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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종부세 못 내겠다고?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 어머니 살아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
콩도 심고 팥도 심고 고구마도 심으련만
소중하고 귀중한 우리 땅은 어디에'

‘민중의 횃불’ 이라는 빨간 노래책을 뒤적이다가 만난 ‘땅’이라는 노래다.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노래였지만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함께 부른 적은 없지만 혼자서는 많이 불렀던 노래다. 부를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던 노래였다. 모든게 모자라고 절박했던 그 시절, 이 노래는 그런 한숨타령이었다.

세월이 흘러 나도 내 땅을 가지게 되었다.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가 샛노란 붉은빛으로 바래있는 ‘민중의 횃불’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몇장을 넘기다가 이 노래를 보고 오랜만에 불러봤다. 가슴이 전혀 먹먹해지지 않았다. 이런 고이얀.. 내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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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자고 났는데 또 값이 오른 내 아파트시세를 확인하곤 꿈이냐 생시냐 안방에서 낄낄대는 놈이 있다. 하루에 몇백만원씩 돈이 하늘에서 뚝뚝 떨어진다. 세상에 이렇게 쉬운 돈 벌이가 없다. 당연히 이 놈의 모든 생활은 부동산투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내 친구중에도 이런 놈이 하나 있다. 친구이지만 기생충 버러지다.) 이런 놈들이 갈수록 많아진다. 이래서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이 치솟았다. 입주할 때 총 일억오천만원 들었는데 십년만에 열배가 넘게 뛰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일년에 일억원 이상씩 돈을 벌었다. 째진다.]

[매일 특근에 야근을 밥먹 듯 해도 생활비와 치솟는 교육비로 일년에 오백만원 저금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저금하는 그 돈도 오른 전세금에 밀어넣으면 끝이다. 내집 마련이 꿈인 시절이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민중봉기에 의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거나 혹은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결코 이루어 지지 않을 꿈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미래를 생각하는 것 조차 사치일 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공존하는 게 우리 사회다. 서민들에게 작금의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 소식은 '절망의 팡파레'다. 더이상 무너질 가슴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가슴은 어디선가 또 무너진다. 극심한 허탈감에 이제는 살아가야 하는 삶의 의욕조차 꺾여버린다.

비상식적인 사회다. 미쳐버린 사회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오늘은 언론을 탓하지 않겠다. 제 아파트 값 떨어질까, 갑자기 많아진 세금에 눈이 뒤집혀 정부정책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썩은 언론에는 이제 분개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 공공연하게 이 정책은 실패할 것이며 아파트 값은 다시 올라 갈 것이라고 아예 부동산 투기꾼들을 선동하기까지 하는 그들의 행태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투기꾼을 부추겨 내 아파트 값 올라가는 달콤한 열매를 즐기려는 이 인간 쓰레기들의 행태는 언급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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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의한 불로소득이 워낙 엄청나게 크다보니 당연히 이에 대한 투기수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 건전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오직 투기수요만이 있다. 이것을 차단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미래가 없다. 생산활동은 없고 부동산 투기를 통한 일확천금에 전 국민이 혈안인 나라에 미래는 있을 수가 없다. 부동산 투기 외에는 돈을 벌 방법이 없는 나라에서 그 어떤 젊은이가 ‘사업’에 뛰어들겠는가. 이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를 잡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미래는 없다.

그러나 건설 공무원과 이를 감시해야 할 언론사 직원들이 같은 부동산 투기꾼으로 합심하여 지식과 정보와 권한을 총동원 해 집값을 올리고 있는 이 한심한 나라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는 다는 거.. 이거 쉽지 않다. 민중이 봉기하여 사회주의 혁명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나라를 살리기 위해 아마 세금이라는 방법을 동원하려는 모양이다.

강남의 아파트 값이 비싼 건 오로지 그 아파트의 ‘위치’ 때문이다. 소유주의 생산적 활동과는 전혀 무관하다. 정부가 그곳에 교육, 문화 등의 인프라를 잘 건설해서 사람들을 유인했기 때문이다. 그곳 시민들이 뭘 잘 해서 집값이 비싸진 게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최상의 인프라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누리는 혜택과 아파트 값 상승으로 천문학적인 불로소득을 챙긴 사람들은 뭔가 이 사회에 환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이 아마 종부세의 개념인 듯하다. 이렇게 환원된 돈으로 정부는 개발이 낙후된 지역의 다른 국민들을 위한 인프라를 건설할 것이다. 이렇게 보유세를 통해 특별한 혜택에 대한 요금 징수와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는 정의사회 구현 혹은 경제정의의 원리에 정확히 부합한다.

