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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2 - NL의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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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나 균형있는 걸음을 위해선 좌파가 꼭 필요하다. (주입식교육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좌익’하면 시뻘건 빨갱이 집단만이 연상되지만, 左翼은 왼쪽 날개를 뜻한다. 右翼 한쪽 날개만으론 결코 날 수가 없다. 좌익은 주류인 우익을 견제하며 균형을 유지하면서 함께 가는 세력이라는 뜻이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 중에도 좌파와 우파가 있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놀기 위해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대로 일하기 위해 잠깐 노는 사람도 있다. 고생하더라도 성장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는 소외 받은 사람들을 보듬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효리도 있지만 안치환도 있다. 장동건도 있지만 문성근도 있다. 아주 건강한 사회라는 증거다.

전두환정권 당시, 꺾여버린 한쪽 날개였던 NL과 PD는 동지였다. 군정종식과 민주화쟁취라는 공동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함께였다. 국민들에겐 박종철이 어느 계열인지 이한열이 어느 계열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젊은 그들의 투혼과 용기와 희생에 박수를 쳐주고 환호를 보내주었다. 결국 그들의 그러한 희생과 노력으로 군사독재도 종식되고 민주화도 쟁취했다. 국민들이 지지해 준 그들 운동권의 임무는 그렇게 성공리에 완수되었다.

이제 갑자기 우리 운동권의 목표가 없어졌다.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도 없어졌다.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민주화가 이루어진 마당에 국민들은 더 이상 운동권의 존재이유를 알지 못한다. 동력이 상실된 대한민국의 건강한 운동권은 대부분 발전적으로 조직을 해체하고 살 길을 찾아 건전한 사회 속으로 돌아갔다. 캠퍼스에선 학생들의 의식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세력이 약화된 전대협이 결국 무너졌다. (이후 NL만으로 이루어진 한총련이 나타났다.)


문제는 운동이 ‘먹고 사는 직업’이던 직업 운동가들이다. 앞이 캄캄하다. 이제 뭐 해먹고 사나.. 사람들 선동하고 앞장서서 시위를 부추기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래도 PD들은 노동현장에라도 가면 된다지만 NL들은 굶어 죽게 생겼다.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가장 위험한 사람들 ‘잃을게 없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군정종식과 민주화가 빠져나간 구호에 대신 반미와 자주통일이 들어왔다. 듣는 사람이 없으니 점점 악에 받쳐간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라며 숭고한 독립운동을 주창하고 투쟁을 벌여 나간다. 오직 ‘반미’ '통일' '민족자주'를 외치고 암암리에 ‘친북’을 실천한다.

이들 NL의 이념에서 반미와 친북만 살짝 빼면 얼핏 민족주의자나 민주인사와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NL 때문에 애꿎은 민주화 인사들과 노동운동가들이 과거 많이 희생당했다. NL들이 교묘하게 민주인사나 노동운동가의 탈을 쓰고 암행해왔기 때문이다. 잡히면 민주인사 행세를 했고 노동운동가 행세를 했다. 자세한 내막을 알리 없는 우리들은 그래서 이들과 민주인사를 계속 혼동했었다. 아직까지 이들을 민주인사로 착각하거나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 ‘민족’이라는 거룩한 단어 앞에 사고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어린 학생들은 쉽사리 무너진다. 남한은 내 아버지, 북한은 내 어머니, 미국은 아버지를 꾀어 어머니를 핍박하는 악마다. 악마를 몰아내고 내 어머니를 끌어 안아야 한다. 이런 자식의 주장이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의도와 똑 같다. 이게 문제다.


예전에 체질론을 이야기 할 때, 김초롱 때문에 민족과 국가를 얘기할 때 분명히 밝혔다. 민족이란 개념은 지극히 편협하고 위험한 개념이다. 앞으론 자기가 살아갈 '국가마저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틀림없이 온다. 각설한다.


도맷금으로 한데 몰려버리는 좌파들 중에서 진짜 빨갱이를 굳이 나누자면 바로 이 NL의 시대착오적 잔당들만을 일컬어야 한다. 이들이 惡이라는 뜻이 아니다. 역시 이들도 우리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일부이기 때문이다. 왼쪽 날개 저 끝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생각에도 귀를 기울여 줘야 한다. 분명히 그래야 한다. 분단국가이며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분명히 존재 이유가 있는 집단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극성한 NL과는 달리, PD는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에 모두 존재한다. 유럽이나 일본의 '공산당'이나 '사회당'들이 모두 PD이다. 어느 국가에나 하층민을 위한 집단은 있어야 하며 그들이 바로 PD들이다. 우리나라의 PD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그들이 사회주의를 지향하지만 ‘북한은 사회주의의 탈을 쓴 독재국가’라고 못을 박고 있다. 요즈음 온건 좌파들 중에는 이런 PD라는 이름표마저 거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무래도 그 이름표에 사회주의자라는 색깔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으며 본인들도 그것을 거부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좌파들의 위상은 아슬아슬하다.

반면,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전혀 동떨어진 이념을 외치는 NL들은 시간이 갈수록 빨갱이나 편협한 민족주의집단으로 몰리고 있었다. 그들의 외침은 오히려 역겨운 반감만을 일으켰을 뿐이다. 그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졌겠다. 그래서 이들이 탈출구로 선택한 행로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바로 노동운동가, 농민운동가의 탈을 다시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2000년을 기점으로 민주노총을 거쳐 대거 민주노동당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PD에 의해 운영되어지던 노조와 정당에 NL들이 대거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의 지도부는 NL계가 석권했다. 아마도 집단주의 전체주의 교조주의에 감염되어 ‘발맞추어 나가자 앞으로 가자’ 밖에 모르는 NL들의 무서운 패거리 행태가 위력을 발휘 한 듯 하다.

NL의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장악, 이것이 민주노동당이 조선노동당으로 변질되기 시작한 신호탄이며, ‘특별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채 돈 더 받는다는 꼬임에 끌려 어처구니 없는 파업을 벌이는 시발점이 되었다.


→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1 – 과거 NL과 PD
→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2 – NL의 재도약
→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 3 – 귀족노조, 역겹지만 여기까진 이해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