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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투기 - 썩은 다리는 잘라내야 사람이 산다

산에서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바위에 눌려 옴짝달싹을 못하게 되었다. 구조대는 삼일 후에야 도착했다. 자, 구조대가 첫번째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다리를 누르고 있던 바위부터 들어내고 물과 음식을 주는 일? 아니다.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바위에 눌려있던 동안 피가 통하지 않던 그 다리는 썩어가고 있었고, 혈압은 그 다리를 뺀 부분의 용량에 맞게 조절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바위를 쑥- 들어올리면.. 혈압은 위험할 만큼 급격히 떨어지고, 썩은 다리의 독소는 혈관을 따라 금새 온몸으로 퍼진다. 그러면 사람이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야 할일은 짓눌린 다리의 윗부분을 강하게 압박하고 묶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과 독소가 퍼지는 것을 방지하는 일이다. 그후 바위를 들어올려야 한다. 그리곤 빨리 병원으로 후송해서 괴사해 버린 그 다리를 빨리 절단해야 한다. 어떻게 다리를 좀 살려보려고, 어떻게든 다리를 잘라내지 않으려고 시간을 끌다간 사람이 죽는다. 환자의 입장에선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하니 한동안 깊은 절망에 빠지겠지만, 목숨을 살리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1]
광란의 파티를 하다가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원래부터 약간 안 좋던 다리였는데 당시 주치의가 술 많이 먹고 춤 많이 추면 나아진다고 해서 그렇게 매일 술 파티를 벌이다가 더 나빠진 다리였었다. 그날도 술 쳐먹고 흥청망청 광란의 파티를 벌이다 아픈 그 다리 때문에 자빠진 거였다. 하도 심하게 자빠지는 바람에 다리를 워낙 심하게 다쳐 깔딱깔딱 숨이 넘어가려 하는데, 외국의 구조대가 와서 응급조치를 해줘서 일단 목슴은 건졌다.


[2]
그 복잡한 와중에 주치의가 바뀌었다. 외국의 구조대는 새 주치의에게 '환자의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떠났다. 근데 새 주치의는 다리를 절단하지 않았다. 절단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의학적' 판단을 했었던 건지, 아니면 환부가 너무 커서 절단을 하면 오히려 생명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건지, 아니면 다리를 잘라내면 안된다고 날뛰던 쥐새끼 떼들의 협박에 눌린거지는 모르겠지만.. 좌우간 주치의는 군데군데 긁어내고 덮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항생제 소염제를 투여했다. 그랬더니 얼마 후 걸을 수 있을만큼 괜찮아졌다.

그러나 우리 환자, 다리가 어느정도 괜찮아지자 다시 술 쳐먹고 놀던 버릇이 슬슬 되살아 났다. 다리가 약간 아프긴 했지만 술과 진통제를 먹으면 괜찮았다. 춤을 추느라 다리가 다시 붓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띠바 또 심하게 아프면 지난번처럼 의사들이 금새 치료해 주겠지. 병원에서 다 해주는데 뭐.’ 환부가 속으로 곪아 썩고 있는 줄 모르고 다시 술과 약에 취해 살기 시작했다. ‘오우.. 술과 약을 많이 하니까 이제서야 좀 살거 같다.’ 주변에서 걱정을 한다. '야 그러다가 다리 짤라야 하는 거 아닐까?' 호탕하게 대답한다. '아냐 다리는 절대 안 짜르니까 걱정마.' 한번 그렇게 고생을 했건만, 따끔한 교훈을 못 얻은 탓에 여전히 흥청망청 술먹고 춤추며 논다.


