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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한민국 꼴페미 1 - 그들에게 여성은 아직 계몽의 대상

여성의 참정권
여성에게 ‘재산권’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여자가 무언가를 법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는 거다.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고 남성들의 부속물이나 소유물로 여겼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으로 姓을 바꿔야만 했다. 이건 아버지로부터 남편으로의 ‘소유권 이전’이었다.

이런 시대에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평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여성은 남성들이 씨를 뿌려 자손을 퍼뜨리는 밭이었다. 아이를 키우고 밥짓고 빨래 청소하고, 남성들의 성욕을 해소하는, 그런 한 등급 아래에 있는 존재였었다. 따라서 여성에겐 참정권이 없었다. 모든 국민이 자기들의 의사를 투표를 통해 나타내는데 여성은 자기의 의사를 표시할 권리가 없었던 것이다. 지역 의원을 뽑고 대통령을 뽑는데도 여성들은 아예 관심도 두지 말고 그냥 구경만 해야 하는 거였다. 왜냐하면 그건 여성의 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할 일은 육아와 가사가 전부였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이삼백년전 얘기가 아니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인정된 것은 미국 1920년, 영국 1928년, 프랑스 1944년, 이탈리아 1945년, 놀랍게도 스위스 1971년이다. 우리나라는 프랑스 이태리와 비슷한 1948년이다.


여성의 참정권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완전한 남녀평등 실현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이 뒤엔 여권운동가들의 기나긴 노력과 공로가 숨어있다. 이 여권운동가들을 Feminist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 남성들이 모든 것을 쥐고 흔들고 여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세상에 이들 페미니스트들이 맨손으로 싸워서 여성의 참정권을 쟁취했다. 실로 영웅들이다. 

여성들이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시대, 이제 모든 여성문제는 여성들의 손에 쥐어져 여성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말해 여성들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의원 전체와 대통령을 여성으로 채울 수 있는 막강한 파워가 주어진 거다. 그래서 만약 여성에게 불리하거나 여성을 옭아매고 있는 악법이 아직 있다면 여성들은 선거를 통해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성은 여성을 뽑지 않는다
현 18대 국회의원 299명중 여성의원은 39명(13%)이다. 그러나 이건 여성 50% 할당제거 있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포함한 숫자다.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뽑는 지역구 의원만으로 놓고 본다면 이 수치는 뚝 떨어진다.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 245명중 여성은 겨우 14명이다. 전체의 5.7%에 불과하다. 유권자의 50%가 여성인데 뽑히는 국회의원은 5%만 여자다. 단순계산을 하면 여성유권자 열명중 아홉명은 남자에게 투표했다는 얘기다. ‘여성들이 여성을 더 무시’하고 있다.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 14명의 면면을 보자. 한나라당 4선 박근혜(대구 달성) 김영선 (고양 일산서), 3선 전재희 (경기 광명을), 재선 나경원(서울 중구) 박순자(안산 단원을) 진수희(서울 성동갑) 전여옥(서울 영등포갑) 이혜훈(서울 서초갑), 초선 박영아(서울 송파을) 정미경(수원 권선) 그리고. 통합민주당 4선 이미경(서울 은평갑), 3선 조배숙(전북 익산을) 추미애(서울 광진갑), 재선 박영선(서울 구로을) 이다.

내가 이들의 면면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한가지.. 이들 14명중 소위 ‘페미’ 는 한명도 없다. 물론 모두들 여성의 권익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페미’ 라고 부르는 ‘전문 여권운동가’는 한명도 없다. 희한하다. 우리나라 여성유권자들은 정치성향이 상당히 개방적이고 유동적이다. 따라서 후보들이 그놈이 그놈인 경우 ‘옛다 이번에 너 한번 해봐라’라는 심정으로라도 이름이 알려진 페미 한명쯤은 국회로 보내줄만도 하다. 그러나 한명도 없다. 그 계통에선 최고의 인지도가 있는 여권운동가 ‘고은광순’도 지지난 17대 총선에서 서초갑에 나서겠다고 호언했다가 무슨 연유인지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었다.

왜 그럴까? 왜 대한민국 여성유권자들은 자기들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여성인권운동가’들을 외면하고 남자들을 뽑고 있는 것일까? 

이건 어쩌면 대다수 여성유권자들은 이제 더 이상 여성인권을 운운하는 것 자체를 불필요하다고 여기거나 불편해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남성우월의 사회시스템이야 시간이 흘러야 개선될 것이니 좀 기다려야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인지 모른다. 여성의 권익은 이제 이만하면 됐는데, 억압하는 남성문화도 이제는 거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성도 못 느끼고 피부에 와닿지도 않는 여성인권을 아직도 외치는 외곬수들을 달갑지 않게 여기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가 엄연하니 그것을 어느정도는 인정하고 사는 것이 남성이나 여성이나 피차 이롭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이 이런 생각일 것이다.



여성들은 아직 계몽해야 할 대상이다.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
하지만 페미들은 이 상황을 다르게 인식한 것 같다. 아직 우리나라 여성들의 인식수준이 한참 낮으니 그들을 ‘계몽’해야 한다고 여긴 모양이다. 어느 시대에나 변화의 바탕에는 늘 손가락질 당하는 소수 선구자들의 피땀이 있어 왔으니 자기들이 기꺼이 그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금 여성들의 현실 인식수준이 낮은 건 오래도록 유지되어 온 남성위주의 사회 시스템이 원인이며 그것을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 일환으로 나온 게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이라는 기상천외의 아이디어다.


→ 대한민국 꼴페미 1 – 여성들은 아직 계몽의 대상?
→ 대한민국 꼴페미 2 – 부모성 같이쓰기