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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갱년기, 우리 몸의 충고

48세의 한 남성, 이 남자가 요즈음 안면홍조 때문에 고생한다고 한다. 아침이면 얼굴에 열이 올라 화끈거리다가 오후가 되면 없어진다고 한다. 곧 나아지겠거니 했지만 한동안 매일 이러니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뭐 심각한 병이 생긴 게 아닐까하고. 묻길래 ‘남성 갱년기증상일 거’라고 했는데도 그가 걱정스럽게 부연 설명을 한다.

이 남자의 히스토리 - 이 남자는 미쳤다
일찌기 고혈압 진단을 받고 15년째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업무상 술과 담배 육식을 끊기 어려워 간장의 수치가 엉망이란다. 그래서 간장해독약이라는 것과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매일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즉 매일 복용하는 약이 혈압약 간장약 콜레스테롤 약이다.

놀랍게도 그는 이 와중에 아직 하루에 한갑의 담배를 피우며, 일주일에 평균 두번이상 폭음을 한다고 한다. 필름이 끊어질 정도의 폭음을 일주일에 두번.. 무모하게 깡다구가 쎈 남자다.

이런 '비정상' 히스토리라면 이 남자의 현재 증상은 더더욱 간단하다. 알코홀 + 혈압약과 콜레스테롤 약의 부작용 + 갱년기증상이다. 근데 그때 이 남자가 불쑥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이런 증세가 있다며?’ 한다. 얼굴에 열이 나는데 심장을 걱정하는 걸 보니 아마 한의사에게 들은 모양이다. 심장에 火가 있으면 얼굴에 열이 오른다는 한의사의 말. 한의학에서의 심장과 양의학의 heart를 같은 것으로 혼동한 사람들이 건너건너 듣곤 그렇게 자기 심장을 걱정한다. 흔한 일이다.


겁을 줬다
걱정말라고 안심을 시키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아예 이참에 단단히 겁을 주기로 했다. 아직 매일 담배 한갑에 일주일 두번 폭음을 한다지 않는가. 낼 모레 오십인 자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그래서 확 질러버렸다. ‘너 심장마비로 급사하거나 풍 맞을거다.’

이거 전혀 근거없는 말이다. 심장마비는 마침 이 자가 자기 심장이 이상인 것으로 걱정하고 있길래 그런 것이고, 풍맞을지 모른다고 한건 이 남자가 평소에 풍을 가장 무서워했었기 때문이다. 벽에 똥칠할 정도가 되면 자길 빨리 죽여달라고 누군가와 '살인계약'까지 맺은 사람이거든. 그렇게 그가 제일 걱정하고 있는 것만 골라서 종합선물세트를 만든 것이다. 심장마비로 급사하거나 풍을 맞을거라고.. 그렇게 되기 싫으면 술 담배 끊고, 고기 끊고, 그렇게 해서 하루빨리 매일 복용하는 약들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뻥을 쳤더니 좀 찜찜하다. 요즈음 불경기에 업무 스트레스에.. 그래서 어쩔 수없이 술과 담배를 놓지 못하는 사람인데, 그 무거운 짐에 오히려 건강 스트레스까지 얹어 짓누른거 같아서 미안해졌다. 술은 줄이면 되고 혈압약과 콜레스테롤약은 처방해준 의사에게 찾아가면 해결되겠다. 문제는 갱년기증상이다. 그 갱년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리의 자세가 참 중요하다.


갱년기
흔히 갱년기 하면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 남성들이 이런 걸 잘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남성들도 갱년기 증상을 많이 겪는다.

更年期.. 말 그대로 인생을 바꾸는(更) 시기다. 즉 슬슬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후끈대며 살았으니 이제부터는 좀 침잠하며 살기 시작하라는 때이다. 근데 이거 그렇게 편하게 받아들이기엔 좀 불편하다. 몸이 불편한 건 물론이거니와 정신적인 증상이 심각할 수도 있다.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현대의학에선 옳다구나 이 갱년기 증상을 '질병'이라고 보고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다. 현대의학에선 웬만하면 다 질병이다. 비만도 질병이고 갱년기증상도 질병이랜다. 다 의사와 병원 그리고 제약회사, 얘네들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다.


갱년기의 충고대로 살아야
하지만 갱년기는 결코 질병이 아니다. 그러므로 치료의 대상도 아니다. 받아들이면 되는 노화의 자연스런 진행일 뿐이다. 갱년기증상은 그 이치가 참 오묘하다. 갱년기를 겪는 뜻은 이제 더 이상 젊은 몸이 아니니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버릇을 하나하나 고치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래서 갱년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젊었을 때처럼 함부로 몸을 굴렸다가는 몸이 망가지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좀 슬프게 말하자면.. 이제부턴 '남성으로서 혹은 여성으로서'의 인생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냥 여성 남성이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라는.. 그러므로 나이가 들어서까지 예전처럼 똑같이 밝히다가는 절딴이 난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고 거기에 좋다는 음식을 쳐먹어가면서 그 짓을 무리하게 하다간 가는 수가 있다. 무리했기 때문에 가고, 이상한 음식 먹었기 때문에 간다. 

이 갱년기증상엔 육체적 증상과 정신적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건망증, 집중력 저하, 불안, 우울, 자신감 결여 등의 정신적 증상과 불면증, 식욕저하, 관절통, 피부노화, 성적욕구와 쾌감 감소, 발기불능(질건조), 안면홍조, 심계항진, 발한 등의 증상 들이 나타나게 된다. 몸과 마음 양수겹장이다. ‘몸의 버릇을 바꾸고 마음의 욕심 버리기’를 함께 해야 한다는 충고다.


극복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갱년기.
버릇을 바꾸고 욕심을 버리면서 슬슬 편안한 노년을 준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