[3] 
주치의가 또 바뀌었다. 근데 새로 온 주치의가 좀 골 때린다. 의사처럼 안 생기고 길거리 노숙자처럼 생겼다. ‘저거 의사 맞아?’ 근데 의사 맞단다. 소염진통제가 오히려 환부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새 주치의는 소염진통제부터 끊었다. 그리고 절대로 술도 먹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힘이 좀 들더라도 매일매일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했다. 의사의 지시가 못마땅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근데 의사가 시키는대로 했더니 붓기는 더욱 심해지고 통증도 심해졌다. 새 주치의를 못마땅해 하던 환자와 가족들이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암것도 모르는 선무당 세끼가 깝죽대는통에 괜히 내 다리만 더 망쳐놨다.’ 당연히 겪어야 할 단계이고 반드시 넘어야 할 고비라고 설득해봤지만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조까 나 더 아포 띠바야.' 쥐새끼 떼들이 또 나섰다. '여러분! 알고 보니 이 돌팔이, 왼손잡입니다'

근데 이 주치의, 그런데도 한술 더 떠서 이참에 다리 '수술'을 해야 한단다. 진즉에 잘라냈어야 하는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미친놈을 봤나. 왜 다리를 짤르려고 지랄이야. 실력이 없으니까 칼만 댈려고 하네. 치료할 생각을 해야지 어찌 칼 들이댈 생각만 하냐. 이 왼손잡이 돌팔이 새꺄나’ 역시 예의 그 쥐새끼 떼들이 들고 있어났다. ‘왼손잡이 돌팔이 새끼가 이러다 사람 죽인다아--‘ 이번에도 그 쥐새끼 떼들의 방해로 수술을 또 못했다.


[4]
주치의가 환자 가족들과 쥐새끼 떼에게 돌팔매를 맞을 때, 자기가 이 분야엔 도사라며, 주치의는 오른손잡이가 해야 한다며 나섰던 놈이 낼름 새 주치의가 되었다. 자기가 맡으면 다리가 완전하게 재생될 뿐만 아니라 육상선수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장담을 했던 놈이다. 생긴게 영 사기꾼 간신배처럼 생겨 못마땅했지만 본인이 하도 장담을 해대니 믿어보기로 했다. 근데 데리고 온 간호사가 상당히 낯이 익다. ‘어? 찐빵같이 생긴 저년 어디서 본 년인데’ 맞다. 예전에 술 먹고 춤 많이 춰야 다리가 낫는다고 했던 그 의사놈이 데리고 있던 바로 그년이다. 께름측했지만 ‘의사가 잘하면 간호사야..’ 라고 생각했다.

새 주치의, 금새 다리를 낫게 해준다길래 주치의 시켜준건데 주치의 되자마자 말이 바뀌었다. 시간이 좀 걸릴거란다. 지금 다리가 이렇게 붓고 아픈건 먼저번 의사가 술과 소염제를 끊어놔서 그런 거라며 술과 소염제 단위를 다시 잔뜩 높혀놨다. 근데 그렇게 했는데도 다리는 점점 더 붓고 아프다. ‘먼저번 왼손잡이 의사들이 워낙 잘못해놔서 그런거니까 좀만 참아요. 금새 괜찮아질거예요.’ 그런데도 다리는 점점 더 아프다. ‘그지같은 왼손잡이 의사새끼들이 어지간히도 사람 다리 망쳐놨구만..’ 맨날 먼저의사 핑계만 댄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 환자가족들 ‘그러니까 이 따바세꺄! 넌 뭘 어떻게 할건데? 왼손잡이 의사 핑계는 그만 대고 니가 어떻게 해봐야 할거 아냐?’ 그래도 여전히 핑계와 땜빵만 거듭한다. '핑계와 땜빵밖엔 할줄 모르는 놈 아냐 이거?' 환자의 다리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육상선수처럼 뛰게 해주겠다며?’ 환자의 가족들이 뒤집어지기 시작한다. ‘먼저번 왼손잡이 의사새끼가..’ ‘그소린 그만해 쥐새꺄.’ ‘여러분 흥분하지 마셔요, 내가 치료는 아주 잘 하고 있는데 지금 안 좋은건 순전히 바깥 공기가 안좋아서 그런거예요.' 핑곗거리가 없자 이번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던 바깥 핑계를 들이대기 시작한다. 그것도 잘 안통하자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아가리 닥치고 기둘려 이 쉬팍새끼들아’ 

하지만 이 주치의, 사실 잠을 못잘 정도로 당황하고 있다. 가뜩이나 잠이 없는 놈이 요즘엔 아예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잠을 못자니 당연히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어이 간호사! 이거 이러다 환자 죽는거 아냐?’ 그러나 그 찐빵 간호사는 여전히 소염제처방 타령이다. ‘그거 말고 뭐 딴거 없어?’ ‘아이 참 소염제가 최고라니깐요.’ 하지만 환자의 다리는 이제 심각할 정도가 되었다. 걸을 수조차 없다. 환자 가족들 본격적으로 열받았다. ‘주치의 새끼 못 바꾸면 간호사년이라도 바꿔라.’ 그러나 주치의는 요지부동이다. ‘아 글씨, 얘만한 애가 없다니깐.’ 이거떨 아무래도 정신 나간 불륜커플 같다.

