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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Yosemite Valley Loop Trail

요세미티 계곡의 이 그림같은 경치가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요세미티의 여러 트레일중 Yosemite Valley Loop Trail 이었습니다. 밸리 전체를 한바퀴 돕니다.

오르내림이 없는데다가 소요시간도 예닐곱시간이면 된다니 굳이 새벽부터 서두를 이유도 없습니다. 느긋하게 여덟시 넘어 출발했습니다. 묵었던 lodge도 trailhead와 5분거리밖에 안됩니다.  

trailhead까지 짧은 거리를 걸으며 또 생각합니다. 미국 국립공원들과 그 안에 자연처럼 녹아있는 시설물들.. 약이 오르도록 부럽습니다. 자연을 최소한으로 훼손하는 절제, 자연과 어우러지는 시설물의 색과 디자인, 최소한이면서도 모든 걸 다 갖춘 편리함.. 땅덩어리 넓은것도 부럽고, 자연유산도 부럽고, 자연에 대한 그들의 성숙한 인식도 부럽고, 여행을 가능케하는 그들의 사회 안전망도 부럽습니다. trailhead에 도착했습니다. 시작점은 일반적인 공원 분위기입니다. 숲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추위가 파고 듭니다

일반 소나무숲과는 다른 독특한 향이 있습니다. 이곳의 나무들때문일텐데 보통색깔 나무를 sequoia로 알고, 붉은색깔 나무를 redwood로 알고 걸었습니다. 숲길은 감탄사가 나올정도로 멋집니다. 약간 아쉬운게 있다면 그 길이 포장도로와 그리 멀지 않는 거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거의 없으니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겨울 하이킹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한적함’입니다. 나무들이 빽빽이 둘러서 있는 호젓한 숲길..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삼사십분쯤 걷자 인터넷에서 저를 잡아끌었던 그 경치가 나타났습니다. 한컷 찍었습니다. 하지만 천지차이입니다. 전문가들이 저런 사진을 찍기 위해 얼마나 노력한 것인지 존경심이 일어납니다


얼마 후 출발 후 처음으로 햇볕이 드는 곳에 들어섰습니다. 마치 온풍기라도 튼듯 공기가 훈훈해집니다. 장갑과 귀마개를 벗었습니다. 짐승들도 햇볕을 반기는지 이 숲은 시끄럽습니다. 이렇게 넉넉하고 완벽한 난로가 어디 있을까요. 햇살비치는 숲길이 참 아름다웠는데 사진으론 이렇게 썰렁하게 안나왔습니다.

도 안보고 가다 길을 잘못 들어섰습니다. 한시간 넘게 험한 곳을 걷다가 점심후 지도를 꺼내보고서야 우리가 길을 잘못 걷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강가로 이어지던 험한 길도 그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옳은 길로 찾아들어가니 길이 예뻐지고 걷기도 수월해졌습니다. 반환점에 이르자 분위기있는 다리가 나타납니다. 원래 이름 무시하고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라고 이름지었습니다.

걷는내내 사실 온 신경은 엘캐피탄에 쏟고 있었습니다. 혹시 환호성이 들리는지.. 아침 코요테 타이밍사건 이후 우리가 역사적 순간을 직접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은근히 있었던 겁니다. 얼마후 그들이 오르고 있는 면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눈에 힘을 주고 그들을 찾아봤습니다. 정상부근에서 형광색 점을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저절로 걸음을 빨라졌습니다. 자석에 이끌린 듯 예정된 코스를 깨고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넘어갔고, 결국 역사적인 이 순간을 직접 봤습니다. 

Yosemite Trail.. 엘캐피탄 맨손등반이 모든 걸 다 덮어버린 바람에 안타깝게도 떠오르는게 이게 다입니다.^^ 겨울의 황량함이 좀 있긴 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참 멋진 길이었습니다. 푸른 잎 돋아나는 봄이나 강변 aspen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온다면 정말 예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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