 듀크팀은 자기가 맡아본 중 가장 독특한 팀이라고.. 당연히 비난이 빗발쳤다. 팀부진의 원인을 선수들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팀에서만 삼십년 이상 감독으로 있어온 그가 물러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의 팀은 이미 '감독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난지 오래이다. 듀크라는 이름만으로 몰려드는 수퍼 유망주만으로도 넉넉한 살림이다. 그덕에 우승은 못해도 팀 성적은 늘 좋다. 그래서 이 불사조 감독은 더 오래 해먹을 것 같다.



작금 한국에서는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있어나고 있다. 
팀의 성적부진을 전적으로 선수들에게 돌리는 후안무치한 감독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별로 이상하게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감독이라는 자가 '팀의 성적이 부진한 건 내탓이 아니라 전적으로 좋은 신인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한심한 핑계를 대고 있는데도 ‘맞아’ 하고 수긍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정신 나간 주장을 하는 자가 만약 스포츠 팀의 감독이었다면 틀림없이 그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네티즌에게 테러를 당해 피투성이가 되어 완전히 매장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감독은 아직 멀쩡할 뿐더러 오히려 그 목소리를 더더욱 높여만 가고 있다. 과연 이 불가사의한 불사조 감독은 도대체 누구일까?


바로 서울대다.


단지 '서울대'란 이름만으로도 그동안 전국각지의 수재란 수재는 모조리 쓸어갔었던 그 거룩한 서울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의 국제경쟁력이 형편없이 떨어진 것은 단지 그동안 우수한 신입생을 뽑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는 저 철면피 서울대다. 전국의 인재들이 기를 쓰고 알아서 몰려오는 바람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밥을 먹고 사는 불사조 교수들이 몰려있는 그 철밥통 서울대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서울대가 지금 세계에서 이모양 이꼴인 것이 그동안 서울대가 우수한 신입생들을 뽑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 주장에 동의하시는가?

여러분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이 말에 동의하기로 한다.
서울대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건 전적으로 학생들이 멍청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서울대가 살아나고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이제부터라도 신입생을 똑똑한 애들로 가려서 뽑아야 한다. 그동안은 너무 멍청한 것들만 뽑아온 것이 맞다.

?? 요팡 이넘이 미쳤나? 서론과 본론이 정면배치된다.

서울대가 지지부진한 것이 어떻게 학생들 탓이냐?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학교와 교수들 탓이지.. 전국의 내노라 하는 인재들이 그럼 그동안 서울대학 말고 어느 다른 대학을 갔었더냐?.. 그러면서도 어린 신입생들의 자질 탓만 하는 서울대가 한심해도 너무나 한심하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말해야 할 요팡 이넘이 미쳤나?

그러나 나는 미치지 않았다.
나도 그동안은 ‘서울대에 전국 최고의 우수한 인재들만 몰렸는데 그들을 가르치는 학교와 교수들이 워낙 무능하고 게을렀었다’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에 생각을 바꿨다. ‘서울대엔 그동안 참으로 등신 같은 놈들만 갔었던게 맞구나..’ 이렇게 말이다.

왜냐고?

서울대가 이모양 이꼴인 원인이 그동안 서울대가 우수한 신입생을 뽑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바꿔 말하면 ‘그동안의 모든 서울대생들은 전혀 우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우수한 애들은 다른데로 다 뺏기고 서울대에선 덜 똑똑한 인재를 받아 비록 열심히 교육을 했지만 원체 학생들의 자질이 모자라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다. 즉, 서울대가 세계에서 형편없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 모두가 다 그간의 서울대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똑똑하지 못해서였고, 만약 똑똑한 신입생들을 뽑았었더라면 서울대가 지금처럼 형편없이 되지는 않았을터이고, 심하게 말하면 그간 워낙 등신 같은 놈들만 뽑아왔기 때문이라는 서울대가 아직까지 이모양 이꼴이라는 이 핑계.. 누가 들어도 역겨운 적반하장의 핑계다.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마당에 서울대 동문 당사자들은 얼마나 열이 받았을까?
그런데 참 이상하다. 서울대의 재학생 그 누구도, 그 많은 졸업생 그 누구도 이를 부인하거나 발끈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졸지에 자신들이 형편없는 등신이 되면서 서울대 몰락의 원인균이 되고 말았는데도 이들은 말이 없다. 등신도 이런 등신들이 없다. 설사 그들이 등신은 아닐지라도 잘못된 말에 그렇지 않다고 나서는 용기나 열정조차 없음은 분명하다.
난 지금 등따시고 배부르거든..

이런 자들이 서울대 졸업생으로 사회의 지도층에 퍼져있다. 서울대 경쟁력이 떨어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장악한 우리나라가 문제다. 이런 자들이 운영하는 우리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길 바라는 게 무리인 듯하다.


앞으로 서울대에선 정말로 신입생들을 가려서 잘 뽑아주기 바란다.
시험만 잘 보고 들어와 제 배부른것에 만족하는 이런 등신들 말고 진짜 똑똑한 아이들로.

그래서 신입생을 제대로 뽑을 수 있게끔 3불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서울대에서 목소리를 높인다니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 왜 이에 대해 시끄러운 논란이 있는 것일까?


→ 3불정책 1 – 서울대의 신입생 논란
→ 3불정책 2 – 교육계의 암초, 서울대
→ 3불정책 3 – 대학의 경쟁력이 신입생의 경쟁력?
→ 3불정책 4 – 원론으론 반대, 하지만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