나아질 기미는 전혀 없이 갈수록 악화되기만 한다. 이에 뜨끔한 불륜커플, 머리를 맞대고 궁리에 궁리를 한다. 그러더니 그 쥐 대가리들에서 드디어 비장의 처방을 낼 모양이다. 강력한 '스테로이드'. 뚜궁-- 근본을 치료할 생각은 여전히 못하고 급한대로 증상만 어떻게 가라앉히겠다는 거다.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그게 아니라면 이거떨이 드디어 실성을 하고 만 거다. 이 참에 사람 완전히 병신 만들어 놓으려고 작정을 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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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냈어야 할 다리를 맘이 약해 잘라내지 못하고 땜빵으로 넘긴 탓에, 잘라내려 할때마다 쥐새끼 떼들이 몰려들어 못 자르게 하는 바람에, 두고두고 이 지랄들을 하고 있다. 그러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또 계속 땜빵으로만 버티려고 한다. 오만가지 소염치료에 절어버린 환자, 그 탓에 백약이 무효해져 버린 환자, 그런데도 이렇게 계속 같은 땜빵질만 하다간 이번엔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환자를 살릴 처방은 하나다. 썩은 다리를 잘라내는 거다.

내 짧은 소견에.. 가장 먼저 잘라내야 할 썩은 다리는 바로 ‘부동산 거품’ 이다. 우리사회의 모든 경제 부조리 비효율은 전부 이 부동산 거품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전하게 산업현장에서 돌아야 할 돈이 부동산 투기로 몰려 사사건건 국가의 성장을 저해하는 이 망국의 부동산 거품, 이건 기필코 터뜨려 버려야 한다. 그러나 쥐새끼 떼들의 반대로 번번히 못 터뜨렸다.

다행히 다시 기회가 왔다. 터무니 없는 부동산 거품, 온갖 독소로 가득한 그 더러운 거품덩어리부터 걷어내 버릴 절호의 기회가 다시 왔다. 얽히고 설킨 복잡한 금융시스템 문제는 내가 잘 모른다. 그런 복잡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아파트가 터무니없이 오를 때엔, 집없는 서민들 가슴이 무너지든 말든 희희낙낙하다가, 그게 조금 떨어지려 하면 건설경기 부동산경기 살려내라며 눈 뒤집혀 정부를 성토하는 놈들의 그 고약한 심보를 말하는 거다. 외국과 비교하면 2억 가치도 안되는 아파트가 10억으로 오르는 미친 상황은 입이 찢어져라 좋아하다가, 그게 9억으로 떨어졌다고 눈 뒤집혀 실성해 악다구니로 정부를 협박하는 그 쥐새끼들의 망국적인 놀부 심보를 말하는 거다.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치명적 약점은 ‘탐욕’이다. 이 탐욕이 가장 많이 있으며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는 곳이 바로 부동산투기다. 암세포처럼 온몸으로 계속 퍼져 온몸을 썩게하는 더러운 벌레, 이 벌레를 이번에 싸그리 박멸하자는 거다.

2억 가치를 가진 아파트는 반드시 가격이 2억으로 떨어져야 한다. 그 와중에 망하는 은행과 사람들이 있다 하더라도 정부는 그들을 구제해 주지 말아야 한다. 설사 선량한 시민들이 그 때문에 자살을 한다고 해도 정부는 눈하나 꿈쩍하면 안된다. 탐욕엔 반드시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가르쳐줘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는 이 땅에 망국적인 부동산 거품이 생기지 않고, 경제정의가 비로소 살아난다. 


근데 우리 주치의는 반대로 하려는 것 같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