그러므로 모든 대상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납부할 것이다.


그러나.. 아니랜다.
이걸 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들은 주거용으로 내 집을 장만한 것이기 때문에 투기가 아니니 종부세를 낼 수 없다고 헌법소원을 준비하겠다고 한단다.


통계를 보니 다주택 보유자들이 소유한 주택이 전체 종부세 대상 주택의 92.3%라고 한다. 즉, 종부세 대상 주택 열채중 아홉채는 주거목적이 아니라 투기목적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종부세가 정당성을 갖는 근거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이지만 종부세 대상자 열명중 한명은 아파트 한채가 전부인 사람이다. 이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은퇴한 고령자를 자처하며, 봉급이 전부인 월급쟁이라 자처하며, 종부세 과세에서 자기들은 빼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들의 주장에도 나름대로 일리도 있고, 그들이 지적하는 종부세의 불합리함은 정부가 참고해야 할 것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가슴으로는 도저히 이들의 행태가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흉해 보인다.

투기꾼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냥 그곳에 살고 있었을 뿐이라는 주장이지만 그들은 앉아서 하루에 수백만원씩 재산이 불어난 사람들이다. 투기꾼들은 그래도 머리라도 굴리며, 힘들게 자금 조달해서 이사라도 댕기며 단기 차익 몇억원을 남겼지만.. 이들 주거자들은 투기꾼들의 활약 덕에 편하게 더 큰 돈을 벌었다. 십여년만에 십수억원씩의 재산이 불어난 것이다. 물론 당장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소득이긴 하지만 투기꾼들보다도 더 큰 천문학적 불로소득을 챙겼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세금 낼 돈이 없다고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티코보다 그랜저의 세금이 비싼 건 당연하다. 그것은 부유세나 사치세의 개념이기도 하고 도로손상이나 환경오염에 따른 부담금의 성격이기도 하다. 세금 많이 내기 싫으면 큰 차 타지 말고 작은 차로 바꾸면 된다.’ 이런 걸 따지자는 게 아니다. ‘8톤 트럭이 왜 그랜저 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지 아느냐?’ 이런 걸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 어머니 살아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
콩도 심고 팥도 심고 고구마도 심으련만
소중하고 귀중한 우리 땅은 어디에

서울가신 우리 아빠는 왜 아직 안올까
우리 땅이 생겨난다면 자갈밭이라도 좋겠네
오늘도 저멀리 기적소리 들리건만
깔담살이 내꿈은 구름타고 떠나네


당신이 얻은 불로소득을 바라보며 오늘도 또 절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당신이 갖는 혜택은 꿈도 꾸지 않으며, 당신의 재산이 저절로 늘어날 때 피를 토하며 희망을 그만큼씩 던져버리는 사람들이다.

당신이 과연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아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역겨운 행동은 감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종부세 못낸다고 이렇게 추잡하게 버티기 전에..
당신들은 투기꾼들에게 '투기목적의 주택을 빨리 처분하라'고 타이르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나 당신들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다. 투기꾼들이 주택들을 급매물로 내어 놓으면 덩달아 내 집값이 떨어질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집값은 지키고 세금은 안 내기' 위해 이리 역겨운 행동들을 하는 것일게다. 죽어도 내 집 값이 떨어지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는 삿대질이다. 한 일도 없이 천문학적으로 재산이 늘었는데도 추악한 탐욕은 변함이 없다. 

어이 주먹 쥔 아줌마 아저씨들.
우리나라엔 말이지.. '나도 당신들처럼 종부세좀 내 봤으면' 하는 사람이 백명중 아흔아홉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세금을 내는 걸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당신들이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아는 정상인이라면.. '아 세금내기 아깝다. 하지만 어쩌나..내야지. 띠바' 이래야 한다. 어디 종부세 거부니 세금폭탄이 하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가?



이번 기회에 부동산으로 인한 과도한 불로소득이 환수되는 것이 정착된다면, 기생충 같은 투기꾼들이 사라지고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돈을 잘 번다'라는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정상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