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3 - 귀족노조.. 역겹지만 여기까진 이해해 준다

우리는 해마다 지긋지긋한 ‘특별’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을 듣는다. 감히 ‘지긋지긋’ 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그들 파업의 이유를 아무리 ‘그들의 입장에 서서’ 이해해 보려 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자들의 ‘특별한’ 파업이 연중행사 월중행사로 벌어지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암만 많이 쳐먹어도 아직 배고파, 밥 더줘 띠바, 밥 더줘 으앙-’
‘니들 엔간히 많이 먹었잖아. 인제 그만 좀 쳐먹어. 못 먹는 애들 생각도 좀 해’
‘곳간에 쌓인 거 어따 쓸려고 그래. 다른 애들 줄려고 그래? 안돼 우리가 다 쳐먹을 거야’
‘니들이 이러면 진짜로 다른 애들은 굶어 죽어. 제발 고마해’
‘걔네들 굶어 죽든 말든 상관 없어. 아무튼 난 더 쳐먹어야 해, 밥 더줘 밥 더줘’
‘니들이 이러면 우리 집 망할지도 몰라’
‘공갈하지마. 설사 망해도 난 몰라, 밥 더줘 띠바’

붉은 띠를 매고, 붉은 조끼를 입고 땡깡을 부린다. 이 거대한 덩치의 노조에겐 회사도 정부도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만 답답-하다. 아휴 씨바들.. 쮸쮸바가 다이나마이트였음 좋겠다..


물론 회사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일정부분은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줘야 한다. 남들은 좀 못 먹고 헐벗어도 열심히 일 한 우리 노동자들은 잘 먹고 잘 입혀도 된다. 그래야 더 열심히 일하고 회사가 발전한다. 그게 자본주의다.


세상에 돈 싫다는 사람은 없다. 많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많이 가진 놈들이 더욱 추태를 부리는 걸 보건대, 아무리 많아도 더 가지고 싶은 게 바로 돈이라는 것인가 부다. 현대노조원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많이 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툭하면 관리직 사원들과 노동시간을 가지고 비교하는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누구나 돈에 대해 가진 욕심이니 뭐라 어쩔 수는 없겠다. 이해한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문제는 약간 달라진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배부른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과 인금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을 회사에서 보충하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1. 차량의 출고가는 인상하고, 2.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부품값은 낮추는 것이다. 물론 한가지가 더 있다. 그 손실을 고스란히 회사가 감수하는 방법. 그러나 이익의 창출이 목표인 기업에서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 가만 생각해 보니 현대 자동차 노조원 띠바들이 파업으로 더 받아 쳐먹는 돈은 바로 우리 같은 일반 소비자와 하청업체 직원들이 부담해 주고 있다. 피 같은 내 돈을 저 씨바들이 훔쳐가고 있는 것이다. 모두 다 복창 터질 노릇이지만 그 중 일반 소비자들이야 출고가 인상폭을 약간은 부담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젖혀두자.

골 때리는 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 그들의 사정은 딱하다 못해 가슴이 아프다.
그들 임금의 반 가까이는 잔업과 특근수당이 차지한다고 한다. 즉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으면 급여가 반 가까이 줄어 든다는 애기다. 현대 귀족노조가 배부른 땡강 파업을 하면 그 기간동안 하청업체들은 잔업이나 특근이 없어진다. 당연히 월급이 고스란히 줄어든다. 현대자동차 귀족노조가 파업으로 각자 몇백만원씩 성과급 격려금을 챙기는 동안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반토막 난 월급봉투를 가지고 주린배를 움켜쥘 수밖에 없다. 참 더러운 꼴이다.


돈을 좋아하고 밝히는 것은 뭐라 욕할 수는 없지만, 내가 더 가져가는 돈이 결국 이렇게 남의 주머니를 악랄하게 털어내는 것이라면.. 그것은 죄악이다.

그래도 그들은 파업을 벌인다. 돈에 눈이 멀어 이성을 상실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일반 상식의 선을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 넘었다. 자기 뱃대기와 제 주머니 외에는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내 뱃대기가 부르고 내 주머니만 두둑해 지면 된다.


좋다. 그렇지만 한 번 더 그들을 이해해 주기로 하자.
회사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공장이 언제 해외로 이전할 지 모르고, 내가 언제 어떻게 잘릴지 모르는데, 처자식을 위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도요타가 아무리 노사협의로 앞으로 훨훨 날아가든,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턱밑까지 쫓아 오든, 나는 당장 내 처자식 먹여 살리는 것이 중요하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이런 극단적 이기적 행태를 국민들이 혐오하고 비난하고 있음도 알고, 자기들 때문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처자식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해 주자. 좋다. 띠바 그들을 한번 만 더 이해해 주자.


진짜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건 다른 곳에 있다.
노동자들이야 이렇게 억지로라도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정작 '하층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 서야 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뭐하고 있는 걸까?


우리 사회엔 아직도 극도로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기본권마저 제약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불안한 고용과 격한 노동, 하루하루 생활고에 힘겨운 사람들이다. 이들이야말로 단결하여 피눈물 나는 파업이라도 벌이면서 최소한의 권익을 쟁취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침묵하며 지낸다. 왜냐하면 파업은 곧 실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노동운동가들이 돌봐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찌된 이유인지 이들을 돌봐야 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이들의 울부짖음보다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귀족노조의 활동에만 민감하다. 그들의 눈엔 어마어마한 자금력(일년 예산 백억여원)과 군단급 인원을 가진 노조만 보인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의 노조, 노동자의 정당이 아니라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집단으로 보인다.


그들이 고통받는 하층 노동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 한다면 당연히 현대자동차와 같은 배부른 귀족노조의 파업을 자제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침묵한다. 거대노조의 횡포에 찍소리 한번 하지 못하고 억눌리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피눈물나는 고통을 외면한다.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현대자동차 노조로 이어지는 사슬, 뭔가 이상하다.


→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1 – 과거 NL과 PD
→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2 – NL의 재도약
→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3 – 귀족노조, 역겹지만 여기까진 이해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