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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1 - 과거 NL과 PD


올해 벽두에 내 조국에서 있었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시무식에서의 기막힌 사태. 과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그 사태. 관련된 분과의 개인적 관계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떠나.. 마음이 정말 무겁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놀라운 짓들을 하는 것인가?

아무도 관심 없고 듣기에도 지겨운 내용들이지만 작금의 비이성적 노동운동의 정체를 알기 위해 잠시 우리나라 좌파와 예전 학생운동의 줄기를 살펴보면 이해하기가 조금 수월하다.

대한민국의 좌파를 얘기하면 늘 ‘PD’니 ‘NL’이니 하는 용어들이 나온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이게 뭔지 알지도 못할 뿐더러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 빨갱이 새끼가 그 빨갱이 새끼지’ 하고 만다. 과연 PD NL 이게 무엇이며, 언제부터 이런 말들이 나오기 사작했고, 얘네들의 뿌리는 뭐고 주장하는 바가 뭘까? 

내가 대학 신입생이던 때엔 PD니 NL이니 하는 용어가 없었다. 혹시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좌우간 나는 몰랐다. 서슬퍼런 전통정권 초기, 아무리 작은 집회라도 빨간 빛이 보이기만 하면 어디선가 전경차가 나타나서 부리나케 학생들을 잡아가던 시절이다. 하지만 제대후 돌아간 학교는 내가 전에 다니던 학교가 아니었다. 학교마다 고유하게 가지고 있던 축제들의 이름마저 ‘대동제’라는 무미건조한 이름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사연인즉 이랬다. 84년 총학생회가 부활되면서 학생운동이 조직화 양상을 띠게 되었는데, 85년 '전학련'이란 전국 대학생 조직이 출범했는데 그대부터 전국 대학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집단주의, 전체주의적 속성을 띠기 시작했다고 했다. 캠퍼스엔 일년 365일 최루탄의 매캐한 냄새가 깔려 있었다. 그렇게 전국의 대학 캠퍼스를 투쟁의 장으로 바꿔버린 '전학련'의 전위조직이 바로 '삼민투'라는 거였다고 했다. 삼민투, 민족통일 민주쟁취 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여러가지를 기치로 내걸은 긴 이름의 단체였다.

이 삼민투가 이윽고 둘로 갈라졌다. '반외세투쟁'이 먼저냐 아니면 '반자본반파쇼투쟁'이 먼저냐는 노선갈등으로 86년 갈라섰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이름들, 자민투(반미자주화 반파쇼 민주화투쟁위)와 민민투(반제 반파쇼 민족민주투쟁위)다. 당시 어느 대학이나 학생회장 선거는 바로 이 두 계열의 주자가 나와 극한 노선대립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차이를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지겨웠다. 

다시 PD와 NL로 돌아온다. NL과 PD의 뿌리가 바로 이 살벌한 이름의 자민투와 민민투다. 자민투가 이후 지금의 NL이고, 민민투가 이후 지금의 PD다. 

혹시.. 이렇게 자민투와 민민투라는 살벌한 이름으로 '가열찬' 투쟁을 하던 그들 그리고 그들의 후배들 PD와 NL .. 설마 요즈음까지도 무장봉기로 사회를 뒤엎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아마 이 사회를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는 데에서 일반 사람들보다 좀더 전향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정도일 것이다. 


근데 얘네들 서로 차이는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 PD와 NL의 정체성의 차이를 명확하게 일러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고 정주영 회장이었다. 정주영회장은 노조에 대하여 좋은 시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PD계의 관점으로는 정주영회장은 노동자의 적이다. 그런데 이 분이 어느날 소떼를 끌고 북으로 갔다. 여기서 NL계의 관점으로는 정주영회장은 존경받아야 할 민족자본가, 동포사업가, 통일운동가가 되는 것이다.

감이 조금 잡히려고 한다. 그렇다. 얘네들 정체성의 구분기준이 '북한'과 관련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 각자 주장을 함 보자.

NL (Nation's Liberty) : 민족해방주의 / 자주파
미제의 압박에서 벗어나(우리민족의 해방) 북한과 통일을 이루는 것만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주장하는 자들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반미와 친북성향을 띤다. 임수경이란 철부지 계집아이를 북으로 올려보냈던 자들이 바로 이들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가 미국의 남한 ‘점령’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이 땅에서 미국을 몰아낸 후 북한의 주도로 사회주의 혁명을 이루어 민족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이 주사파란 이름으로 불리우기도 했다. 장갑차 사건 때 미국까지 쫓아가서 반미시위를 한 사람들, 다 이들이다.

PD (People's Democracy) : 민중민주주의 / 노동해방파
하층노동자 계급에 의한 민주주의의 쟁취가 우리 사회 모순점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주장하는 자들이다. 이들에겐 통일보다는 남한의 노동자가 우선이다. 즉 남한 내의 계층간 양극화 해소다. 물론 80년대 민민투 시절엔 민중 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군부독재를 무너뜨리고, 이후 외세로부터의 자주화를 이룬 다음, 궁극적으로 사회주의혁명으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그런 혁명의 색채는 거의 없어졌다고 보여진다. 노동운동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 다 이들이다. PD는 하층민, 노동자, 철거민 들의 생존권과 인권에 관심을 가진다. 따라서 이 PD는 자본주의의 병폐인 빈부격차를 어느정도 해소하고 사회보장제도의 건설에 일조해온 것이 사실이다.

얼핏 봐서는 다같은 빨갱이더니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니 NL과 PD는 서로 확연히 다르다. 반외세투쟁(반미자주 통일운동)이 우선이냐, 반자본투쟁(노동해방운동)이 우선이냐라는 문제인 것 같다. 확연히 노선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얼핏 둘 다 빨갱이들로 보았지만.. 아무래도 같이 섞기기엔, 같이 도매금으로 넘겨지기엔 좀 억울해 할 애들이 있어 보인다.

누가 빨갱이이고 누가 민중운동가일까?
지금처럼 얼토당토 않는 파업을 하고, 얼토당토 않는 생떼를 부리는 자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1 – 과거 NL과 PD
→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2 – NL의 재도약
→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3 – 귀족노조, 역겹지만 여기까진 이해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